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해 국내 금융권은 글로벌 경기둔화를 비롯해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증시침체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 내년에는 금리하락과 완만한 경기회복이 점쳐지는 가운데, 국내 은행·증권·보험산업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ELS 악재에 대손비용 증가까지"...내년 은행권 성장 '안갯속'
(中) 엇갈린 증시 전망 속에...부동산 PF 리스크 관리에 '총력'
(下) “새로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분주”...요양서비스와 펫보험 관심 ‘고조’
【 청년일보 】 주요 증권사들은 내년도 국내 증시가 올해보다는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종합지수가 반등할 시점에 대해서는 각 증권사별로 엇갈린 의견이 나온다.
아울러 증권업계의 대내외적 불확실성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부동산 PF 리스크와 여전히 높은 금리 수준으로 증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내년 사업환경이 비우호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5대 증권사 수장이 모두 교체하는 등 위기에 대비한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 내년 코스피 예상 밴드 1900~2950...'상저하고' VS '상고하저' 증권가 전망 '엇갈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 예상 밴드를 1900~2950포인트까지 전망했다.
코스피 하단을 가장 낮게 예상한 증권사는 교보증권으로 1900포인트를 예상했고, 코스피 상단을 가장 높게 예상한 증권사는 DB금융투자로 2950포인트를 예상했다.
교보증권은 “고금리 환경이 지속하면서 주식시장 부담이 커질뿐 아니라 기업 이익도 악화되고 있다”면서 “현재 확인되지 않은 위험이 구체화한다면 코스피가 2000포인트를 밑돌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DB금융투자는 “한국의 수출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실질 가처분 소득이 의외로 탄탄하다”면서 “내년 하반기부터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기초 여건) 회복이 강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내년 국내 증시 흐름에 대한 전망도 다소 엇갈렸다. NH투자증권과 대신증권 등은 하반기 반등을 기대하는 ‘상저하고’ 흐름을 예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반기는 물가수준, 연준의 통화정책 스탠스,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가 뒤섞이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운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다만, 하반기 금리인하 사이클 진입 시 시장의 방향성은 명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이 치러지는 해의 6월과 11월은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통상 9월이 고점”이라며 “한국 경제를 반영한 코스피 레벨은 최고 2750선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은 상반기 상승 후 하반기 하락하는 ‘상고하저’ 흐름을 예상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상반기에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투자환경을 뒷받침할 예정”이라며 “하반기는 상승 모멘텀 부재로 지수가 횡보할 가능성이 높아 개별 종목 중심의 트레이딩이 요구된다”고 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하반기 경기둔화를 염두에 둔 동시에 상반기 제조업 경기반등에 대비해야 한다”며 “장기 성장산업에 관심을 유지하는 가운데 제조업 중심 국가와 종목 비중 확대가 내년 투자전략 방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부동산 PF 리스크 현실화 등...증권업계 “대내외적 불확실성 지속”
증권업계의 대내외적 불확실성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부동산 PF 리스크와 여전히 높은 금리수준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내년도 사업환경이 비우호적일 것으로 점쳐진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증권업의 내년 산업전망은 녹록지 않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8일 보고서를 통해 증권산업의 내년 전망을 '비우호적'으로, 신용 전망은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이 같은 전망에는 부동산 PF와 해외 부동산·대체투자 등 부동산 금융이 미친 영향이 적지 않다. 특히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건설사들의 PF 부실로 이어질 경우 증권사에까지 불똥이 튈 개연성이 높다.
현재 부동산 PF 대출잔액 약 134조원 중 증권사 보유잔액은 6조원 수준이다. 절대적인 액수가 큰 건 아니지만 증권사는 중·후순위거나 본 PF가 아닌 브릿지론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적다고 할 수 없다.
3분기 기준 증권사들의 PF 연체율은 13.85%로 저축은행(5.56%), 여전사(4.44%), 상호금융(4.18%), 보험(1.11%), 은행(0%) 등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2일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PF 익스포저 중 내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익스포저는 15조1천억원으로 전체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대비 63.5%"라며 "2022년 이후 엑시트가 지연되면서 만기 익스포저는 누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부실화는 당장 내년 상반기부터 발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 예정이었던 증권사 국내 PF 사업장 익스포저 5조2천억원 중 약 73%는 만기 연장된 것이다.
