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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증권가 주요 이슈] 시총 10위권 종목서 백미로 뽑힌 카카오 '파죽지세'...증권가, SK이노 액면분할에 "의견분분" 外

 

【 청년일보 】 지난주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분할 검토에 대한 증권가 의견이 분분했고, 시가총액 10위권 내 종목에서 백미로 평가받는 카카오의 주가가 파죽지세다.

 

크래프톤이 금융당국의 규제 압박에 공모가를 조정했고, 증권사들이 코스피 상단치 상향조정에 나섰다.

 

아울러 운용업계가 액티브 ETF에 주목하면서 후발주자의 역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는 한편 유통맹주·승자의 저주 등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의 인수를 둘러싼 다양한 전망이 제기됐다. 

 

◆ 'SK이노 배터리 분할' 증권가 '의견 분분'

 

SK이노베이션이 지난 1일 분할 소식에 주가가 크게 하락. 회사 측은 배터리 사업 부문 분사를 공식화. 이에 증권가는 단기적 하락 후 반등할 것이라고 봤지만 일각에선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봤음.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개최된 중장기 전략 발표 행사에서 분할을 공식화. 김 총괄사장은 "배터리 사업 성장을 위해 상당히 많은 자원이 들어가는데 재원 조달 방안의 하나로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음.

분할이 진행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은 신규사업을 발굴하고 인수합병(M&A) 등을 진행하는 지주회사 역할에 집중하는 순수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될 것으로 보임.

다만 분할 방식에 대해선 결정된 바가 없음. 앞서 물적분할한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사례를 살펴봤을 땐 인적 분할이 아닌 물적 분할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배터리 사업의 나스닥 상장 가능성도 언급. 김 총괄사장은 "주 사업 기반이 있는 지역에서 상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데 나스닥 상장이나 국내 동시 상장도 옵션으로 놓고 검토하겠다"고 설명.

이날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8.8% 하락했지만 증권가는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봤음. 지난해 9월 물적분할 및 신설법인(LG에너지솔루션) 설립 계획을 밝힌 LG화학의 흐름과 유사하다는 분석이었음.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이 저점매수의 기회일 수 있다"며 "분할 이슈는 장단점이 모두 있는데, 지금 투자자들이 단점만 바라보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

이어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배터리 사업 가치가 유의미하게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오히려 이번 분할은 배터리 사업이 재평가될 수 있는 기회"라고 진단.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달라진 건 없고 오히려 좋게 봐야 한다"며 LG화학도 물적분할 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했지만 다시 회복했다"고 말했음.

황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정유화학, 윤활유쪽만 해도 영업가치가 20조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지분가치도 현재 주가 기준으로만 12조원으로 배터리 가치가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며 "분할 후 지주회사 디스카운트가 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주가는 저평가된 상황"이라고 평가.

일각에선 LG화학, 만도 등 물적분할을 경험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음. 만도는 지난달 물적분할을 진행했고, 당일 주가가 11% 넘게 폭락.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도 물적분할 이슈 이후 소폭 회복했지만 여전히 주가가 예전같진 않다"며 "그러니 시장에선 배터리 분사 얘기와 나스닥 상장 얘기까지 나오니 '더 가져갈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IPO를 투자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음.

또한 "일부 반등은 있을 수 있겠지만 당분간은 최근의 LG화학과 비슷한 흐름을 보여줄 것 같다"며 "앞으로는 수급이 쏠릴 LG에너지솔루션을 보는 게 더 좋은 투자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들은 '성장하고 있는 사업을 합쳐 키우지 않고 계속 분할한다'고 느낄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선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비가 필요해 분할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선 가치훼손이라고 느껴질 것"이라고 봤음.

한 증권가 관계자도 "LG화학과 소송부터 배터리 분사까지 SK이노베이션측이 주주들과의 소통이 잘 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적분할로 투자자금을 유치해 공격적으로 성장하면 주가는 회복될 수 있겠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어렵다는 걸 염두에 두면 좋을 것 같다"고 밝힘.

 

◆ 카카오뱅크, 비교대상 선정기업 논란 왜?

 

카뱅이 어떤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 기업가치를 책정했는지에 관심이 쏠림. 기업공개(IPO) 대어로 관심을 끌었던 하이브(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크래프톤 등이 비교 기업의 적정성 논란을 일으키며 공모가 거품 지적을 받았기 때문.

