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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소용돌이에 갇힌 동남아…‘불가능한 선택’ 강요받는 신흥국들

시진핑의 동남아 순방…미국 견제 속 ‘중국과 연대’ 메시지 강화
고율 관세·중국산 저가 공세에 이중 타격…경제 구조 전환론 부상

【 청년일보 】 미중 무역전쟁의 격랑 속에서 신흥경제국인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불가능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압박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방위 대응 사이에서, 수십 년간 굳어진 동남아의 경제 구조가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최대 교역 파트너인 중국에 의존하면서도,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과의 관계를 동시에 유지해야만 경제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형국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3개국을 4박 5일 일정으로 순방하며 이 같은 현실은 더욱 분명해졌다.

 

이번 순방은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에 맞서 무역 전선을 구축하려는 시점에, 동남아 국가들과의 공조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순방 기간 내내 미국의 ‘압박’에 맞서 연대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동남아 각국은 시 주석을 극진히 환대하며 '레드카펫'을 깔았고, 보호무역주의와 패권주의에 반대한다는 중국의 주장에 일정 부분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동시에 미국과의 관세 협상도 이어가야 하는 입장이다.

 

실제로 베트남은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제품에 46%의 상계관세를 예고하자, 대미 관세 인하 의사를 밝히며 협상에 나섰다.

 

태국 역시 미국에 대한 수입 확대 및 투자 계획을 내세우며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텡쿠 자프룰 아지즈 무역장관은 시진핑 주석의 순방 직전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할 수 없고, 선택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자국 이익을 해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BBC는 이를 두고 “동남아 국가들이 미중 사이에 갇혀 선택의 여지 없는 결정을 강요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고, 보다 자립적인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민주주의·경제연구소의 도리스 리우 경제학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유예됐다 하더라도, 이미 피해는 발생했다”며 “이번 사태는 동남아 경제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단일 수출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구조 전환은 중장기 과제일 뿐, 당장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동남아 국가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수출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진 이들 국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경우,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매달 약 2백만 달러(약 28억원) 규모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액세서리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베트남의 한 기업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46%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사업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재앙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역전쟁 여파로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제품이 저가에 동남아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에도 우려를 나타내며 “중국 제품과는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는다. 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베트남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1기 행정부 시절인 2016년에도,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저가 중국산 제품이 동남아로 대거 유입되며 현지 제조업계에 큰 타격을 준 바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수면복을 제조하는 이스마 사비트리 사업가도 “인기 있는 옷을 한 벌에 7.1달러(약 1만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중국산 유사 제품은 그 절반 가격에 판매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우리 같은 소규모 기업들은 이미 압박받고 있다”며 “저가 중국산 제품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박윤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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