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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계적 위상' 높은 K-콘텐츠, '속빈강정' 된 K-게임

 

【 청년일보 】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대한 전 세계 관심이 뜨겁다.

 

456억 원의 상금을 놓고 참여자 간 목숨을 건 '데스 게임'과 우리나라 민속놀이를 소재로 한 오징어 게임은 1일 기준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83개 지역 모두에서 1위에 오르며 전 세계에서 가장 흥행한 넷플릭스 작품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K-드라마에 오징어 게임이 있다면, K-팝을 대표하는 주자로는 방탄소년단(BTS)이 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Dynamite'를 시작으로 'Butter'와 'Permission to Dance' 등의 곡으로 빌보드 Hot 100 1위에 올랐다. BTS를 비롯해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이 맹활약하면서 K-팝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K-웹툰의 인기도 뜨겁다. 전 세계 1억 6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네이버웹툰은 미국에 이어 유럽 시장으로 진출했다. 카카오웹툰은 글로벌 최대 만화 시장인 일본에서 매출 1위에 올랐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이들은 1위를 다투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모습이다.

 

이처럼 국내 콘텐츠 산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하며 곳곳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하는 업계가 있다. 바로 '게임'이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만 놓고 보면 게임은 다른 분야 못지않게 국내 콘텐츠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게임은 2020년 하반기 콘텐츠 산업 전체 수출액의 66.9%인 72억 5000만 달러의 실적을 거두며 수출을 견인했다.

 

하지만, 최근 국산 게임에 대한 이용자의 반응은 최악에 가깝다. 대부분의 게임이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한 비즈니스 모델(BM)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나 '창의성' 대신 '수익'에 몰두한 국산 게임에 대해 국내 게이머들은 '도박' 혹은 '사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올해 초에 이어진 국내 게이머의 '전광판 트럭' 시위는 이러한 상황의 연장선에서 비롯됐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매번 '높은 완성도의 게임', '이용자와의 소통' 등을 강조했으나 실제로는 BM 강화에만 집중했다. 게임 퀄리티는 갈수록 떨어지는데 운영마저 엉망이 되면서 국산 게임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지난 1일 진행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외 업체가 게임 수준을 끌어올리는 동안 국내 회사는 이용자의 결제를 유도하는 특정 비즈니스 모델(BM) 수준만 높여놨다"며 "이러는 동안 국내 매출은 잘 나왔을지 몰라도 세계 시장에서의 고립은 심화되어 왔다"고 비판했다.

 

지금부터라도 국산 게임에 대한 국내 게이머의 시선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판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말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완전히 외면하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 몰리기 전에 여론을 환기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다고 BM을 완전히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용자가 납득할 정도의 BM을 적용함과 동시에 '재미'와 '창의력'을 살리는 것에 집중하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게이머는 게임에 돈을 쓰는 것에 인색하지 않다. 앱애니에 따르면 국내 게이머의 올해 상반기 모바일 기기 1개당 월간 평균 지출은 구글 플레이 기준 세계 1위, 애플 앱스토어 기준 세계 2위로 매우 높다. 이는 게임만 잘 만들면 지갑을 여는데 결코 인색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징어 게임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참신함' 때문에 글로벌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16년 '올해의 게임(GOTY)'에 선정된 크래프톤의 배틀로얄 게임 '배틀그라운드'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콘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재미'를 잘 살려 많은 사랑을 받았다.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는 펄어비스의 '도깨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국내 게임업체는 높은 개발력과 기획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잘 살려 좋은 게임을 만들어 수많은 글로벌 바이어가 국산 게임을 찾던 2000-2010년 초반의 상황이 다시 한번 재현되길 기대해 본다.

 

【 청년일보=박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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