 

카뱅이 들고 나온 4개 금융사는 그동안 국내에도 좀처럼 알려지지 않았던 기업들이라 더욱 흥미를 끌었음.

지난달 28일 카카오뱅크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비교 회사로 선정된 곳은 미국의 로켓 컴퍼니스, 브라질의 파그세구로 디지털, 러시아의 TCS그룹 홀딩스, 스웨덴의 노르드넷 등 4곳. 다양한 국적에 국내에는 비교적 생소한 기업.

 

당초 인터넷은행으로 카뱅보다 업력이 앞서고 보다 잘 알려진 중국의 위뱅크와 마이뱅크, 일본의 세븐뱅크와 라쿠텐은행, 영국 아톰은행 등은 모두 제외.


카뱅은 금융권의 전통적인 기업가치 평가 기준인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로는 자신들의 가치를 온전히 드러낼 수 없어서라는 입장.

 

카뱅은 증권신고서에 밝힌대로 모바일 기반의 영업 특성상 기존의 전통적인 은행권과는 달리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높은 접근성과 확장성을 기반으로 출범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

카뱅은 자신들이 은행 라이센스를 받았지만 플랫폼 기반의 영업을 하고 있는 만큼 기존 금융주의 PBR 밸류 외에 플랫폼 가치를 더해야만 적정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생각.

 

실제로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지주사인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의 PBR은 0.37~0.52배 수준으로 1에도 미치지 못함. PBR이 1 미만이라는 것은 기업 가치보다 주식의 평가가 그만큼 낮다는 것을 의미.

카뱅이 비교대상으로 삼은 4개 회사는 모두 인터넷은행,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융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혁신 금융기관.

 

◆ 고공질주 카카오...시총 10위권 종목서 백미

 

코스피 지수가 올해들어 15% 가량 상승하며 전인미답의 3300선 마저 뚫었음. 그렇다면 올해 상반기(1~6월) 종목별 명암은 어땠을까.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중 효성티앤씨가 올해 상반기 주가 상승률 1위(306.68%)에 올랐음. 지난달 25일 종가가 85만2000원으로 지난해말 20만9500원의 4배 수준으로 치솟았음. 이로써 시가총액은 3조6872억원으로 불어나며 코스피 순위 92위에 이름을 올렸음.

시가총액 상위 100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효성그룹 계열인 효성첨단소재(188.89%), 효성화학(117.68%)도 100% 넘는 상승률을 기록. 이른바 '효성 3인방' 활약에 힘입어 효성그룹 시가총액은 지난해말 5조1927억원에서 지난달 25일 기준 10조6671억원으로 껑충 뛰었음.

'흠슬라'로 불린 HMM(옛 현대상선)이 주가 상승률 213.47%로 2위를 차지. 주가 급등으로 지난해말 기준 62위에 머물렀던 시가총액 순위는 27위로 올랐음.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도 두배 수준(102.43%)으로 상승.

시가총액 10위권 중에선 단연 카카오가 '뜬 별'. 주가가 100.19% 상승하며 현대차, LG화학, 네이버를 차례로 꺾으며 시가총액 3위 자리를 꿰찼음. 코스피가 올해 1월 3200선을 밟은지 6개월만에 3300선을 돌파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음.

BTS(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 주가도 두배(100.11%)로 올랐음. BTS, 세븐틴 등 주요 아티스트의 음반 판매 호조, 팬덤 플랫폼 위버스의 성장, 세계적인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 등의 소속사인 이타카 홀딩스 인수 등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

반면 반면 셀트리온, SK바이오팜, 신풍제약, 녹십자 등 주요 바이오주는 코스피 상승률에 크게 못미치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음.

지난해 상장 대어였던 SK바이오팜 주가는 27.38% 하락. 또 셀트리온(-26.35%), 신풍제약(-24.23%), 녹십자(-17.65%) 등도 두자릿수의 주가 하락률을 나타냈음.

지난해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 60위권을 유지했던 SK케미칼 주가는 40만1500원에서 26만1000원으로 35% 하락했고, 지난해 말 시가총액 100위권 내에 포함됐던 더존비즈온도 21% 내려 100위권 밖으로 밀렸음.

 

◆ 크래프톤 백기 "공모가 조정"

 

국내 대표 게임기업인 크래프톤이 상장 공모가격을 낮추기로 했음.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 요구까지 받자 한 발 물러섰다는 평가. 조정한 가격을 내세워 흥행에 성공할지 주목.

