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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는 국가폐암검진 의사입니다"

 

【 청년일보 】 "나는 종합병원 검진센터에서 국가 주도의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결과를 통보해 관련 과에 연결해주는 일을 하고 있는 의사다"


지난 2019년부터 국가암검진사업의 하나로 폐암검진이 도입됐다. 55세~74세 사이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현재 흡연자 또는 금연한지 15년 이내인 과거흡연자가 대상이다. 즉, 폐암의 원인을 흡연으로 두고 시행하는 암검진인 것이다.


국가는 이 사업을 통해 ▲폐암의 조기발견 및 치료 ▲금연으로의 연계를 기대하고 있다.


첫번째 기대효과는 과잉진단이라는 논란 속에서도 나름대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흉부단순촬영만으로는 놓칠 수도 있는 조기폐암을 저선량CT로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연으로의 연계에 대해서 나는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지에 따르면 애초에 폐암검진을 설계하면서 시범사업에서는 참여자 중 현재 흡연자를 대상으로 6개월 후 금연율은 24.3%에 이르렀고, 이는 폐암 검진 참여자에 대한 금연 상담의 효과로 평가된다.


이러한 눈부신 성과는 국가폐암검진사업을 도입한 중요한 근거 중의 하나다. 하지만 일선 종합병원에서 폐암검진을 담당하는 의사로서, 이는 현실과는 거리가 한참 먼 꿈만 같은 일이다.


2년의 검진주기를 고려할 때 재검(추적검사)을 받는 수검자 수가 늘고 있다. 그간 금연여부를 묻는 질문(또는 문진표)에 대해 금연을 했거나(12개월) 시도 중(12개월 미만)인 수검자 비율을 묻는다면 답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금연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되고 금연을 시도 중인 수검자가 간간히 눈에 띄는 정도다.


이 같은 결과가 내가 근무하는 병원만의 지역적인 특성인지는 가늠이 되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 사업을 설계할 때 폐암검진 결과상담을 통해 금연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흡연의 강한 중독성을 너무 단순하게 본 것이 아닌가 한다.


"나는 검진과 함께 금연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로서 금연성공률만을 놓고 내 개인의 능력을 평가한다면 나는 이미 해고됐어야 할 의사다"


폐암검진 결과상담을 하면서 수검자 중 가장 많은 수는 '아 이제는 금연해야지요' 그룹과 결과만 관심이 있고 금연에 대한 설명은 귓등으로 흘려버리는 수검자 그룹이다.


첫번째 그룹에게 금연에 대한 계획을 물으면, 아직은 없다. 그저 '끊어야지요'로 답한다. 흡연의 중독성을 고려해보면 금연을 단순히 폐암검진 결과로 유도하겠다는 발상은 지극히 순진한 접근인 듯 하다.


금연을 못하는 이유를 일의 스트레스로 대충 정당화시키고 서민들 삶의 고됨을 풀어주는 몇 안되는 위안거리로 인정해 주는 우리사회의 분위기 등이 개선되지 않는 한 가시적인 성과는 요원한 것 같다.


이 내용을 요즘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ChatGTP에게 물어보았더니 "이야기하신 내용은 국가폐암검진사업의 결과상담 시 금연을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검진 대상자가 금연하기까지 많은 과…"로 끊겼다.


비영어 질문에 대한 오류인지 아니면 ChatGTP도 마땅한 답이 없는 것인지, 여하튼 얻은 것이 없다. 우리가 매달 내는 건강보험료에서 조달되는 막대한 재원으로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폐암검진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기대효과에서 금연으로의 연계라는 말을 넣기에 왠지 쭈뼛거리는 것은 나 혼자만의 주저함일까?
 

 

글 / 김승모 인천세종병원 건강증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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