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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여건은 더 악화됐는데...농협보험사들, 농업지원금 납부액에 '허덕'

농협생명·손보, 최근 2년간 당기순이익보다 농업지원사업비 납부액 더 많아
업계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지적..“자본 확충 등 감안 납부 유예·감면 필요성”
금융당국도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 "농업지원사업비 완화방안 마련해라" 권고
농협중앙회 "유예 및 감면 조항 있으나, 두 보험사 경영 위기로 볼수 없다" 일축

 

【 청년일보 】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 등 농협중앙회의 보험 계열사들이 최근 2년 동안 벌어 들인 이익보다 더 많은 금액을 ‘농업지원사업비(구 명칭사용료, 이하 농업지원금)’로 농협중앙회에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협생명은 지난 2018년 1000억원대 적자에도 불구 농협중앙회에 납부한 농업지원금은 무려 600억원 이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자본 확충이 시급한 보험업계의 현실을 감안해 농협중앙회가 두 보험사의 농업지원금 납부를 유예 또는 감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중앙회의 정관에도 농업지원금 납부 납부 유예·감면 조항이 있으나, 정작 중앙회측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 두 보험사는 농협중앙회에 농업지원금 명목으로 각각 761억원, 108억원씩을 납부했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133억원(21.1%), 25억원(30.1%) 늘어난 규모다.

 

농협중앙회는 농업협동조합법 제159조의2에 의거, 농협이나 NH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법인에게 매출액의 최대 2.5%를 농업지원금으로 거둬들이고 있다.

 

농협생명·손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각각 401억원과 68억원이다. 즉 두 보험사들이 납부한 농업지원금이 한해 거둬들인 당기순이익보다 더 많은 셈이다. 업계에서 농협중앙회가 계열사들을 통해 과도하게 수입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농협생명은 지난 2018년 114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그 해에만 총 628억원의 농업지원금을 농협중앙회에 납부한 바 있다. 또한 2018년 당기순이익이 불과 20억원이었던 농협손보 역시 그 해 농협중앙회에 무려 83억원을 농업지원금으로 납부했다.

 

농협생명·손보가 최근 2년간 당기순이익보다 농업지원금으로 더 많은 금액을 납부하고 있는 것은 납부 기준이 이익이 아닌 매출액을 기준으로 납부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농업지원금 산출 기준이 이익이 아닌 매출과 연동되기 때문에  이익은 줄어도 매출만 늘리면 납부 금액이 늘어나는 구조다.

 

농협중앙회 정관에 따르면,  농업지원사업비는 당해 매출액에 직전 3년간 평균 매출액(금융·보험사인 경우 영업수익)에 따른 ‘부과율’을 곱해 산출, 책정된다.  부과율은 영업수익 구간별로 ▲10조원 초과 시 1.5%초과~2.5% 이하 ▲3조원 초과 10조원 이하 시 0.3%초과~1.5% 이하 ▲3조원 이하 시 0.3% 이하로 정해진다.

 

농협생명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연간 영업수익이 10조원을 넘었고, 농협은행과 더불어 2018년부터는 부과율의 최대치인 2.5%를 적용받고 있다. 농협손보는 직전 3년 평균 영업수익이 3조원을 초과한 지난 2018년부터 1.5%의 부과율을 적용받는 중이다.

 

두 보험사의 경우 농업지원금을 산출할때 실제 회계상 영업수익이 아닌 수입보험료 등을 제외한 ‘조정영업수익’에 부과율을 곱하기 때문에 절대 금액이 은행 만큼은 많지 않다. 하지만 두 보험사의 최근 당기순이익 수준을 감안하면 상당히 과도한 금액이란게 중론이다.

 

게다가 농업지원금은 회사의 영업 외 비용으로 구분돼 자기자본을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보험사의 자산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앞서 지난 2017년 금융감독원은 농협생명에 농업지원사업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당기순이익과 지급여력비율(RBC 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농업지원금이 자본적정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생명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은 192.74%로 금융당국의 권고수준인 150%보다는 높지만 생보업계 평균치인 301.21%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농협손보의 RBC비율(200.43%) 역시 손보업계의 평균치(252.87%)보다 낮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오는 2022년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이 예정돼 있어 보험사의 자본 확충이 중요한 이슈가 된 상태"라며 "이 같은 상황에 농협생명과 농협손보는 오히려 자본이 빠져나가고 있어 우려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가 농협생명·손보의 어려운 경영여건을 감안해 두 보험사의 농업지원금 납부를 당분간 감면 또는 유예해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정관에는 ‘부과대상 법인에 중대한 경영위기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규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부과금액을 감면하거나 납부를 유예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따라서 보험업계가 직면한경영여건을 감안하면 두 보험사의  농업지원금에 대한 재조정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농협중앙회는 현재 두 보험사의 경영여건이 위기라고 볼 수 없는 만큼 농업지원금에 대한 재조정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농협중앙회 내부 관계자는 “정관상 사업비 감면 및 납부 유예가 가능하다"면서 "그러나 농협생명과 농협손보 두 회사가 지금 당장 ‘중대한 경영위기’라고 볼 만큼 위급한 상태라고 판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정재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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