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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우유, 소비는 '줄고' 수입은 '늘고'…유업계, 포트폴리오 재편 '속도'

지난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 22.9㎏...40년 만에 "최저치"
멸균우유 수입 5만1천t까지 '확대'…가격 경쟁력으로 '확산'
관세 철폐 앞둔 수입 우유…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 불가피
소비 감소·수입 확대에 '이중 부담'…유업계 실적 부담 가중
"학령인구 감소=시장 축소"…업계, 구조적 위기 인식 확대
수입 우유 확산에도 "신선도 경쟁력 여전"…대체 한계 지적
"A2·단백질·식물성까지"…유업계, 포트폴리오 다변화 '가속'
전문가 "유업계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긍정적 방향" 평가

 

【 청년일보 】 국내 흰 우유 소비가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수요 기반 약화 속에서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출산율 저하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전통적인 소비층이 축소되는 가운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 멸균우유 유입까지 이어지며 시장 환경 변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특히 소비 감소가 지속되면서 유업계 전반의 실적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업계는 기능성 제품 확대와 프리미엄 제품 강화, 비유제품 및 성인영양식 시장 진출 등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

 

25일 낙농진흥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2.9㎏으로 전년(25.3㎏)보다 9.5% 감소했다. 이는 흰 우유 소비가 본격적으로 증가한 1980년대 후반 이후 최저치다.

 

흰 우유 소비량은 2021년 26.6㎏에서 2024년 25.3㎏으로 감소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들어 감소 폭이 확대되며 하락세가 더욱 뚜렷해지는 흐름이다.

 

이 같은 소비 위축의 배경에는 인구 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0명으로 전년 대비 소폭 반등했지만, 2005년 1.09명, 2015년 1.24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실제 학령인구 감소도 가시화되고 있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취학 대상 아동 수는 2020년 45만2천506명에서 올해 32만157명으로 약 29% 줄었다. 우유 소비의 핵심 수요층인 아동 인구 감소가 구조적인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산 우유 유입도 시장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멸균우유 수입량은 2019년 처음 1만t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5만1천t까지 확대됐다.

 

멸균우유는 유통기한이 길고 보관이 용이한 데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베이커리와 카페 등 기업간거래(B2B) 채널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향후 수입 우유 비중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월 미국산 우유 관세가 철폐된 데 이어 7월에는 유럽산 우유 관세까지 사라질 예정으로, 가격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소비 감소와 수입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주요 유업체들의 실적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91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감소했고, 매일유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703억원에서 600억원으로 14.6% 줄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52억원을 기록하며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최근 몇 년간 적자 기조를 이어왔던 점을 감안하면 회복세는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빙그레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883억원으로 전년 대비 32.7% 감소했다.

 

실제 유업계는 아동·청소년 인구 감소는 단순한 수요 감소를 넘어 시장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급식 등 일부 소비 기반 축소가 실제 물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아동·청소년 인구 감소는 유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인 변화"라며 "급식 중심 소비에서 가정·1~2인 가구·시니어층 등으로 소비 접점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흰 우유 소비의 핵심 축이 줄어드는 것으로 시장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유제품 중심 사업 구조를 가진 기업일수록 어려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남양유업도 유사한 입장을 보였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출산율 감소에 따른 학급 인원 축소로 아동·청소년층 우유 섭취가 감소하는 추세"라며 "소비층 변화에 맞춰 단백질 음료와 발효유 등 기능성 제품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빙그레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영유아 및 청소년이 주요 소비층인 만큼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로 우유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입산 멸균우유 유입 확대가 국내 우유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멸균우유는 가격 경쟁력과 보관 편의성이 있지만 맛과 신선도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다"며 "우유는 신선도가 중요한 제품인 만큼 소비자들이 살균유를 선호하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멸균우유 관세가 0%로 인하됐지만 국산 우유의 신선도와 품질 경쟁력을 고려할 때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국산 우유의 '신선도'와 '품질 신뢰도' 등 강점을 기반으로 체감되는 영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멸균우유 등 수입산 우유는 가격적으로 국내 우유 보다 메리트가 있긴 하지만 맛이나 영양 등의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다"며 "멸균우유 수입량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아직 국산 흰우유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일유업 관계자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개인 카페, 소규모 베이커리, 일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수입 멸균우유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향후 관세 철폐 시 수입산 비중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각 업체들은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우유는 A2 우유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저지우유 기반 디저트 제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A2우유를 활용한 가공유와 발효유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정교한 브랜드 전략을 통해 정체된 국내 우유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라며 "저지(Jersey)우유 등 고품질 원유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비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프리미엄 디저트 제품군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유업 역시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우유, 발효유, 분유 등 기존 제품군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성인영양식 브랜드 '셀렉스'를 통해 단백질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균형영양식 '메디웰'을 앞세워 장노년층 영양 시장 공략에도 나서는 한편, 해외 사업 역시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유기농·락토프리 우유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식물성 음료와 성인영양식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성인영양식 셀렉스를 중국 최대 온라인 헬스케어 플랫폼인 '징동헬스(JD Health, 京东健康)'에 단독 브랜드관으로 공식 입점하고,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낼 방침"이라고 전했다.

 

남양유업은 기능성 제품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원유 소비 확대를 위해 락토프리 제품을 중심으로 고단백·저지방·고칼슘 등 기능성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발효유 부문에서도 무첨가·유당 제로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단백질 음료도 함량과 제형의 다양화를 통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빙그레는 기존 주력 제품 중심 전략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당사는 가공유와 발효유가 주력인 만큼 해당 제품과 브랜드를 중심으로 판매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과 관련해 전문가는 소비 감소의 구조적 요인에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유의 주 소비층인 초등학생 인구가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우유 소비도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과거부터 지속돼 온 구조적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카페 등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멸균우유 사용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유업계가 추진 중인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고령화로 골다공증 예방 등 영양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우유 수요 확대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소화 문제 등으로 실제 섭취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령층이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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