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G경영’이 국내 금융권의 화두로 떠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책임·친환경·투명경영’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기업가치를 제고하려는 전략은 이미 글로벌 금융권의 스탠더드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상생금융’이 강조되는 시점에 올 한해 은행, 증권, 보험권의 ‘ESG경영’을 조망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4대 금융그룹, 매년 국내외 ESG 평가서 '고득점'...지배구조 개선은 '숙제'
(中)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전개"...증권가 ESG 활동 개선
(下) 올 한해도 보험사 ESG경영 ‘활발’...“환경·지배구조개선 보다 관심 가져야”
【 청년일보 】 국내 증권사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개선을 위한 각종 보고서를 발표하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면서 ESG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증권사들의 ESG 성과가 지난해 보다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ESG기준원의 등급평가에서 종합 A등급을 받은 증권사가 지난해보다 늘어났으며, 구체적인 항목별 평가도 상향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에서 137조원 규모를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이 내년 거래 증권사 선정에 ESG 관련 평가 배점 비중을 늘리면서 ESG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는 형국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7일 발달장애인 연주자로 구성된 하트하트오케스트라와 함께 서울 미래에셋센터원빌딩 1층 로비에서 '미래에셋증권 런치 콘서트'를 진행했다. [사진=미래에셋증권]](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31250/art_17026994444797_be1fe8.jpg)
◆"한파 속 온정 전달"...증권가, 연말 '나눔경영' 실천 눈길
17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발달장애인 예술가에 대한 인식 개선과 자립을 지원하고 임직원의 기부문화의 장을 마련하고자 2019년부터 올해로 3번째인 '미래에셋증권 런치콘서트'를 개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미래에셋증권 런치 콘서트'에서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의 음악을 통해 임직원을 비롯한 고객들에게도 힐링의 시간을 선사하고 있다. 기부금은 발달장애인 앙상블의 연주활동 지원과 저소득층 발달장애인 생계지원을 위해 사용한다.
NH투자증권은 이달 영등포 쪽방촌에 연탄 3천장과 김치(3kg) 3백박스를 직접 배달하는 '겨울나기 지원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NH투자증권은 2013년부터 영등포 쪽방촌과 인연을 맺고 여름에는 삼계탕, 겨울에는 연탄 및 필요물품 등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달 지분투자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브라보비버’에서 생산하는 과일청세트를 구매해 ‘사회복지법인 대건카리타스’에 기부했다. ‘브라보비버’는 민간기업의 지분투자를 받아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가 지원하는 사업장으로 과일청, 문구류, 커피 드립백 등을 생산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같은 달 창립 74주년을 기념해 ‘드림이 사회공헌활동’을 실시하고, 따뜻한 밥상·헌혈·나눔옷장·샛강 생태공원 목책수리·해피쿠킹 등의 활동을 전개했다. 아울러 임직원 1천여명이 참여한 ‘드림이 나눔옷장’ 활동을 통해 옷을 기부하기도 했다. 수거된 옷 상태를 선별해 사용 가능한 의류 총 2천5백여점을 친환경 세상을 만드는 비영리법인 ‘아름다운 가게’에 전달했다.
이외에도 SK증권이 임직원과 지역사회 시민이 참여하는 ‘생명 나눔 실천, 사랑의 헌혈 캠페인‘을 진행했고, IBK투자증권은 청각장애아동 보육시설 삼성농아원의 ‘스마트 발달트레이닝센터’ 설립을 후원했다. 이 외 유진투자증권은 신입직원들이 손수 제작한 아동용 책장을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하는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아울러 주요 증권사들은 순이익 감소에도 기부금은 늘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요 20개 증권사들의 3분기(누적) 기부금 합계는 19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166억원) 15.6% 늘었다. 이들의 순이익은 3조5천868억원으로 지난해 보다(3조9921억원) 10.2% 줄었다.
기부금 1위는 신한투자증권으로 38억220만원을 냈다. 신한투자증권은 순이익이 전년보다 60% 가까이 감소했으나, 기부금은 52.4% 확대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기부금은 ESG 관련해서 지속가능경영을 계속 강조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NH투자증권이 36억6천430만원, 하나증권이 30억2천826만원, 한양증권 21억5천400만원, 미래에셋증권 16억8천712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하나증권은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기부금을 86.2% 대폭 늘렸다.
◆ 증권가 ESG 활동 개선…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격차 존재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3년 한국ESG기준원(KCGS) ESG 평가 및 등급 공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6개 증권사 중 통합등급 A를 받은 증권사는 미래에셋·NH투자·한화투자·현대차증권으로 총 4곳이다.
통합등급 B+를 받은 증권사는 SK·교보·다올투자·대신·삼성·신영·키움증권 등 총 7곳이다. B등급은 유진투자증권이 한 곳이다. C등급의 경우 부국·유안타·유화·이베스트·한양증권 등 5곳이었고, 가장 낮은 D등급은 상상인증권과 코리아에셋투자증권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전체로 보면 지난해보다 ESG 등급이 향상됐다. A 등급을 받아 든 증권사는 1곳 늘었고, B와 D등급을 부여받은 곳은 각각 1곳씩 줄었다.
한국ESG기준원은 ESG 등급체계를 S등급부터 D등급까지 총 7개로 분류하고, 절대평가로 등급별 점수 기준에 따라 등급을 부여한다.
KCGS 측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및 금융사 지배구조 전 영역에서 상위권 기업의 비율은 증가 또는 유지됐으나, B등급(보통) 기업 비율은 줄어 하위권(C,D등급)은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ESG 경영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의 경우 예년과 큰 차이가 없어 상·하위권 기업의 격차 발생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 ESG 평가 비중 '확대'...국민연금, 증권사 선정 두고 긴장감 고조
국민연금공단이 거래 증권사 평가기준에서 '책임투자 및 ESG경영' 항목을 추가하고 평가비중을 높히면서 증권사들의 지속가능한 경영과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ESG경영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내년 상반기 국내 주식 일반 거래 증권사 선정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만 운용하는 자금이 약 137조원을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납부하는 거래 수수료는 각 증권사 법인영업(홀세일) 수익의 약 3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올해 초 국민연금은 정보의 양과 질 등을 고려해 내년 상반기 국내 주식 거래 증권사를 기존 36개사에서 26개사로 축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등급별로 1등급은 8개사에서 6개사로, 2등급은 12개사에서 8개사로, 3등급은 16개사에서 12개사로 줄어들게 된다. 사이버 거래증권사는 7개사에서 6개사, 인덱스 거래증권사는 18개사에서 15개사로 축소된다.
국민연금은 재무안정성, 감독기관조치, 법인영업력의 안정성, 리서치 평가, 매매실행 및 기여도 등 정량평가와 주식운용 평가, 수탁자책임 안정성평가 등 정성적 기준을 합산해 증권사를 평가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민연금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를 5점에서 10점으로 상향조정했다. 또 주식운용·운용전략·수탁자책임 등이 포함된 정성평가 항목을 20점에서 10점으로 줄였다. 10점의 배점을 받는 재무안정성 부문에 조정유동비율 항목을 추가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바뀐 선정기준에 부합하고자 ESG 전문인력을 영입하고, 재무 건전성 관리에도 주력하고 있다"면서 "긴장의 끈을 전혀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대형 증권사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거래 증권사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대형사 대비 실적에 미칠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 거래 증권사였는데 탈락하게 되면 존폐 위기 수준에 직면할 수 있다”며 “몸집이 작은 곳일 경우 매력도를 떨어트리는 요소로 추가돼 대형사에 비해 기관투자자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