크래프톤은 1일 수정한 상장 계획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금감원에 제출. 이 회사는 당초 45만8000~55만7000원로 제시했던 희망 공모가격 범위를 40만~49만8000원으로 변경.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19조5590억~24조3510억원이 될 전망.

 

맨 처음 제시한 예상 몸값(최대 28조8337억원)보다 4조5000억원가량 낮은 수준. 크래프톤은 고심 끝에 높은 몸값 대신 상장 이후 주가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짐.

증권신고서 정정문제로 증시 입성시기가 한참 밀릴 수 있다는 부담도 공모가 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해외 투자자에 제공하는 증권신고서에 포함된 재무제표를 작성한 날로부터 135일 안에 상장절차를 마쳐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음.

 

‘135일 룰(Rule)’로 불리는 이 규정상 크래프톤은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3월31일로부터 135일이 지난 오는 12일까지는 상장을 마무리해야 함. 그렇지 못하면 상반기 재무제표를 다시 제출하고 상장 절차를 밟아야 함. 이달 말로 예상했던 상장시점이 9월 이후로 밀릴 수 있음.

바이오기업 SD바이오센서가 금감원 정정 요구를 받고 희망 공모가격을 당초보다 40%나 낮춘 데도 135일 룰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 SD바이오센서는 지난달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한 직후 희망 공모가격 범위를 6만6000~8만5000원에서 4만5000~5만2000원으로 조정.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중복청약 금지제도가 시행되는 6월20일 이전에 증권신고서 효력을 발생시키느냐도 중요했겠지만 135일 룰로 인한 상장 일정 연기 가능성이 더 신경이 쓰였을 것”이라고 말했음.

공모주시장에선 당분간 상장을 코앞에 둔 기업들이 깐깐해진 금감원 눈치를 더욱 보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옴. 증권신고서를 고치느라 상장 일정이 미뤄지면 자칫 시장 분위기가 나빠졌을 때 투자자를 모집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

 

4분기 이후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유출로 증시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음. 크래프톤과 SD바이오센서 외에도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HK이노엔, 한컴라이프케어, 바이젠셀 등이 늦어도 8월에는 증시 입성을 마무리하려고 하고 있음.

 

◆ '파죽지세' 코스피...목표가 '상향조정'에 나선 증권사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우려를 딛고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초로 3300선 고지마저 점령. 아슬아슬한 사상 최고가 행진 속에서 2분기 증권사들의 투자의견과 목표가는 상향 쏠림이 심화되고 있음.

특히 코스피지수가 1680~2200선이던 지난해 2분기에 비해서도 투자의견 하향은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음. 시장 상황에 따른 뒷북 조정이라는 비판도 제기.

 

지난달 2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월 이후 지난달 25일까지 증권사들이 발간한 보고서는 4192건.  이중 투자의견 조정(상향 혹은 하향)은 93건으로 전체 발간 보고서의 2.2%. 이마저도 상향이 48건, 하향이 45건으로 투자의견 상향이 우위.

지난해 2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에 3월 폭락한 이후 저점을 찍고 회복되던 시기. 지난해 2분기 코스피지수는 1680~2200선을 오르내렸음.

지난해 2분기 증권사들이 발간한 보고서는 4175건이었고, 이중 투자의견 조정(상향 혹은 하향)은 131건으로 집계. 올 2분기(93건)보다는 40.8%나 많은 수준. 특히 작년 2분기엔 투자의견 하향이 86건으로 상향(45건)보다 91% 가량 많았음.

목표주가 조정은 더 격차가 커짐. 올 2분기 목표가 조정 보고서는 1631건이었는데, 이중 상향이 1399건(85.8%)이었고, 하향은 232건(14.2%)에 그쳤음. 지난해 2분기엔 목표가 조정 보고서 1709건 중 목표가 하향이 726건(42.5%)으로 상향 983건(57.5%)과의 차이가 크지 않았음.

이 때문에 주가 상승기에는 모두가 목표가를 올리면서 투자의견 하향을 미루고, 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시기에 후행적으로 목표가나 투자의견 하향에 나선다는 것. 지난해 2분기엔 3월 폭락장을 예상 못했던 만큼 목표가와 실제 주가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뒷북 조정에 나섰다고 했음.

 

이처럼 ‘매도’나 ‘보유’로의 투자의견 하향이 쉽지 않은 문화인데다 아직 고공행진 중인 증시상황 속에서 투자의견을 낮춘 종목에 더 관심이 쏠림.

