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건설의 날 기념식이 열리는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 앞에서 건설산업 관련 노조 관계자들이 안전한 건설 현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835/art_17563452427297_3b41ba.jpg)
【 청년일보 】 산업 현장에서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기 위해 도입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산업재해 사망자는 여전히 매년 2천명 이상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법 시행 후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산재 사망은 줄지 않고, 처벌은 '솜방망이'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 역시 무죄나 집행유예가 대다수에 그쳐 법 집행의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8일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법 시행 이후 산재 사망자 수가 줄지 않았고, 처벌 강도 역시 법 취지에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재 사망자는 법 시행 전후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2020년 2천62명이던 산재 사망자는 2021년 2천80명으로 소폭 늘었고, 2022년에는 2천223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이후 2023년에는 2천16명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2천98명을 기록하며 여전히 매년 2천 명을 웃돌고 있다.
반면 재해자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20년 10만8천379명이던 재해자는 2021년 12만2천713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22년 13만348명, 2023년 13만6천796명으로 매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에는 14만2천771명까지 치솟아 불과 5년 만에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 시행 이후 지난달 24일까지 보고된 중대재해 건수는 모두 2천986건이다. 이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의심 사건'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은 1천252건이며,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건은 276건에 불과했다.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 처장이 28일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영향분석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835/art_17563480852613_7279f1.png)
특히 수사 지연은 두드러졌다. 노동부가 처리하는 사건의 절반, 검찰은 56.8%가 6개월 이상 걸렸는데 이는 일반 사건(10.3~14.6%)과 비교하면 최대 5배 이상 늦은 것이다.
재판으로 이어진 사건에서도 실효성은 부족했다. 검찰이 기소한 121건 가운데 1심 판결이 나온 사건은 56명에 불과했고, 이 중 6명(10.7%)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는 일반 형사사건 무죄율(3.1%)보다 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유죄가 선고된 50명 가운데 실형은 5명, 벌금형은 2명에 그쳤으며, 무려 42명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집행유예 비율이 85.7%로 일반 사건의 36.5%와 비교해 2.3배에 달했다.
법인에 부과된 벌금도 법 취지에 크게 못 미쳤다. 양벌규정이 적용된 사건의 평균 벌금액은 1억1천140만원이었지만, 20억원이 선고된 특이 사례를 제외하면 평균은 7천280만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법이 정한 상한선인 '10억원 이하 벌금'과는 큰 격차가 있는 수치다.
반면 영국의 '기업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ct)' 사례에서는 유죄 판결 시 평균 벌금액이 41만2천509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7억7천498만원에 달해 실질적인 억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입법조사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제도 보완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법 조항이 불명확하고 입증 요건이 과중한 데다, 기업들이 대형 로펌을 선임해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사건이 장기화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 처장은 최초의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영향분석 발표를 통해 "산업 현장에서 일하다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죽어도 평균 벌금 7천만원대라는 현실은 법의 입법 취지를 달성했다고 보기에 대단히 미흡하고, 현재까지 누적된 '수사 중(73%)' 사건들에 대한 조속한 처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위해 검찰, 경찰, 고용노동부가 협업하는 '중대재해처벌법 합동수사단'(가칭) 설치와 같은 적극적인 조치를 검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