세부적으로 브릿지론의 약 80%가, 본 PF의 약 56%가 만기 연장된 것으로 집계됐는데 브릿지론의 30~50%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상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는 특정 부동산 개발사업장의 개발 자금을 제2금융권에서 높은 이자를 내고 빌려 쓰다 사업성이 좋아져 리스크가 줄어들게 되면 제1금융권의 낮은 이자로 자금을 차입하게 되는데 이 때 저축은행 등 제 2금융권 차입금을 브릿지론이라고 부른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풍선에서 서서히 바람을 빼듯 사업성이 낮은 브릿지론을 수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확대될 것”이라며 “중후순위·비수도권·비주거용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금융사는 실적 악화 가능성이 높고, 신용등급 역시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충당금을 빠르게 쌓으면서 비상금을 마련하고 있다. 충당금이란 향후 손실이 예상되는 것이 확실해진 손실을 회계상 미리 설정해 둔 항목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3분기 실적에 미국 댈러스 스테이트팜 부동산 투자 관련 600억원과 프랑스 마중가타워 관련 480억원 등 약 1천100억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실적에 반영했다 아울러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분기 1천억원에 이어 3분기에도 648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설정하기도 했다.
정효섭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내년 증권업의 사업환경은 비우호적이고 실적은 올해 대비 저하될 것"이라며 "실물경기 침체 및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증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보유 금융자산의 손실위험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윗줄 왼쪽부터)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br>
(아랫줄 왼쪽부터) 이홍구 KB증권 대표,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사진=각 사]](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31252/art_17039077625158_a9c48d.png)
◆ 증권가 세대교체 완료...리스크 관리에 '총력'
이처럼 내년도 증권업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사들은 대표이사 교체 등 인사, 조직개편과 체질개선을 통해 실적방어에 미리 대비하는 행보를 보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메리츠증권·키움증권은 최근 신임 대표이사 선임을 발표했다.
이는 새로운 인물을 전면으로 내세워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도, 성장을 위한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창업 공신인 최현만 회장을 필두로 한 각자대표 체제에서 김미섭·허선호 부회장 체제로 첫 발을 뗐다.
김 부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싱가폴·브라질법인 대표, 글로벌사업부문 대표 등을 역임한 글로벌 금융투자 및 경영 전문가로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사업 역량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인도 현지 증권사를 인수하며 인도 시장 정조준에 나섰다. 아울러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투자자산 비중이 높아 해외 부동산 리스크 관리에도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도 김성환 대표(내정) 체제를 맞이했다. 5년간 한국투자증권을 이끌어온 정일문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대표는 직전까지 개인고객그룹장을 역임했으나 증권가에서 대표적인 부동산 PF 전문가로 통한다. 교보생명 재직 당시 보험사 처음으로 부동산 PF를 도입했고, 동원증권 당시 부동산 PF 전담부서를 설립하고 부동산 PF를 기초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국내에 도입한 바 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규모는 1조6천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2조원 이상이었던 PF 신용공여 규모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증권업계 3위 규모다.
최근 부동산 PF 부실문제가 다시 금융업권 부실의 뇌관으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에 전사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내정)는 리스크 관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임 장석훈 대표가 리스크 관리를 통해 올해 부진한 업황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거둬온 만큼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아울러 박 대표가 삼성 금융계열사 금융경쟁력제고 TF장을 지냈던 만큼 자산운용 강점을 중심으로 금융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홍구 KB증권 신임 대표(내정)는 안정적인 WM수익구조 구축, 관리자산 증가 등 새로운 WM 비즈니스의 구조적 전환을 가속화하고 디지털·플랫폼 분야의 전략적 확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신임 대표와 엄주성 키움증권 신임 대표(내정)는 내부 리스크 관리가 핵심과제다.
장 대표는 메리츠화재 리스크관리팀장, 메리츠화재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 메리츠금융지주 CRO, 메리츠증권 세일즈앤드트레이딩 부문장 등을 거친 리스크관리 전문가다.
엄 대표는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발생한 대규모 미수금 사태에 책임을 지기 위해 자진 사임한 황현순 키움증권 전 대표의 뒤를 이어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찍이 세대교체를 단행한 증권사 3곳이 각기 다른 부문별 전문가를 기용했다”면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리스크 관리가 시장의 핵심적인 이슈로, 이번 CEO 인사를 통해 각사의 내년 중점과제를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