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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街 여성CEO(下)]장자승계 전통 깬 '다크호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글로벌시장 진출 '시동'

구지은 부회장,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3남 구자학 아워홈 전 회장의 막내
LG家, 장자 승계 원칙 고수 중…범 LG그룹 최초로 여성 대표이사에 선임
구지은 부회장 입사 이래 아워홈 매출액 2004년→2014년 2배 이상 성장
글로벌 사업 확장 위해 전력 질주 중…'푸드테크·AI 등 최첨단 기술 도입

 

보수적인 유통가에 여성 대표들이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고물가부터 저출생 등으로 유통업계가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실적과 성과를 내며 제 2의 전성기를 이끄는 중이다. 국내 유통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이들의 성공신화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유통 여성 CEO]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K-라면 성공 신화…매출액 1조 시대 개막
(中) [유통 여성 CEO]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 유(乳)업계 유리천장 격파…사업 다각화로 위기 극복
(下) [유통 여성 CEO]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장자승계 전통 깬 다크호스…글로벌 시장 본격 진출

 

【 청년일보 】 아워홈은 범 LG그룹이다. LG그룹은 예로부터 장자승계를 원칙으로 여성은 경영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유리천장을 깬 것이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다. 오너 일가라는 배경에도 실적과 성과를 바탕으로 현재 자리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구 부회장이 아워홈에 입사한 지난 2004년 이후 10년만에 회사 매출액은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이 결과 구 부회장은 보수적인 유통업계에서도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아워홈은 구 부회장 체제 이래 올해 제 2의 도약을 위해 '글로벌 사업 확장'과 '푸드테크, AI 등 최첨단 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목표다.


◆범 LG그룹 중 최초의 여성 대표…실적·성과 기반으로 입지 확대


범 LG그룹은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범 LG가'의 불문율을 깬 것이 구 부회장이다. 


구 부회장의 부친은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3남 고(故) 구자학 아워홈 전 회장이다. 모친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씨(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녀)다.


구 부회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과는 사촌지간이다. 이에 그는 LG그룹을 친가, 삼성그룹을 외가로 둬 한국 재계 인맥구도의 핵심에 있는 인물로 꼽혀왔다.


구자학 전 회장은 1남3녀를 뒀는데, 구 부회장은 막내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보스턴대에서 인사관리 석사 과정을 마치고 삼성인력개발원과 글로벌 인사컨설팅 회사인 왓슨와이어트를 거쳐 2004년 아워홈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구 부회장은 이후 구매물류사업부장과 외식사업부장, 글로벌유통사업부장, 구매식자재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2009년 아워홈의 자회사인 캘리스코의 대표를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등장했다. 캘리스코는 아워홈이 외식사업 '사보텐'을 물적 분할해 세운 회사다. 


아워홈 매출액은 2004년에는 5천억원대였으나 2014년엔 1조3천억여원으로 성장했다. 10년만에 2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이 구 부회장이다.


구 부회장은 ▲구매식재사업 2년 연속 30% 신장 ▲캠벨, 올리탈리아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수입 식재 매출 200% 확대 ▲저당·저나트륨 건강 식자재 '행복한맛남 케어플러스'를 통한 영역 확대 등의 성과를 인정받아 2015년 2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아워홈 승계는 구 부회장 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그러나 그해 7월 승진 5개월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차기 경영 행보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이듬해 구자학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아워홈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후계 구도가 굳어지는 상황으로 보였다.


당시 구 부회장은 캘리스코 대표로 옮겨 본 일본돈카츠 브랜드 '사보텐'과 미국 멕시칸 브랜드 '타코벨' 등 식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 결과 캘리스코의 매출은 2013년 478억원에서 2016년 639억원으로 꾸준히 확대됐다. 이에 구 부회장의 복귀설이 재부상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구 부회장은 2017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아워홈'의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청하는 '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을 제기했다. 

 

 

당시 아워홈 최대주주는 지분 38.56%를 보유하고 있던 구본성 전 부회장이었다. 2대 주주가 20.67%를 지닌 구 부회장이었다.


구 부회장의 두 언니 구미현씨와 구명진씨가 각각 19.28%, 19.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구 전 부회장을 제외한 세 자매의 합산 지분은 59.55%였다.


승기가 눈앞에 있는 듯 했으나 최종적으로 언니 구미현 씨가 임시주주총회에서 결국 오빠의 손을 들어주게 되며 구지은 전 부사장의 아워홈 복귀는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2019년 또 다시 아워홈과 캘리스코의 식자재 납품 재계약과 관련해 남매 간 갈등이 빚어졌으나 해를 넘기자 소강상태를 보인 듯 했다.


