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이사. [사진=매일유업]](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40205/art_17067756078136_67e2f0.png)
보수적인 유통가에 여성 대표들이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고물가부터 저출생 등으로 유통업계가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실적과 성과를 내며 제 2의 전성기를 이끄는 중이다. 국내 유통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이들의 성공신화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유통 여성 CEO]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K-라면 성공 신화…매출액 1조 시대 개막
(中) [유통 여성 CEO]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 유(乳)업계 유리천장 격파…사업 다각화로 위기 극복
(下) [유통 여성 CEO]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장자승계 전통 깬 다크호스…글로벌 시장 본격 진출
【 청년일보 】 고금리 등으로 유통업계가 보릿고개를 넘고 있지만 저출산, 영유아 인구 감소 등으로 유업계가 특히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돋보이는 기업이 있다. 매일유업은 일찍부터 유업계의 한계를 인지하고 외식업, 커피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이를 주도한 인물이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이다. 특히 보수적인 유업계에서 딱딱한 수직 문화를 유연하게 만들어 직원들의 충성도를 높였고 이는 고스란히 호실적으로 반영됐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 확대 성공과 ESG 성과는 김 부회장의 경영 밑거름이 됐고 그는 올해 대표이사 10년차를 맞은 장기 CEO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매일유업, 김선희 부회장 선임 이후 2위 탈환
매일유업은 2012년만 하더라도 우유 3사(서울우유, 매일우유, 남양유업) 중 3위였다. 2013년에도 소폭 나아졌지만 여전히 3위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그러나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4년부터 반등세를 보였다.
2014년 매출액은 1조4천479억원을 기록하며 2위로 올라선 것이다. 이후 1위 서울우유와의 간극을 좁혀가며 꾸준히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우유 3사 연간 매출액 추이.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40205/art_17067755996674_dfd4d7.png)
아울러 매일유업의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매일유업은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 1조3천411억원, 영업이익 512억원, 37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8천47억원, 763억원으로 전년 대비 7.07%, 25.7%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내외 경영 악화로 국제 원부자제 가격이 올랐음에도 수익성 높은 채널의 판매 확대와 배송 효율화로 견조한 실적이 예상된다.
![매일유업 최근 실적.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40205/art_17067755900519_0c55f6.png)
◆김정완 회장, 사촌 동생 김선희 부회장 영입하려 삼고초려
매일유업은 정부와 민간주주와의 50대 50 출자로 만들어져 민영화됐다.
1969년 고(故) 김복용 매일유업 선대회장은 유제품을 통해 국민의 건강한 삶을 만든다는 신념을 담아 한국낙농가공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1971년 김 전 회장이 정부로부터 경영권을 확보했고 1973년 '매일우유'가 출시된다.
1997년 김 전 회장 장남인 김정완 회장이 취임하면서 2세 경영의 막이 올랐다. 다만 2000년 이후로 경기 침체가 심화되며 유업계도 위기를 맞게 된다.
이때 김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등판한다. 김 부회장은 김 회장의 사촌 동생으로 연세대와 미네소타대 MBA를 마친 뒤 씨티은행, BNP파리바 은행, 크레디트 아그리콜 은행, UBS 등 외국계 금융기관을 거친 재무통으로 꼽힌다.
![김선희(왼쪽 두번째) 매일유업 대표가 지난해 3월 대리점종합지원센터 현판식 행사에 참여했다. [사진=매일유업]](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40205/art_17067756060249_25838e.jpg)
그는 2009년 매일유업에 재경 담당 전무로 영입돼 회사 살림을 맡게 됐다. 당시 김 회장은 삼고초려 끝에 김 부회장을 영입한 일화는 유명하다.
김 부회장은 회사 입사 이후 10개월 만에 부사장 자리에 오른 후 2013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회사 설립 이후 44년 만에 첫 여성 CEO가 탄생한 것이다.
