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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외제차 렌트비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뒤집은 판결로 '보험시장 혼란'

지방법원 하급심 "주행성능·디자인·브랜드 가치도 고려해 대차료 지급하라"
자동차보험 표준약관과 충돌..."대차료 인정기준은 배기량과 연식이 유사한 동급차량"
홍명호 변호사 "최근 판례는 '통상의 손해'를 보상하라는 자보 표준약관에 저촉"

 

【 청년일보 】 최근 차량 브랜드 등 무형의 가치 역시 대차료 산정에 고려해야 한다는 하급심 법원 판결이 보험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이번 판결은 차량에 대한 품위와 하차감 등 무형의 가치도 포함해 대차료를 산정해야 한다는 취지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이로 인한 혼란이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다한 외제차 수리비와 렌트비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분쟁은 수십년 간의 논의 끝에 일단락됐던 이슈다. 

 

지난 2010년 9월 금융감독원은 "일부 렌트업체에서 보험약관상 명확한 대차료 지급기준이 없는 점을 악용해 과도한 보험금을 청구하고, 불필요한 분쟁이 유발되고 있다"며 "대차료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2015년 7월에는 국회에서 공청회가 열렸고, 2016년 4월 정부는 장기간의 토론과 사회적 합의 끝에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함으로써 개선방안을 마침내 마련했다. 표준약관에는 대차료 인정기준을 "동급의 대여자동차 중 최저요금의 대여자동차를 빌리는 통상의 요금"이라고 규정하고, 여기서 '동급'이란 배기량과 연식 등이 유사한 차량이라고 명시했다.

 

이에 외제차 렌트비용을 동일 배기량, 동일 연식의 국산차 기준으로 지급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개정 표준약관이 시행되면서 대차료 분쟁은 크게 줄어들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하급심 법원 판결로 일부 교통사고 전문 렌트업체들의 배만 불리는 것은 물론, 결국 전체 소비자의 자동차보험료가 인상되는 악영향을 초래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하면서 대차료 분쟁이 마무됐지만, 최근 일부 하급심 법원 판결로 인한 '나비효과'에 대해 청년일보는 법무법인 도원의 홍명호 대표변호사를 만나 법조계의 고견을 들어보았다.

 

홍명호 변호사는 자동차 대차료에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까지 따져서 보상해야 한다는 하급심 판결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변호사는 자동차보험에서 대차료 이슈는 이미 10여년 전에 고급외제차를 똑같은 차량으로 렌트해 주는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다양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개선방안이 마련됐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2015년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주관 자동차보험 정책토론회에서 기승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싼 수리비와 렌트비, 법률제도 미비 등으로 고가차와 관련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고가 외산차와 충돌사고 시 국산차 운전자들은 경제적 위험에 노출될 개연성이 크다. 이에 보험소비자들은 실제 위험도 보다 높은 가입금액의 대물보험에 가입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홍명호 변호사는 2016년 4월부터 금융감독원이 고가차량 자동차보험 합리화를 위해 개정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시행되면서 대차료 지급기준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제도개선의 핵심은 "과거에는 자동차 사고시 모델과 배기량이 동일한 '동종' 차량으로 렌트할 수 있었지만, 약관개정으로 배기량과 연식이 유사한 '동급'의 렌트차량 중 최저요금의 차량으로 렌트를 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홍 변호사는 개정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의 법률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아주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배상책임보험은 민법의 손해배상법리가 적용되는 항목으로, 법률상 손해배상은 이미 발생한 손해의 공평성과 타당한 분배를 그 이상으로 하며, '통상의 손해'를 배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즉,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손해인 통상손해를 배상하는 것이 법의 원칙이며, 이러한 법리는 대차료 문제에 있어서도 당연히 적용되는 법논리이며, 피해자의 모든 주장을 법이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보험에서 사고로 인한 손해를 어느 정도까지 보상해 줘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은 자동차보험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참작해 결정해야 될 문제인데, 왜냐하면 과도한 보상은 결국 사회적 비용 증가를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보험 계약은 보험사와 가입자 사이의 개별적인 계약을 기초(사법상의 대원칙인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로 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가입, 보상하는 손해의 범위, 보험료 수준 등 대부분의 중요내용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일례로 자동차보험의 표준약관은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자동차보험 계약의 내용, 그 중 보상하는 손해의 범위까지 세세히 정부가 관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자동차보험 약관에서 최근 개정된 대차료에 관한 규정을 보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등록한 대여사업자에게서 차량만을 빌릴 때를 기준으로 동급의 대여자동차 중 최저요금의 대여자동차를 빌리는데 소요되는 통상의 요금"이라고 규정하고, 이때 동급이라는 말은 배기량과 연식을 기준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홍 변호사는 이 약관에 따른다면, 외제차라 하더라도 배기량과 연식이 비슷한 국산차를 기준으로 대차료를 지급한다는 것이고 금융감독원 역시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동차보험의 사회적 역할을 감안해 대차료는 임시적인 자동차의 사용가치를 충족하면 된다고 판단해 파손된 차량의 사용가치에 준하는 정도의 차량으로 대차를 해 주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명호 변호사는 자동차보험 대인배상책임의 입원료도 보험약관이나 법원 판례에서 6인실이나 4인실 비용을 '통상의 손해'로 인정하고 있다며, 만약 피해자가 본인 선택으로 1인실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4(6)인실과 1인실 사이의 사용료 차액은 피해자 본인 부담으로 하는 것이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장례비 경우에도 통상 인정되는 손해배상금액은 500만원 정도이며,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피해자 측이 부담하는 것처럼 '통상의 손해'를 초과하는 고가의 차량(특히 외제차량)을 렌트하는 경우 발생하는 차액은 본인이 부담하는 것이 법이 인정하는 정의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홍명호 변호사는 "지방법원 재판부가 자동차를 수리하는 동안 다른 차를 빌려탈 수 있는 대차료 손해와 관련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내려 보험업계는 물론 법조계조차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지방법원의 판결 요지는 외제차 파손으로 수리기간 중에 차를 빌리는 경우, 국산차 대신 동급의 외제차 즉, 차량의 배기량, 연식 외에도 '차량의 가액, 주행성능, 디자인, 브랜드 가치' 등을 고려해 급(級)에 맞게 대차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아마도 판결문에서 브랜드 가치를 언급한 것으로 보아, 차량 파손으로 수리를 하는 며칠이라도 외제차를 타는 품위는 지켜줘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는 일반인이 넘볼 수 없는 고가의 외제차를 타는 운전자는 그 외제차를 타면서 향유하는 무형의 감정, 디자인 비용까지도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의미가 되는데 일반 국민이 이를 납득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자동차 대차료를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까지 따져서 보상해야 한다는 지방법원의 판결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렌트카 사업자들의 유사한 소송이 줄줄이 제기돼고 있고, 마치 복사기로 판결문을 찍어내듯 '주행성능·디자인·브랜드 가치 등을 중요 요소로 고려'해 보상해야 한다는 판결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홍명호 변호사는 "최근 법원의 판결이 문제가 되자 국회에서도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보험업권에서도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안다"며, "예를 들어 차를 대여하지 않는 경우에는 현재 지급하는 교통비 수준을 상향 조정해 지급한다던지, 외제차나 고가차량의 연식에 따라 차별해서 비슷한 비용의 차량을 대여해 주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홍명호 변호사는 삼성화재 수석변호사, 보험법학회 학술이사, 국토해양부 채권정리위원,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부 대한법률구조공단 감사 등을 역임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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