지난 4월 이후 25일까지 석 달간 투자의견이 낮아진 종목은 단 45개사(중복포함)에 그쳤음. 중복을 제외할 경우 34개사로 더 줄어듬.

2분기에 투자의견이 낮아진 종목 중엔 흠슬라(HMM+테슬라)로 불린 HMM을 비롯해 한전KPS, 팬오션,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해양 등 해운과 조선주 다수가 이름을 올렸음.

SKC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아졌고, 포스코케미칼(, LG디스플레이, 농심, 롯데쇼핑, 한샘, 한온시스템 등도 포함. 데브시스터즈와 컴투스도 투자의견이 낮아졌음.

특히 한화생명, 한국전력, 코스맥스, 메리츠증권, 만도, 메리츠화재의 경우 2곳 이상의 증권사에서 투자의견을 하향.

한국전력은 6곳, 만도는 3곳의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낮췄음. 한국전력은 3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무산된 영향이 큼. 한전과 산업부는 3분기에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시행을 보류하고 전기요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음. 코로나 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에 대한 부담이 주요인으로 꼽힘.

 

코스피 시총 상위에 포진한 전기/전자와 운수장비가 고점 경신기간동안 횡보를 거듭해왔고, 외국인 매수세 유입 가능성이 높아 이들의 소외국면도 해소될 수 있다는 판단.

 

◆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 시급한데...법안 통과는 하세월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가 오는 29일(잠정)로 미뤄졌음. 이 회의가 열려야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 등을 담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하 개정안) 심사가 이뤄지는데 올들어 특별한 이유 없이 회의가 연기된 게 한두번이 아님.

연말부터는 국회 논의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음.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면 상임위원회 활동이 뜸해짐. 그 전에 법안 심사를 서둘러야 하는데 업권별 밥그릇 싸움이 만만치 않음.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수익률 개선에 있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원리금보장형'(예금 등)의 수익률은 1.68%에 그친 반면 펀드와 같이 운용성적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실적배당형'의 수익률은 10.67%를 기록.

 

문제는 노후를 책임질 중요한 자금 대부분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묶여 있다는데 있음.

 

이를 손보기 위해 지난 19, 20대 디폴트옵션 도입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무산. 21대 국회가 들어선 후 올초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디폴트옵션 조항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

개정안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회 문턱을 넘는가 했는데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음.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월 디폴트옵션 대상에도 '원리금 보장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호하고 노후 소득에 대한 안정적인 수급권을 확보하기 위해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포함해 달라는 보험, 은행업계의 바람이 반영.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원리금 보장 상품이 포함되면 디폴트옵션 도입 의미가 퇴색돼 퇴직연금 수익률 향상이라는 대의가 훼손될 수 있고 우려. 업계 관계자는 "금융전문가 출신인 윤 의원이 누구보다 디폴트옵션에 대한 이해가 높은데 이런 법안을 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음.

결국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 업계는 여당 안을, 은행권·보험업계는 야당 안을 지지하는 꼴이 됐음. 업권 다툼이 여야 간 대립으로 이어지면서 디폴트옵션제도 도입은 더 꼬이게 됐음.

결국 답답한 이는 국민. 디폴트옵션이 10년 넘게 국회 벽을 넘지 못하는 사이 퇴직연금 수익률은 1~2%에 머물고 있음. 더구나 제도 도입이 지지부진한 사이 우리나라는 고령사회에 접어들었음. 4년 뒤인 2025년 초고령화사회 진입이 확실시. 퇴직연금 관련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이유.

퇴직연금 제도의 한계 개선과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 디폴트옵션의 법제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함. 초고령화시대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노후 안전판이 될 디폴트옵션 도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음.

 

◆ 크래프톤·카뱅에 "공모주 시장 광풍"

 

지난달 16일, 크래프톤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자 증권가는 들끓었음. 투자자들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은 공모가를 제시한 까닭. 다음날 카카오뱅크가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자, 다시 증권가는 술렁였음.

 

카카오뱅크가 '합리적 공모가'로 크래프톤과 비슷한 시기에 공모를 진행하면, 시장 논리로 자연스레 '악당 크래프톤'을 심판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서였음.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시장의 기대만큼 기민하게 움직이지 않았음. 크래프톤과 2주 정도 일정에 거리를 두는 방법을 택했음. 나쁜 판단은 아니었음. 오히려 앞선 공모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공법에 가까웠음.

