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증권가 전경.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20935/shp_1661989736.jpg)
국내 금융권의 지난해 실적 전망치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은행권은 상생금융 비용에도 이자장사로 호황을 누렸고, 보험권은 IFRS17 덕으로 최대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증권업계는 투자심리 위축과 부동산PF 충담금 적립 등으로 실적하락이 우려된다. 이에 은행, 증권, 보험사의 지난해 실적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상생금융에도 은행권 '이자장사' 호황...바닥찍은 저축은행·카드업계
(中) 부동산 PF우려에 충담금이 '발목'...주요 증권사 4분기 실적 '빨간불'
(下) IFRS17 도입에도 보험권 호실적 달성...금융지주 보험사 인수 ‘파란불’
【 청년일보 】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빨간 불이 켜졌다. 주요 요인으로는 국내 경기침체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됐다는 점이 꼽힌다.
아울러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대비한 충담금 확보를 거듭 강조하고 있어 수익성에 크게 부담이 되는 모양새다. 이런 흐름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 주요 증권사 7곳 영업이익 7천414억원 전망...전분기 대비 37.2% ↓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7곳(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메리츠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대신증권)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합산은 총 7천4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4분기(5천86억원)보다는 45.8%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1조를 넘어섰던 직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1조1천812억원)보다는 37.2% 줄어든 규모다.
한국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1천720억원으로 집계돼 직전 분기보다 2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다. 주력 계열사인 증권 수익비중이 절반 이상에서 80%까지 차지한다.
또 삼성증권(이하 전망치 1천557억원)과 메리츠증권(1천250억원)은 직전 분기 대비 20% 이상 영업이익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NH투자증권(1천623억원)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보다 37% 증가해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래에셋증권(1천865억원)과 대신증권(460억원)은 각각 전 분기 대비 8∼9%라는 한 자릿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해 4분기 1천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0월 주가조작 세력이 키움증권의 미수거래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난 이른바 '영풍제지 사태'로 인한 미수금 관련 손실 약 4천300억원이 반영된 탓이 크다.
연간 영업이익은 한국투자증권이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연간 영업이익 9천억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증권은 3분기까지 이어진 호실적 영향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8천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등은 7천억원 대의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증권사들의 실적은 부동산PF 등 국내외 부동산 이슈에 제동이 걸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 투자자산으로부터의 평가손실과 손상차손, 여기에 부동산PF 관련 충당금 적립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증권사들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대체로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 부동산PF 우려에 추가 충담금 적립...금융당국 "더 늘려라"
이처럼 증권사들 실적이 부진한 데에는 부동산PF 등 국내외 부동산 관련 충당금 추가 적립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는 지난해부터 부동산PF 관련 충당금을 늘리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이 리스크에 대비한 충당금 확보를 거듭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손충당금은 아직 손실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어 회계상 별도로 분리해 설정해 두는 금액을 의미한다. 미리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순이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해 분기마다 대손충당금 규모를 계속 늘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대손충당금은 1천304억원으로, 1분기 896억원, 2분기 1천47억원에서 늘었다. 메리츠증권과 삼성증권은 3분기 대손충당금으로 각각 1천74억원, 514억원을 적립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는 4분기 1천억원대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은 4분기 2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두번째)이 24일 오전 서울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증권업계 간담회에서 "일부 회사의 리스크 관리 실패가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면, 해당 증권사와 경영진에 대해 엄중하고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40104/art_17062361209965_cfba1f.jpg)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4일 증권사 CEO 간담회를 통해 부동산PF 관련 충당금을 최대한 설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 원장은 “본 PF로 전환이 장기간 안되고 있는 브릿지론 등 사업성 없는 PF에 대해서는 지난해 실적결산에서 원칙적으로 예상손실을 100%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고 신속하게 매각, 정리해야 한다”며 “PF 예상손실을 느슨하게 인식하는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증권사 투자은행(IB) 부문의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은 여전히 부동산금융 시장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중소형사는 국내 부동산PF에 대한 손실 부담이, 대형사는 해외 부동산 투자에 따른 손실 부담이 손익과 재무구조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한신평 관계자는 “향후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는 등 금융시장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투자중개 부문 실적에 유의미한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며 “금리로 인해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 확보도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