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근(왼쪽)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전시장에서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31250/art_17024377547412_039e2a.jpg)
【 청년일보 】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펫보험’ 시장이 보험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관련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보험사와 펫테크(반려동물을 위한 기술) 기업들이 업무제휴 및 자회사 설립 등 펫보험 활성화에 대비한 시장선점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은 스타트업의 기술 착취 논란에 휩싸이면서 펫보험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및 보험, 펫테크업계의 적극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 펫보험 시장의 활성화에 다소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반려동물 양육 가구수는 602만 가구,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은 799만 마리에 달한다. KB경영연구소의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1천448만명으로 집계됐다. 또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펫산업 규모가 2017년 2조3천억원에서 2021년에는 3조4천억원으로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늘어나고 펫시장도 커지면서 정부에서도 관련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특히 펫보험 활성화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되면서 정부와 보험업계, 펫테크 기업들이 시장 활성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펫보험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고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는 등 제도화를 적극 추진 중에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보험분야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존 종합보험사가 소액단기전문보험사나 단종보험사로 상품을 분리하거나 특화하는 경우 펫 전문 보험사 진입을 적극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농식품부는 반려동물 개체 식별 강화를 위해 생체 인식정보를 활용한 반려견과 반려묘 등록 의무화 및 중요 진료비 게시, 진료항목 표준화 등을 추진 중에 있다.
앞으로 금융위와 농식품부는 보험업계와 수의업계 간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서로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펫보험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혀왔지만, 아직까지 가입율과 시장규모는 미진한 상황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펫보험 가입률은 0.9%대에 불과해 스웨덴 40%, 영국 25%, 일본 13%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더우기 일부 손보사들만 펫보험을 현재 취급하고 있다.
이에 국내 손보사들과 펫테크 기업들은 향후 시장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보험사들은 펫테크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한 신속한 상품출시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보험사와 펫테크 기업은 공동출자를 통한 자회사 설립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우선 윤석열 정부의 펫보험 시장 활성화 정책기조에 발맞춰 가장 발빠르게 준비하는 보험사는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이다.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은 펫보험 전문회사 설립을 위한 지분투자에 공동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 전용 영상진단 의료기기 개발업체인 '우리엔'이 최대 주주로 회사 설립을 주도하고, 이들 보험사들이 공동지분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삼성화재는 내년 3월 출범을 목표로 현재 TF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츠화재는 반려동물 쇼핑몰인 펫프렌즈와 손잡고 보험업계 최초로 펫보험 판매자회사(GA) '펫프 인슈어런스'를 통해 펫보험 활성화에 나섰다. 반려동물 쇼핑몰 중 거래액이 가장 많은 쇼핑몰인 펫프렌즈를 통해 자사 펫보험 상품의 판매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반려동물 토탈 헬스케어 기업인 핏펫은 제휴 파트너사와 함께 펫보험 상품을 개발, 출시한다는 계획을 갖고 내년 상반기쯤 금융위원회에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펫테크 업체인 스몰티켓도 펫전문보험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스몰티켓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국내 첫 펫보험 건강증진형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펫보험 시장에서 독창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올 2월에는 교보생명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으로부터 3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이처럼 보험사들과 펫테크 기업들이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DB손해보험(이하 DB손보)은 펫테크 기업과의 불협화음으로 펫보험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DB손보는 펫테크 A사에 200~300억원 규모를 투자하고 펫보험을 공동 개발해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최종 계약을 앞두고 A사에 투자 철회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펫테크업계 관계자는 "DB손보가 A사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해 데이터를 포함한 상품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펫보험 상품을 공동으로 개발, 출시하기로 했다"면서 "양사 실무진들은 상호정보 등을 주고받으며 일을 할 정도여서 조만간 계약이 체결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DB손보의 펫보험 담당 책임자가 변경되면서 일방적으로 투자 논의 중단을 통보했고, A사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를 문의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투자건이 불발되면서 A사는 또 다른 파트너사를 물색하고 비지니스모델을 설명하는 등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다보니, 당초 계획된 일정보다도 지체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DB손보가 펫 스타트 업체인 A사의 핀테크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종표 대표이사가 올해 국정감사 증인에 채택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의원실과의 협의 끝에 실제 국정감사 현장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DB손보는 투자금액 대비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투자를 철회했다는 입장이다.
DB손보 관계자는 "투자금액은 펫테크 업체인 A사가 먼저 제안했으며, 내부 검토결과 투자금액 대비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철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펫보험 담당 임원이 변경된 적은 없으며, 국정감사 당시에도 의원실에 충분히 소명해 '문제없음'으로 결론난 일이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부와 보험사, 펫테크 기업들이 펫보험 활성화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펫보험 사업에 대한 다소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는 반려동물의 체계적인 분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동물병원의 치료비와 수술비도 천차만별이다. 전반적인 인프라 구축과 제도개선 없이는 펫보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보험사 입장에서도 펫보험 상품 하나만으로는 소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