 

한정된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두고 크래프톤과 IR(기업설명회) 일정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음. 이뤄지지 않을 듯 했던 '빅 매치'를 성사시킨 건 의외로 금융당국. 금감원이 지난달 25일 크래프톤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며 다시 판이 바뀌었음.

 

크래프톤은 정정신고서 제출일을 기준으로 공모 일정을 새로 짜야함. 카카오뱅크는 28일 증권신고서를 제출. 정정 요구로 인해 이미 일정이 꼬여버린 크래프톤은 이번주 안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한다는 계획. 2주 가량 차이 났던 두 거래의 공모 일정이 불과 3~4일 간격으로 크게 좁혀진 셈.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는 이제 기관을 비롯한 시장의 반응도, 공모 성적도, 자금의 흐름도 모두 서로를 강하게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음. 이미 카카오뱅크는 증권신고서에서 크래프톤을 반면교사 삼아 상당히 고심한 흔적을 드러냈음.

 

카카오뱅크는 무리해서 자신을 '플랫폼 기업'으로 포장하지 않았음. 금융회사 전통 가치산정식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썼음. 공모가 할인율도 주요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평균치를 산정해 적용. 크래프톤의 할인율이 낮다는 비판을 의식하는 듯한 모양새였음.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가치산정식이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음. 할인율까지 감안한 PBR 밴드가 3.1~3.7배라고 강조한 것. 증권가에서는 이미 한국금융지주 등 카카오뱅크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가치를 산정할 때 카카오뱅크의 PBR을 3.5배 정도로 간주하고 있었음.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솔직히 상단 기준 시가총액 18조5000억원이 절대 낮은 가격은 아니다"라면서도 "크래프톤에서 논란이 됐던 부분을 미리 다 해명하고 대비한 느낌이라 '이정도면 적당하네'라는 의견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음.

 

이제 공은 크래프톤으로 넘어왔음. 크래프톤도 정정신고서를 통해 언제, 어느정도의 가격으로 공모를 진행할 지 설정해야 한다고. 이젠 크래프톤이 카카오뱅크를 신경쓸 수밖에 없는 상황.

 

당장 문제는 청약 일정. 카카오뱅크는 7월 26~27일 공모를 진행. 중복 청약이 불가능하긴 하지만, 최근 트렌드라면 수십조원은 훌쩍 넘기는 자금이 몰릴 전망. 이 자금은 환불일인 29일까지 카카오뱅크에 묶이게 됨.

 

만약 크래프톤이 7월26~29일 사이 공모 청약일정을 고른다면 카카오뱅크와 제로-섬(zero-sum) 게임을 하자는 도전장이 됨. 자금 분산이 불가피하다는 말. 7월29~30일로 설정하면 카카오뱅크의 후광 효과를 받을 수 있음. 청약 환불자금이 고스란히 크래프톤으로 유입되는 그림이 그려짐.

 

물론 이는 크래프톤이 '공모가 고평가'라는 비판에서 벗어났을 때에나 가능한 일. 일부 주식 커뮤니티에서 '불매(미청약) 운동' 움직임까지 있었을 정도의 현 공모가를 고수한다면, 넘치는 유동성에도 흥행을 담보하기 어려움. 오히려 카카오뱅크와 공모 성적을 직접 비교당할 우려가 커짐.

 

카카오뱅크도 크래프톤의 움직임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 카카오뱅크 역시 비교기업 선정에 대한 잡음이 없지 않은 상황. 크래프톤이 작정하고 합리적인 공모가 산정식을 다시 들고 나온다면, 지금의 평판이 완전히 뒤바뀔 가능성이 생김.

 

한 자산운용사 공모주 담당자는 "두 대어의 미묘한 눈치싸움이 어떤 결과를 낳느냐가 하반기 공모주 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것 같다"고 말했음.

 

◆ 투기판 방불, 스팩 '주의보'

 

최근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주가가 폭등하자 국내 주요 기관들이 잇따라 보유 물량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음. 추격 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들과는 상반된 모습. 국내 스팩 주가가 과열 양상을 띄자, 일부 기관들은 아예 미국 스팩으로 관심을 옮겼음. 투기 시장으로 변질돼 투자엔 적합치 않다는 판단에서.