김 부회장은 취임 이후 출산 휴가 확대, 정시 퇴근, 패밀리데이 등을 확대하며 보수적인 사내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이로 인해 직원들의 충성도가 높아졌고 이는 실적으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아울러 재무통인 김 부회장 선임 이후 매일유업은 최근 몇 년간 부채비율이 100%를 하회해,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
◆선도적 ESG 성과에 포트폴리오 확대까지…10년 성공 신화 밑거름
김 부회장이 선도적으로 ESG 경영을 펼친 결과 매일유업은 식품업계 최초로 2009년 가족친화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14년간 연속으로 인증을 받았다.
'가족친화 최고기업' 지정은 가족친화인증제가 도입된 2008년 이후 15년(대기업 기준, 중소기업의 경우 12년) 동안 가족친화인증을 유지한 기업들에게 부여된다.
특히 심각한 초저출산 문제를 직면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매일유업은 임직원들의 출산과 양육에 함께 동반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가족친화경영을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1975년도에 임신과 출산, 육아문화를 선도하는 모자보건교육을 시작한 이래로 다양한 가족친화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가능하게 하는 직장환경을 조성했다.
매일유업의 가족친화경영은 임직원의 임신 준비부터 출산과 육아기까지 함께하는 '동반육아 파트너쉽(Parenting Companionship)'을 강조한다.
다만 매일유업의 이런 노력에도 국내 전체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를 갱신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출생아 수는 전년 동월 대비 7.6%(1천450명) 줄어든 1만7천531명이었다. 이는 지난 1981년 월간 통계를 작성한 이해 11월 기준으로 가장 적은 수치다.
이는 매일유업의 업황에도 부정적이다. 우유·분유를 소비하는 영유아 및 어린이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 0∼17세 아동인구는 707만7천206명으로 2014년(918만6천841명) 보다 210만9천여명(23%)이나 감소했다.
우유 소매점 매출 또한 2020년 2조4천652억원에서 지난해 2조1천532억원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매일유업의 아몬드 브리즈. [사진=매일유업]](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40205/art_17067758208783_c07e5b.png)
이에 김 부회장은 식물성 대체류, 단백질 음료 등 포트폴리오 확대에 힘써오고 있다. 회사는 앞서 2015년 미국 블루다이아몬드의 아몬드브리즈를 한국에 선보였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식물성 대체유가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대두되며 비건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당시 아몬드브리즈는 출시 이후 3년간 연평균 성장률 45%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에는 스타벅스차이나와 아몬드브리즈 바리스타 제품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전역 6천여개의 스타벅스에 아몬드브리즈 바리스타 1L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으로 매일유업이 아몬드브리즈 제품을 해외 기업간 거래를 하게 된 첫 사례다.
아몬드브리즈의 성공으로 매일유업은 2021년 귀리를 활용한 고단백 대체우유 제품 '어메이징 오트'도 새롭게 선보인다. 소비자들의 식습관이 변화하며 어메이징 오트는 출시 1년만에 1천800만팩 판매를 돌파했다.
이 외 단백질 브랜드도 확대 중이다. 2018년 매일유업은 김 부회장의 주도 아래 단백질 브랜드 '셀렉스'를 출시했다. 당시에는 노인용 단백질 보충제로 개발했으나 성인 영양식 시장으로 변경했다.
이어 2021년에는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독립법인인 매일헬스뉴트리션을 신설하며 사업 확대에 나섰다. 이는 성과로 이어져 셀렉스 누적 매출은 2022년 말 기준 3천100억원을 돌파했다.
이와 관련 매일유업 관계자는 "회사는 이미 저출산 문제를 인지하고 준비를 해왔다"며 "기존 우유 등 유제품 비중이 아직도 높아서 경쟁력을 키우려고 노력 중이고 셀렉스와 어메이징 오트, 아몬드브리즈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신사업과 수출에 노력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 아몬드브리즈를 중국 스타벅스에 수출한 것이 성과로 꼽힌다"며 "이 외 분유 등을 해외로 수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