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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후보물질 '부자' 유한양행, 글로벌 50대 제약기업 도전장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잭팟'···기술 수출 수입을 연구개발(R&D)에 재투자 '선순환'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렉라자···연매출 10억 달러 올리는 블록버스터 신약 기대

 

【 청년일보 】 유한양행은 창업주 고(故) 유일한(柳一韓) 박사의 이름에서 따온 '유한'과 세계로 통한다는 뜻의 양행(洋行)을 합친 사명이다.

 

유일한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모범적인 기업인,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대표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의 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약회사를 설립하고, 광복 직후에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초대 회장을 지냈다. 기업 운영에 있어서는 윤리 경영, 성실 납세, 이윤의 사회 환원을 추구했다. 

 

특히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으며,  문어발식 확장도 하지 않는다. '착한 기업'의 대명사인 셈이다. 18년 전 한국능률협회가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을 뽑기 시작한 이후 한 번도 제약부문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은 이유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4년 국내 제약업계 처음으로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이후 눈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글로벌 무대로 경쟁의 장을 옮겨 글로벌 50대 제약기업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지난해 유한양행의 매출은 1조6199억원이다. 이를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26년까지 4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지난 2019년 현재 글로벌 제약사 매출 50위에 오른 인도 오로빈도파마의 매출은 3조1548억원인 만큼 5년 안에 매출을 지난해 대비 2배 가량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은 목표다. 현재 100위권인 세계 랭킹을 5년 동안 50계단이나 올라가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다. 신약 후보물질을 30개나 들고 있기 때문이다. 

 

연매출 10억 달러를 올리는 의약품을 블록버스터 신약이라고 하는데, 블록버스터 신약도 바로 이 같은 신약 후보물질에서 나온다. 신약 후보물질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미래 먹거리'를 넉넉하게 마련해 두었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블록버스터 신약 하나만 제대로 개발해도 매년 수천억원을 10년 넘게 벌어들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연매출 1조원도 가능하다. 

유한양행에서 꼽고 있는 기대주는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렉라자’다. 이미 3년 전에 1조4000억원을 받고 미국 얀센에 기술을 수출한데다 올초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1번째 국산 신약 허가도 받았다. 치료 효과와 시장성을 한 차례 검증받았다는 의미다.

 

폐암은 폐를 구성하는 조직 자체에서 암세포가 생겨난 원발성 폐암과 암세포가 다른 기관에서 생긴 뒤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폐로 옮겨 와서 증식하는 전이성 폐암으로 나뉜다. 또한 암세포 크기가 작아 현미경으로 확인해야 하는 소세포(小細胞)폐암과 그렇지 않은 비소세포(非小細胞)폐암으로 구분되는데, 폐암의 80~85%는 비소세포폐암이다.

 

렉라자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글로벌 임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머지않은 시기에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에서 처방된다. 현재 렉라자만 단독으로 쓸 때의 효과와 렉라자와 얀센의 항암 신약 '아미반타맙'을 함께 쓸 때의 약효를 각각 알아보는 추가 임상을 하고 있다.

 

렉라자는 3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분류된다. 대다수의 폐암 환자는 비소세포폐암을 앓고 있고, 이 가운데 30~40%는 EGFR 돌연변이 진단을 받는다.

 

이런 환자에게 1, 2세대 치료제를 사용하면 절반 이상이 약에 내성이 생겨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 렉라자는 이런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치료제다. 뇌혈관장벽(BBB: blood-brain-barrier)을 통과할 수 있어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 환자에게도 우수한 효능을 보인다.  

 

현재 3세대 돌연변이형 EGFR 폐암 치료제 시장의 맹주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다. 연매출이 5조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임상 결과 렉라자의 효능이 타그리소에 못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돌발 변수만 없다면 렉라자가 연매출 1조원이 넘는 국내 첫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렉라자 매출이 타그리소의 절반만 돼도 유한양행의 로열티 수입이 매년 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한양행은 신약 후보물질 '부자'다. 유한양행이 갖고 있는 신약 후보물질에는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52억원을 받고 기술 수출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길리어드에 8800억원을 받고 기술 수출한 또 다른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가 있다.

 

또한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도입한 알레르기 치료제, 자체 개발한 비만 치료제, 성균관대와 공동연구하고 있는 중추신경제(CNS) 치료제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기술 수출 '대박'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유한양행의 신약 후보물질이 풍성해진 배경에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바이오 벤처의 지분을 매입하고, 이들이 보유한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는 얘기다. 30개 후보 신약물질의 절반 가량을 이렇게 모았다. 렉라자도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인 제노스코가 발굴한 물질을 유한양행이 다듬은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유한양행에 '잭팟'을 안겨 주었다. 지금까지 40개 바이오벤처에 4374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들 기업의 현재 가치가 8000억~9000억원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올해 연구개발(R&D) 투자금액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의 2225억원보다 20% 가량 늘어날 것”이라며 “기술 수출로 벌어들인 수입이 다시 R&D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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