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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의 '역설'···'생활전선'에 갇힌 대한민국 노인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 43.4%, OECD 회원국 평균인 14.8%의 3배 달해
노동시장 경직성이 노인 구직난 악화, 유연화로 민간 일자리 창출해야

 

 

【 청년일보 】 유엔(UN)은 지난 2009년 발표한 '노인통계' 보고서에서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100세 시대의 도래를 예고한 것이다. 실제 60세에서 75세를 '신중년'이라고 칭할 만큼 100세 시대는 현실화되고 있다.

 

그런데 장수(長壽)는 축복만을 의미할까. 그러기에는 우리 시대 노년의 현실이 생각 이상으로 초라하다. 노후 준비는 미흡하고, 연금은 쥐꼬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고령화 속도는 가장 빠른데, 노인 빈곤율은 맨 앞을 달리고 있다. 

 

생계를 유지하려면 나라에서 주는 노령수당 등 복지와 함께 몸으로 때우는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자리도 찾기 어렵다. 황혼의 기상도에 구름이 짠뜩 끼어 있는 셈이다.

 

연금 전무 고령층 763만명, 연금 받는 경우도 소득대체율은 20% 수준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21년 5월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는 대한민국 노인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 준다. 고령층 인구의 비율은 급속하게 늘고 있는데, 경제적 어려움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통계청의 조사 대상은 55세에서 79세까지의 고령층 인구 1476만6000명이다. 이 가운데 공적연금과 개인연금 등 연금 수령자 비율은 48.4%인 714만1000명, 월 평균 연금 수령액은 64만원이었다. 이를 좀 더 세분화해 보면 월 평균 연금 수령액이 25만∼50만원 미만 비중이 38.1%에 달했고, 150만원 이상 수령자는 9.5%에 불과했다. 연금을 아예 받지 못하고 있는 고령층 인구도 762만5000명에 이른다. 

 

더구나 연금을 받고 있는 고령층 인구도 소득대체율이 20% 수준이어서 이것만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는다. 은퇴 전 벌어들인 소득에 비해 은퇴 후 받는 연금 수령액의 비율이 5분의 1 수준이라는 얘기다. 올해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는 109만6000원이다. 정부가 노인 복지 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 43.4%, OECD 회원국 평균 14.8%의 3배 달해

 

한국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지난 2018년 기준으로 43.4%에 달한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인 14.8%의 3배 수준이다. 프랑스(4.1%), 독일(10.2%), 영국(14.9%), 일본(19.6%), 미국(23.1%) 등 주요 5개국(G5)에 비해서도 턱없이 높다.

 

노인 빈곤율은 전체 노인 인구 가운데 상대적 빈곤선보다 소득이 적은 비율을 말하며, 상대적 빈곤선은 중위소득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소득을 의미한다.  

 

노인 빈곤율이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자리에서 일찍 밀려나는 것이다. 고령층이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그만둘 당시 평균 연령은 49.3세였는데, 이런 고령층이 524만5000명에 달한다. 결국 쌓아둔 재산이나 연금이 부실한 노인은 죽는 날까지 개미처럼 일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고령층 인구 가운데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비율은 68.1%인 1005만9000명으로 지난해보다 0.7%포인트인 43만9000명 증가했다. 이들의 근로희망 사유는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가 58.7%로 '일하는 즐거움'(33.2%)을 꼽은 이들보다 훨씬 많았다.
 

 고령층 편입 인구의 급속 증가 불구, 복지 유지와 일자리 마련 어려워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장래 일하기를 원하는 고령층은 평균 73세까지 일하기를 원했다. 70세를 넘긴 70~74세의 고령층은 79세, 그리고 75~79세는 82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현재 기대수명은 83.3세다. 결국 많은 노인이 생계를 잇기 위해 죽기 전까지 일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고령층으로 편입되는 인구는 급속하게 증가하는 반면 이들을 위한 복지 유지나 일자리 마련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령대별 인구 구조를 보면 50대가 860만명으로 가장 많고, 그 뒤를 40대(820만명)와 60대(700만명)가 잇고 있다. 30대(670만명), 20대(670만명), 10대(470만명), 10세 미만(380만명) 등 30대 이하부터는 연령이 적을수록 인구 비중도 낮다. 역피라미드 구조인 셈이다.

700만명에 이르는 60대는 이미 정년이 지나 대부분 은퇴했다. 향후 20년간 가장 인구가 많은 50대와 40대 1680만명이 고령층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반면 20년 후 생산의 주력이 될 10대와 20대 인구는 다 합해봐야 1138만명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경제활동 참가를 통해 세금을 내거나 사회적 부담을 짊어져야 할 젊은 인구는 급속히 감소하고 복지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고령층 인구는 눈덩이처럼 증가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얼마나 성장해야 고령층의 복지 유지와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2020∼2060 장기재정전망'에서 현재의 상황이 이어질 경우 국민연금은 20년 후인 2041년 적자로 전환하고, 2056년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층이 불투명한 미래를 헤쳐 나가려면 각자 도생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고령층은 현재 청년층의 취업난보다 더욱 혹독한 구직난을 겪고 있다. 재정으로 노인 일자리 수요를 감당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노동시장 경직성이 고령층 구직난 악화, 유연화로 민간 일자리 창출해야

 

현재 우리나라는 파견제와 기간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해고 비용이 높아 기업이 다양한 인력을 활용하면서 유연하게 고용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막혀 있다.

 

이로 인한 청년층의 취업난은 장기적으로 저출산 문제와 연계되고, 이는 재차 고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또한 급속한 고령화는 노인의 구직난과 함께 빈곤으로 이어진다. 악순환인 셈이다.

 

G5는 제조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업종에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파견 기간도 독일과 프랑스를 제외한 3개국은 무제한이다. 더구나 G5는 임금체계가 직무·성과급 위주이기 때문에 기업이 고령층을 고용하는데 부담이 없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노인을 위한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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