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순당 횡성양조장 주향로. [사진=국순당]](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729/art_17525644261682_cc3f55.jpg)
【 청년일보 】 "전통주를 다시 젊고, 새롭게"
국내 막걸리업계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오프라인 공간’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단순한 술 판매를 넘어, 브랜드 경험을 전면에 내세운 전통주 복합공간, 카페형 매장, 다이닝 플랫폼 등을 통해 MZ세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전략이다.
◆ 정체된 막걸리 시장…‘올드’ 이미지 탈피 위한 '체험 마케팅' 본격화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막걸리 시장규모는 5천754억원으로, 2020년(6천95억원) 대비 약 6% 감소했다.
막걸리 시장은 한때 ‘K-전통주’의 중심으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몇 년 새 정체기를 맞고 있는 모습이다. 주류산업 전반이 빠르게 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따라 건강·웰빙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전통주의 소비 기반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특히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슬로에이징(저속노화)’ 등 건강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며, 알코올 섭취를 줄이려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이는 막걸리처럼 당과 탄산이 있는 전통주 제품에 불리한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막걸리는 중장년층 중심의 ‘올드한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안고 있다.
이에 업계는 단순한 제품 경쟁을 넘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중심 마케팅, 브랜드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고객접점을 확대하는 등 이미지 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다.
◆ 국순당, 전통주 공장의 경계를 허물다…‘박봉담’ 오픈
국순당은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전통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다양화하고 있다.
올해 2월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박봉담’은 단순한 양조장이 아닌 ‘공장(Factory)’과 ‘공원(Park)’의 개념을 아우른 새로운 형태의 주류 공간이다. 기획·연구·개발·생산·출시·소통 전 과정을 소비자와 공유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옛 국순당 화성양조장 터에 다시 들어선 이 공간은, 전통주를 넘어 다양한 수제주와 어울리는 음식, 현장 체험까지 아우르며 ‘술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를 제안하고 있다.
국순당 관계자는 “박봉담에서 다양하고 특별한 술과 어울리는 음식, 소비자가 직접 맛볼 수 있는 체험 공간 등 술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직접 소통하며 경험해 보시길 권한다”고 전했다.
![국순당 박봉담 양조장 BI 및 출시 중인 다양한 주류 제품. [사진=국순당]](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729/art_1752564425614_93ddc6.jpg)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주향로(酒香路)’도 국순당의 대표적인 체험 공간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우리술 양조장을 견학할 수 있는 이곳은 첨단 설비로 자동화된 생산라인과 함께, 술을 빚던 전통 도구 전시, 신라 귀족들의 술자리 놀이기구인 '주령구 모형' 등 술의 역사와 현재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
도심 속 소비자와의 접점도 놓치지 않는다. 직영 주점 브랜드인 ‘백세주마을’은 서울 종각과 삼성에 위치해 전통주를 감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생(生)백세주, 복원주, 증류소주, 막걸리 등 다양한 우리술을 샘플러 형태로 제공하고, 각 주류에 어울리는 안주를 함께 제시하며 우리술 경험의 폭을 넓히고 있다.
◆ 지평주조, 막걸리 다이닝과 프리미엄화로 ‘세대 확장’
지평주조는 ‘지평양조장’과 한식 다이닝 ‘푼주(PUNJU)’를 통해 막걸리의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5월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100년 전통의 지평양조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연면적은 372.09㎡에 달한다.
지평양조장은 ‘Heritage Icon(헤리티지 아이콘)’을 콘셉트로,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지평주조의 장인정신과 브랜드 철학을 담은 공간이다.
방문자는 보쌈실, 종국실, 발효실, 양조실을 순차적으로 둘러보며 전통 막걸리의 생산 과정을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공간은 단순한 전시 이상의 체험형 구조로 설계돼, 술이 빚어지는 과정과 그에 담긴 기술과 철학, 건축적 지혜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특히, 지평양조장 한켠에 보존된 ‘집무실’은 한국전쟁 당시 UN군 프랑스 대대 사령부로 사용되던 공간이다.
프랑스군 수장이었던 몽클라르 장군이 실제 사용한 책상과 군기, 훈장, 타자기 등도 고스란히 남아 있어 술과 역사의 접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음에는 전통 막걸리에 어울리는 주안상이 곁들여져 미식과 문화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이달 초부터는 브랜드 철학과 양조 유산을 체험할 수 있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지평양조장은 100년 전통 양조 방식의 흔적을 간직한 브랜드의 뿌리이자,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문화유산 공간”이라며 “술과 이야기, 공간과 미식을 함께 즐기는 방식으로 브랜드 경험을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통 양조 방식에 사용된 옹기. [사진=지평주조]](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729/art_17525644265574_cf66ad.jpg)
이와 함께 2022년 서울 문정동에 문을 연 ‘푼주’는 프리미엄 한식과 전통주의 조화를 중심으로 한 다이닝 플랫폼이다.
막걸리를 활용한 오마카세와 디저트·커피 메뉴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전통주의 가능성을 확장 중이다.
◆ 서울장수, 망원동에서 즐기는 도심 속 막걸리 피크닉 제안
서울탁주제조협회 산하 서울장수주식회사(이하 서울장수) 역시 MZ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브랜드 체험 공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서울장수는 이미 서울 마포구 망원동 서울탁주제조협회 1층 홍보관에서 ‘도심 속 캠핑’을 테마로 한 막걸리 시음회와 체험형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서울장수가 지난 2023년부터 정기적으로 운영해 온 시음 프로그램으로,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실제로 서울장수는 지난 한 해 동안 약 3천명의 누적 방문객을 기록하며,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서 입지를 다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행사는 5~6월, 9~10월 두 차례에 걸쳐 총 4개월간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현재는 휴장 중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망원시장과 한강공원 인근 지역 특성을 반영해, 2030 세대와 MZ세대를 타깃으로 브랜드와의 접점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12월 진행한 ‘도심 속 캠핑’ 테마의 부스. [사진=서울장수]](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729/art_17525644242308_78a25f.png)
방문객은 ‘장수 생막걸리’, ‘월매’, ‘달빛유자’, ‘장홍삼 장수 막걸리’, ‘허니버터아몬드주’, ‘얼그레이주’ 등 서울장수의 제품을 시음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 출시된 신제품 ‘달밤장수’도 함께 선보이며, 막걸리 입문자부터 애호가까지 폭넓은 소비층의 취향을 아우르고 있다.
서울장수는 망원동 홍보관을 포함한 체험형 마케팅 외에도 감성 플레이버 막걸리 출시, 스트릿 브랜드 ‘오베이(OBEY)’와의 협업 한정판 공개 등 M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막걸리에 대한 젊은 세대의 접근성을 높이고, 전통주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서울장수 관계자는 “자사의 브랜드와 제품을 더욱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소비자와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막걸리 문화 저변을 넓히고자 한다”며 “매년 일정 기간 브랜드 홍보관을 운영해 방문 고객들에게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업계 “막걸리, 공간으로 젊어진다…브랜드 경쟁력의 관건”
이처럼 막걸리업계가 오프라인 공간에 집중하는 이유는 ‘브랜드 접점’이 곧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단순 유통채널 확보가 아닌, 브랜드 경험을 오프라인에서 풀어냄으로써 MZ세대의 관심과 충성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막걸리 공간 마케팅이 제품 자체의 차별화보다 더 강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막걸리는 한때 ‘아버지 술’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들어 브랜드 이미지와 경험 중심의 접근을 통해 MZ세대의 취향을 공략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며 “전통주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체험 공간을 확대하는 건 소비자와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시도는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장기적으로 막걸리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고, 한국 전통주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