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금융권 유관기관장의 후임 인선작업이 속속 완료되고 있다. 지난달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 차기 회장들이 선임 및 내정된 가운데 차기 손해보험협회장에 대한 인선작업이 한창이다. 은행연합회장에는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생명보험협회장에는 김철주 현 금융채권자조정위원장이 새 수장으로 선출된 가운데, 인선절차가 진행 중인 손해보험협회장직을 두고 관료 출신 3명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새로운 금융권 협회장의 면면과 그들이 풀어나가야 할 산적과제 등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절치부심' 속 '전화위복(?)'...6년 만에 '민간출신'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취임
(中) '탄핵 風' 넘어 금의환향...생보협회, 김철주 금융채권자조정위원장 내정
(下) 차기 손보협회장 ‘官’ 출신 경합...이달 5일 회추위 ‘단독후보’ 추대 가능성
【 청년일보 】 지난달 제36대 생명보험협회장에 김철주 현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 위원장이 내정됐다. 김 내정자는 재정경제원 출신으로, 생명보험협회는 지난 2011년 기재부 출신의 김규복 회장(32대)이 취임한데 이어 13년만에 관료 출신이 자리를 꿰차게 됐다. 김 내정자는 오는 11일 공식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김 내정자에게는 급변하는 국내 생명보험시장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생명보험산업 안정화를 위한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이 요구시되고 있다.
◆ 관료 출신의 귀환 "13년만"...생보협회, 차기 회장에 김철주 금융채권자조정위원장 내정
3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이하 생보협회)는 지난달 25일 3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를 열고 김철주 금융채권자조정위원장을 차기 협회장에 단독 추대했다. 이에 따라 생보협회는 오는 5일 임시총회를 열고 차기 협회장을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차기 생보협회장에는 성대규 현 신한라이프 부회장을 비롯해 윤진식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 임승태 현 KDB 사장 등이 물망에 오르며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인선 끝물에 김 내정자가 후보군에 등장, 본격 가세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후보군에 뒤늦게 가세한 김 내정자가 결국 회추위로부터 단독 추대되면서 대 역전극이 연출됐다는 평가다.
김철주 내정자는 1963년생으로 대구 청구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조지아주립대 대학원 재정학 석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 인재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985년 행정고시(29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해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의 경제금융비서관을 역임했다. 이후 아시아개발은행 부소장으로 해외에 체류한 후 지난 2021년부터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오는 5일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차기 회장을 최종 선임할 예정"이라며, "이달 9일이 주말인 관계로 11일 취임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생명보험협회가 입주해 있는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 전경 [사진=네이버 캡쳐]](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31248/art_17014398421161_2d0cf3.jpg)
◆ 상생금융 등 생보업계 과제 산적..."당국과 원활한 소통 기대"
김 내정자에 대한 생보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관료출신인 만큼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소통창구 역할을 원활하게 해나갈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 당국과의 원활한 소통을으로 풀어 나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김 내정자의 소통능력에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상생금융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둔 금융권을 향한 정치권과 정부의 압박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에 이어 보험업계에도 '상생금융'을 강조하며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권에 상생금융을 주문해 온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5일 보험업계에도 상생금융에 동참할 것을 주문했다. 이복현 원장은 최근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가중되는 서민의 어려움에 대한 보험업권의 관심과 배려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보험산업이 어려운 시기에 장기 자금공급자로서 국가경제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지속해 준다면 국가경제와 함께 성장하며 더 큰 과실을 누리게 될 것"이라며 상생금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최근 생보업계는 5천억원에 달하는 상생금융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생보업계에서는 과도한 지원 금액을 줄이면서도 금융당국과의 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경제관료 출신으로, 선후배들내에서 명망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규제가 많은 보험산업에서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을 탁월한 소통능력으로 풀어나가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기존에 생보협회가 그 동안 추진해왔던 업계 현안들을 속도감을 높여 추진해 나가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란 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는게 중론이다.
일례로, 생보협회는 지난 2월 고령화시대 사적연금 활성화 추진을 비롯해 새 회계제도(IFRS17) 연착륙 지원, 보험소비자 보호를 위한 보험사기방지 강화, 요양·상조 서비스 진출 등을 담은 추진 전략들을 내놓은 바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역대 생보협회장들과 엇비슷한 경력을 지니고 선출되기는 했지만 최근 생보산업의 수익성 등 사업구조 측면에서 혁신해야 할 부분이 많은 만큼 그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면서 "향후 김 내정자가 업계의 시급한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업게 한 고위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지난 박근혜 정부시절 주목받던 관료로, 청와대 금융경제 비서관에 오르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탄핵발 여파로 관료직을 떠나 제대로 역량을 펼치지 못해 왔다는게 정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 새롭게 생보협회장직에 오른 만큼 금의환향한 셈이라 볼수 있다"면서 "우여곡절 끝에 생보협회장에 오른 만큼 그 동안 발휘해오지 못한 역량을 충분히 보여줄 것이란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