 

최근 스팩의 주가 폭등은 삼성스팩2호에서 비롯됐다는 분석. 2000원대에 머물던 삼성스팩 2호의 주가는 5월부터 폭등하기 시작. 메타버스 관련 기업인 엔피와 합병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 뒤이어 5월 21일 상장한 삼성스팩4호는 별다른 합병 이슈도 없이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

 

삼성스팩 뿐만 아니라 이름에 ‘스팩’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주가가 오르는 일까지 발생. SK4호, 5호 6호스팩, 신영스팩5호 등이 대표적.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고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자 오갈 데 없는 유동자금을 가진 개인투자자들이 스팩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옴.

 

실제로 최근 스팩 주가는 개인투자자의 매수세에 힘입어 올랐음. 삼성머스트스팩5호의 경우, 기관들은 지난 5거래일 동안 185억원을 매도한 반면, 개인들만 홀로 약 200억원을 순매수.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코인폭락장에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가 스팩 투자에 나서면서 주가가 올랐을 수 있다”며 “암호화폐가 폭락한 시점과 스팩의 주가가 올라간 시점이 비슷하게 맞물린다”고 말했음.

 

업계에서는 최근 합병 이슈가 없는 스팩의 주가 폭등은 투기에 가까운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음. 비상장 기업과 합병할 목적으로 설립된 스팩은 일반적으로 합병 대상이 정해지기 전까지 주가가 거의 움직이지 않기 때문.

 

한 금융권 관계자는 “스팩은 변동성이 크고 적정한 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워 규모가 큰 자산운용사에서는 투자를 하기 어렵다”며 “어느 기업과 합병을 할지 관련 정보력을 얻기도 어렵고 관련 리서치 조직도 없다”고 말했음.

 

국내 주요 기관들은 국내 스팩에는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 일부 기관은 최근 주가 급등세에 지분을 대부분 처분. 삼성증권은 지난 1일 신영스팩5호의 보유 물량을 전량을 매도. 신한금융투자도 SK6호스팩, 이베스트스팩5호 등 보유물량의 상당 부분을 매도.

 

운용사들은 오히려 국내보다는 미국 스팩에 투자하는 상품을 내놓는 추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 미국 SPAC 전문투자형사모 증권투자신탁 2호’를 내놓았고 신한자산운용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스팩에 투자하는 ‘신한미국스팩펀드’를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음.

 

또 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도 “국내 스팩은 수익률이 크지 않아 펀드 규모가 큰 대형운용사에서는 매력이 큰 투자종목이 아니다”라며 “미국은 시장도 더 크고 스팩 종목도 다양해 투자수요가 좀 있는 편”이라고 말했음.

 

일부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중소형 증권사·자문사들은 비교적 적극적으로 스팩 투자에 나서고 있음. 그러나 이들도 최근 스팩 주가가 급등하자 상당 부분 차익을 실현했다는 후문.

 

한 중소형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스팩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어느 정도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며 “합병 이슈로 삼성스팩 종목이 오르자 다른 스팩도 덩달아 오르며 스팩시장이 과열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함.

 

◆ 운용업계 액티브 ETF에 눈길, 후발주자 역전 '촉각'

 

전통적인 액티브 펀드의 부진과 상장지수펀드(ETF)의 성장이 지속되면서 운용업계가 액티브 ETF로 눈을 돌리고 있음.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ETF 시장 투톱 강자 외에도 다수 운용사가 관련 인력을 신규 채용하거나 조직을 정비하면서 액티브 ETF에 사활을 걸고 있음.

 

패시브 ETF 시장에선 선점 효과가 뚜렷하지만 액티브 ETF 시장에선 ‘성과’로 후발주자가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전략.

지수형 보다는 테마형과 섹터형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었다는 배경도 작용. 이에 지난달 동시 상장한 주식형 액티브 ETF 8종이 한달 동안 순자산 3000억원을 모으는 등 몸집을 키우고 있음. 다만 비교 지수를 상회하는 수익률을 낸 상품은 절반도 안됐다는 점은 아쉽다는 평가.

 

국내 액티브 ETF는 2017년 채권형을 시작으로, 2020년 주식형이 첫 상장.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까지 국내 상장 ETF는 총 485개로, 이중 올해 액티브 ETF는 26개(주식형 12개, 채권형 14개)에 불과. 자산 규모로 따지면 전체 59조9869억원 중 3조3700억원 수준.

 

하지만 올해 상장한 31개 ETF 중 12개(주식형 9개, 채권형 3개)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줌.

액티브 ETF의 관건은 ‘남들 보다 조금 더 버는’ 초과 수익률 달성에 있음. 주식형 액티브 ETF 대부분이 성장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음.

