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명일동 싱크홀 사고 현장.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416/art_17447946033757_393614.jpg)
【 청년일보 】 최근 전국 각지에서 지반침하, 일명 '싱크홀'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사고가 반복되자, 지자체들의 대응 체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 한복판 도심 사거리에서 지름 20m, 깊이 20m 규모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지나가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지반이 꺼지며 승용차가 통째로 빠졌고, 이 사고로 운전자와 동승자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9월 부산 사상구 도로에서는 지반이 붕괴되며 트럭 2대가 빠졌고, 강원도 강릉과 원주에서는 올해 초 각각 지반 침하와 도로 균열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16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총 2천85건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429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도(270건), 서울(216건), 광주(182건), 충북(171건), 부산(157건), 대전(130건) 등의 순이었다.
각 지자체와 국토안전관리원 등에 따르면 지반침하의 주요 원인으로 노후 하수관 손상, 지하수 유출, 시공 불량, 지하공간 개발의 증가 등을 꼽는다. 특히 강원도에서는 전체 사고의 46%가 노후 하수관 문제 때문으로 분석됐다. 인천 송도에서는 상수도관 파열이, 경기 양주에서는 신도시 조성 당시 우수관 시공 하자가 원인으로 드러났다.
경기도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반침하 사고의 원인 중 상·하수도관 손상이 42.6%로 가장 많았고, 다짐 불량(22.3%), 굴착공사 부실(14.8%) 등이 뒤를 이었다.
지하철이나 대심도 도로 공사 등 지반 공사의 급증도 지반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부산에서는 최근 3년간 사상∼하단선 지하철 공사 현장 인근에서만 14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부산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구간에서는 부실한 차수 공법과 집중호우가 겹쳐 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자체들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인공지능(AI) 기술과 지표투과레이더(GPR) 등 첨단 장비를 도입하고 있다. 서울시는 노후 관로 교체와 GPR 탐사를 중심으로 한 '지반침하 예방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우선 정비구역도' 및 '안전 지도' 제작에 나섰다.
제주도는 포트홀 중심으로 AI 탐지 장비를 운용 중이며, 울산시는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GPR 탐사와 천공 내시경을 통한 정밀 점검을 확대하고 있다. 부산시는 GPR 차량을 확충하고, 굴착 공사 현장에 실시간 자동 계측 시스템을 도입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사상∼하단선 공사 구간 1천100곳에는 지반 보강을 위한 그라우팅 공법을 적용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2020년 '경기지하안전지킴이' 제도를 도입해 지하 굴착 공사현장을 전문 인력이 직접 점검하는 체계를 운영 중이다. 연간 3차례 이상 취약 시기 점검을 실시하고, 시군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무 교육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장비 부족과 전문 인력의 부재가 문제로 지적된다. 전북도 내 14개 시군에는 GPR 장비가 한 대도 없으며, 충북은 저가형 장비만 보유하고 있는 데다 이를 다룰 전문 인력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이동규 동아대 재난관리학과 교수는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은 더 큰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라며 "민관이 머리를 맞대 안전성을 우선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