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나홀로 국토종주 자전거 여행기-上] 아라서해갑문서 수안보 온천까지...217km의 여정

 

【 청년일보 】 "자전거 타는 사람이면 한번쯤은 국토종주 해봐야지"

 

특별한 의미나 뜻도 없었다. 그저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출발하기 30분 전에 싼 짐이라고는 주먹만 한 크로스백 안에 잠옷과 자켓, 에너지 바 몇 개, 여분 마스크, 배터리, 그리고 '국토종주 수첩' 뿐이었다.

 

지난 12일 공항철도에 몸을 싣고 오후 9시께 도착한 인천 아라 서해갑문은 633km의 국토종주 시작을 알리는 곳이었다. 출발하면서 이미 태풍 '찬투'가 제주도를 향해 북상 중이라는 소식에 최대한 빨리 종주를 마칠 계획이었다.

 

아라 서해갑문 인증센터에서 처음으로 수첩에 도장을 찍고 스타트 지점을 통과했다. 이미 해는 진지 오래였고, 바람은 많이도 불었다.

 

국토종주를 하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한 가지는 인천과 서울 자전거 길은 '정말' 잘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딱히 별일 없이 서울 한강 자전거 길까지 접어들었고, 출발한 지 4시간쯤 달렸을 때쯤, 팔당대교까지 도착했다.

 

문제는 팔당대교를 지나고부터였다. 시간은 이미 다음날 1시를 향해 가고 있었고, 혼자 달리는 국도와 떨어진 가로등도 없는 자전거 길에는 스산한 바람까지 불어와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중간 중간 풀숲에서 느껴지는 기척이나 풀벌레 소리에도 등골이 오싹했다. 필요 이상으로 속도를 내서 폐역인 능내역에 도착했다.

 

일전에 해가 떠있을 때 왔던 능내역은 한번쯤 와볼만한 예쁜 곳이었지만 야밤에 도착한 능내역은 생각보다 더 무서웠다. 재빨리 인증도장을 찍고 출발했다. 이후에도 스산한 자전거 길은 얼마간 이어졌다.

 

 

세 시간을 내리 달렸을까. 이포보를 지나고 난 뒤의 새벽녘은 매우 추웠고, 보급품으로 챙겨온 에너지 바는 이미 소진된 지 오래였다.

 

개군면에 접어들어 상자포리를 지나 천서리 막국수촌에 도달했다. 하지만 새벽 4시께 열려있는 막국수 집은 없었고, 편의점도 닫혀 있었다. 길 건너 2층에 보이는 무인 카페만 조명이 켜져 있었고,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잠깐 눈을 붙인다는 게 눈을 떠보니 6시였다. 부랴부랴 준비해서 다시 페달에 발을 붙이고 부지런히 페달을 돌리다 보니 7시께 여수보에 도착했다. 국토종주 자전거 길은 전체적으로 강을 따라 이어지다 보니 인증센터가 보(洑)에 위치한 곳이 많았다.

 

 

여수보, 강천보, 비내섬을 지나 12시께, 드디어 한강·새재·낙동강 자전거 길로 구분되는 국토종주 루트 중 한강 자전거 길의 마지막 관문인 충주댐이 나타났다. 시장이 반찬이었을까, 충주댐 앞에 위치한 식당에서 먹은 갈비탕은 꿀맛이었다.

 

 

사실 충주댐에서 다리는 이미 지쳤고, 서스테인이 달려있어 편안한 승차감을 선사하는 산악자전거가 아닌 속도를 위한 로드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한 터라 엉덩이 통증도 계속되고 있었다.

 

지친 다리를 이끌고 내리 달리다보니 수안보 온천에 도착했다. 앞서 쉴곳, 머물곳을 정하지 않았던 무계획 국토종주다 보니, 눈앞에 보이는 ‘온천’은 너무나 매력적이었고, 하루 쉬어가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일까, 수안보 온천은 한산했고, 식당은 텅텅 비어있었다.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하는 사람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숙소를 제공하고 자전거 보관함이 구비된, 특히 온천수가 나오는(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숙소를 찾아 체크인 했다.

 

 

코로나19에 커다란 대중탕은 가지 않았지만, 숙소 내 조그만 욕조에서 온천수로 하는 반신욕은 217km를 내리 달려온 피로를 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Tip

1. 밤에 달리는 국토종주 자전거 길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무섭다. 빛이 하나도 없는 곳도 있으므로 어느 정도 밝기가 나오는 라이트와 여분 배터리는 필수.

 

2. 보급 할 곳과 묵을 곳 등을 미리 정해두고 갈 것. 시내를 벗어나면 마땅한 곳이 없어 난감할 수 있다.

 

3. 국토종주는 생각보다 길다. 급박한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혼자보단 2명 이상으로 팀을 구성해 서로 의지하고 가는 것이 좋다.(혼자 가면 외롭다)

 

【 청년일보=정은택 기자 】 




청년발언대

더보기


기자수첩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