 

미국 ARK인베스트먼트의 ‘ARK Innovation ETF’(ARKK)이 대표적. 비교지수는 러셀 중형성장주 지수이나 ‘파괴적 혁신’에 가치를 두고 각종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ETF.

 

다수 투자자들이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고평가됐다며 포트폴리오에 담기를 망설일 때 테슬라를 10% 이상 편입해 지난해 150%에 육박하는 수익을 낸 상품. 상반기 기술주가 조정을 받으면서 자금 유출이 일어났지만 지난해 순유입액만 94억 달러(10조원)에 달했음.

김세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런 공격적인 투자전략이 각광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수익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함.

 

이어 “위험을 분배하기 위한 자산 배분 전략이 큰 인기를 끌었던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대조적으로 상대 기대수익률이 높은 위험자산을 향한 머니무브가 가속화됐다”고 짚었음.

 

지난 5월 25일 상장한 주식형 액티브 ETF 8종의 평균 수익률은 이날 기준 6.12%로 집계.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3.95%를 상회. 코스피 지수에 투자한 것보다는 더 나은 수익을 냈다는 의미.

다만 ETF 8종이 각기 추종하는 벤치마크 지수와 비교했을때 지수 대비 플러스(+) 수익률을 낸 ETF는 3개에 불과. 해당 기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네비게이터 친환경자동차밸류체인액티브’는 비교지수 ‘FnGuide 친환경 자동차 밸류체인 지수’가 5.40% 오르는 동안 8.62% 수익률을 냈음.

 

운용역의 적극적인 종목 비중 조정 등 액티브 ETF 이점을 살려 운용한 결과 3.21%포인트 초과 달성한 것.

반면 ‘FnGuide K-신재생에너지 플러스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K-신재생에너지액티브’는 비교지수가 6.44% 수익률을 냈지만 해당 기간 2.16% 상승에 그쳤음. 차라리 비교지수를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더 좋은 성과를 냈다는 의미.

사모펀드 명가로 알려진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첫 ETF로 주목 받은 ‘TIMEFOLIO Kstock액티브’는 코스피를 추종. 코스피 수익률을 밑도는 3.26%를 기록.

 

이날 투자종목정보를 살펴보면 답이 나옴. ETF를 제외한 보유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10.91%), 기아(6.54%), SK하이닉스(5.68%) 등을 담고 있음.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준 카카오(035720)나 NAVER(035420)을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적게 쥐고 있다 보니 다소 아쉬운 성적을 냈음.
 

미국의 액티브 ETF처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서 초과수익을 내려면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옴. 미국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음. 미국에서 2008년 최초 채권형 액티브 ETF가 출시된 이후 채권형 ETF를 중심으로 성장.

 

구성 종목과 비중을 매일 PDF로 공개해야 한다는 이유로 운용사들이 전략 노출을 꺼려했기 때문. 그럼에도 일부 운용사들은 끊임없이 구성종목 불투명(Non-transparent)을 요구했고 2019년 이를 허용하면서 다수 운용사들이 액티브 ETF 시장에 진출.

 

그 결과 지난해 미국 상장 액티브 ETF의 수 뿐만 아니라 자금 유입은 전년 대비 68% 늘어난 587억 달러로 대폭 늘어났음.

때문에 운용업계는 ‘한국판 ARK’가 나오기 위해서는 일일 보유 종목 공개 의무 완화와 0.7 비교계수 의무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함. 순자산 30%를 차별 운용하는 것만으로 초과 성과를 달성이 쉽지 않고, 전략 노출은 선행 매매나 후행 매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액티브 ETF는 ETF와 액티브 펀드의 장점을 고루 취하지만, 동시에 ETF와 액티브 펀드의 규제까지 함께 받고 있어 초과 수익률 달성이 쉽지 않다”면서 “액티브 ETF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추후 하락장이나 횡보장에서도 꾸준히 초과 수익률을 내는 ‘스타 액티브 ETF’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짚었음.

 

◆ 유통맹주 VS 승자의 저주, 신세계 '이베이코리아 인수'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손에 넣으면서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음. 이마트는 시장 2위 사업자로 올라서면서 1조원의 투자를 결정하는 등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음. 하지만 3조4000억원에 달하는 '초거대 베팅'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림.

 

이마트가 '승자의 저주'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가 관심사.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01%를 3조4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음.

 

1분기 말 기준으로 이마트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규모는 1조105억원 수준. 여기에 회사채 발행, 가양점 매각, 베트남 종속법인 정리 등으로 1조원 가량을 추가 조달. 나머지 1조5000억원은 별도로 마련해야 함.