그러나 2021년 구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으로 실형을 선고 받은 이후 세 자매가 합심해 구 전 부회장을 해임한다. 이어 아워홈 신규 대표에 구 부회장이 선임됐다.


이에 구 부회장이 범 LG그룹의 장자승계를 깨고 경영자에 오른 입지전적인물로 평가되는 것이다.


◆구 부회장 체제 이래 회사 성장 중…외식 사업 호조세


구 부회장 체제 아래 아워홈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지난해 실적은 나오지 않았으나 앞선 2022년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8천354억원, 537억원, 255억원으로 전년 대비 5.43%, 108.95%, 420.41% 증가했다.

 

 

구 부회장은 캘리스코 대표 역임 당시에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인 적이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외식 사업에서도 성과가 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아워홈 외식 사업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28% 상승했다. 주요 상권 및 오피스가 밀집돼 있는 여의도를 중심으로 파인다이닝, 컨세션 등 외식 사업을 활발하게 운영한 것이 주효했다.


아워홈은 프리미엄 중식당 '싱카이'와 일식당 '키사라' 여의도점을 30년 이상 운영 중이다. 싱카이는 1930년대 상하이의 고급 레스토랑을 재현한 프리미엄 중식당이다. 40년 경력 중식 명장의 노하우가 담긴 중국 4대 지역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키사라는 제철 재료로 조리한 정통 일식을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일식당이다. 고품질 식재료를 활용해 이색 메뉴를 선사하고 있으며 중식, 일식 일품 및 코스요리와 와인 등 주류도 제공한다.


아워홈은 지난해 9월에는 여의도 IFC몰에 프리미엄 푸드홀 브랜드 '컬리너리스퀘어 바이 아워홈'을 론칭했다. 한식, 중식, 일식을 비롯해 타이식, 간편식 등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대에 즐길 수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컬리너리스퀘어 바이 아워홈 매출은 오픈 당월인 9월 대비 약 33% 신장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022년 연간 보다 40% 증가했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2천여 명을 기록 중이다.


아워홈은 비즈니스 미팅, 직장인 점심 수요가 높은 여의도 일대를 외식 사업 진출 거점으로 삼고 관련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구 부회장, 현장 경영 통해 미래 먹거리 모색


구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 찾기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초 구 부회장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 Show) 2024'에 참석하기도 했다. 


아워홈이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과 '푸드테크, AI 등 최첨단 기술 도입'에 방점을 찍은 만큼, CES2024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구 부회장은 비즈니스전략, 글로벌, 기술경험혁신 등 직접 구성한 참관단을 이끌고 CES2024 기간 내내 현장에 머물며 푸드테크, AI, 헬스케어 등 다양한 관련 전시 부스를 참관했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들을 방문해 개인 맞춤형 영양 식단을 제공하는 아워홈의 캘리스랩 고도화 및 글로벌 확산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눴고 CES가 끝난 이후에도 다양한 교류를 지속할 예정이다. 


또한 관련 콘퍼런스 세션에도 참가해 아워홈 역량을 점검하고 글로벌 기술 동향을 파악하는 한편, 수주 확대를 위해 영업활동에도 심혈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미래 신사업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푸드테크의 경우 급식 및 외식 점포 대상 인력난 해소, 작업 편의성 향상, 프로세스 혁신(PI) 등 업무 효율성 증대 차원에서 자동화 기기를 도입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두산로보틱스와 푸드테크 분야 기술 협력을 맺었다. 현재 두산로보틱스 로봇을 적용한 자동화 장비 개발 진행 중이며 푸드테크 분야 자동화시스템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아워홈 관계자는 "향후 식수 손실율 최소화할 수 있는 식수 현황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 AI 기반 무인 편의점 개발, 신규 자동화 조리장비 스마트 서비스 구축 등 디지털 플랫폼을 도입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워홈은 MCP(Meal-Care Platform, 단체급식), TFS(Total Food Solution, 식자재유통), GP(Gourmet Platform, 외식), HMR(Home Meal Replacement, 식품) 등 4대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CES2024에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참석한 것도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워홈은 현재 국내를 비롯해 미국, 중국, 폴란드, 베트남까지 총 5개 국가에 법인을 두고 해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해외법인 모두 단체급식사업이 핵심으로 현재 120여개에 달하는 사내 식당을 운영 중으로 미국에서는 기내식 사업까지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또 2010년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 단체급식 시장에 진출했으며 이후 2017년 베트남 법인 설립과 함께 1호 단체급식점포를 수주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2022년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해외사업 매출 비중에 전체 매출의 10%를 넘어섰으며, 올해 글로벌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30%가량 신장할 것"이라며 "올해도 글로벌 사업 확장을 미래 성장 전략으로 세우고, 미국과 유럽 등 식음 선진시장 점유율 확대 및 김치 등 K푸드 수출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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