이마트는 자산매각 등 유동화를 통해 최대한 자체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음. 외부 차입 혹은 인수금융은 활용하지 않겠다는 입장. 현재 이마트가 보유한 부동산의 장부가액은 17조원. 9400억원 수준의 삼성생명 지분도 보유하고 있음.

 

점포나 지분 일부를 처리하면 1조5000억원은 크게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님.

 

다만 자산 매각 등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옴. 점포를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면 지역 내 사업을 중단해야 함.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하더라도 임대료가 발생해 점포의 수익성이 악화.

 

이마트는 장기적으로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음. 자산 매각은 이 전략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음.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부정적. 특히 이마트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가야 함. 이마트는 향후 4년간 물류 분야에만 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힘.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조선호텔앤리조트 등 적자에 시달리는 계열사에도 자금을 수혈해야 함. 이런 상황에서 미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자산 매각은 '자충수'가 될 수 있음. 차입이나 삼성생명 지분 매각을 통해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분석.

 

만일 이마트가 1조5000억원 전부를 차입 등 외부 조달로 해결한다면 조달금리 2.7% 기준 연간 이자비용만 400억원이 발생. 지난해 이마트의 별도 기준 이자비용은 720억원이었음. 이를 포함하면 연간 이자비용이 1000억원을 넘어서게 됨. 재무구조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임.

실제로 국제신용평가사 S&P(스탠다드푸어스)는 최근 이마트의 신용등급 하락을 시사. 기존 등급(BBB-)을 유지했지만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이어 이마트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이 1년 내 5배를 넘어서면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힘.

 

S&P는 이마트의 영업이익에 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 대금이 과도하다고 봤음. 이 외에도 이마트의 영업 현금 흐름이 올해와 내년 계획돼 있는 투자를 감당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지적. 이마트와 이베이코리아의 시너지 효과보다 승자의 저주 발생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 셈.

이베이코리아가 하락세를 겪고 있는 점도 우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매출 성장률은 18.7%였음. 같은 기간 전체 시장은 19% 이상 성장. 경쟁사인 쿠팡과 네이버는 50% 안팎의 성장을 기록.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마케팅 등에 공격적 투자를 진행해야 함.

 

제법 긴 기간의 비용 부담이 예상되는 이유.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락세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면 단기적으로 투자해야 할 금액이 늘어난다. 쿠팡은 이마트 이상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마트가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최소 2조원 이상을 써야 한다. 자칫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짚었음.

 

이마트가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있음. 지난 1분기 이마트의 영업현금흐름은 7238억원이었음. 부채 비율은 110% 남짓으로 상장사 평균 수준. 추가 차입 및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

 

또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에머랄드에스피브이'를 활용하고 있음. SPC를 매개로 차입금을 끌어들인다면 이마트의 부담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음.

SSG닷컴 상장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옴. SSG닷컴은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을 투자받은 상태. 이 투자금은 SSG닷컴이 2023년까지 총매출 요건 혹은 기업공개(IPO)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회수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음.

 

업계에서는 SSG닷컴이 정해진 기한 내에 상장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

 

당초 상장 심사는 매출의 '질'에 집중해 진행. 매출액이 높더라도 영업이익률이 낮다면 높게 평가받지 못함. 적자 구조가 대부분이었던 SSG닷컴 등 이커머스 플랫폼이 상장에 적극 나서지 못했던 이유. 하지만 쿠팡·제주맥주 등이 적자에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각각 뉴욕증시와 코스닥에 입성.

 

특히 쿠팡은 한때 10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음. 신세계에게는 호재.

이들은 현 시장 점유율 및 시장의 미래 성장세를 감안해 높은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받았음. SSG닷컴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지난해 기준 3조9000억원 수준이던 거래액 규모를 24조원까지 키울 수 있게 됐음. 단순 거래액만 보면 쿠팡을 넘어선 이커머스 시장 2위.

 

이를 감안하면 10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는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예상. 이 경우 상장을 통해 재무적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음.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는 현재 투자 여력이 있는데다, 자금이 부족해도 이를 해결할 '플랜B'를 여러 개 가지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당장의 가치보다 미래를 만들 기회를 얻었다는 측면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함.

 

이어 "이베이코리아와의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면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마트의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투자금 이상의 수익을 충분히 낼 수 있다. 아직 섣불리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말했음.

 

【 청년일보=강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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