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금융당국이 보험부채 평가 할인율 현실화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는 시장금리 하락과 규제 부담이 겹쳐 보험사의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보험협회, 보험사, 전문가, 유관기관 등이 참여한 '보험산업 건전성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시행 일정과 대안, 자산·부채관리(ALM) 제도 개선 방향 등을 논의했다고 2일 밝혔다.

앞서 당국은 오는 2027년까지 보험부채 할인율을 점진적으로 인하하고, 최종 관찰 만기를 30년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시장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할인율 인하와 중첩될 경우 보험사 K-ICS 비율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발표한 보험사 1분기 K-ICS 비율은 197.9%로, 전 분기(206.7%) 대비 8.7%포인트 하락하며 사상 처음으로 200%를 밑돌았다. 금융권에선 건전성 기준인 150%를 여유 있게 웃돌고는 있으나, 하락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TF에서는 할인율 현실화 계획의 시행 일정을 ▲현행대로 유지 ▲매년 재논의 후 만기 확대 여부 결정 ▲3년 분산보다 더 장기화 등 다양한 대안을 두고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내달 중 업계 의견을 수렴해 시행 일정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실질 만기) 구조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규제 도입도 논의됐다. 금리 하락 시 건전성 지표가 급락하는 근본 원인이 보험사 자산부채관리(ALM) 구조 취약성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회의에서는 감독규정에 듀레이션 갭 허용 범위를 명시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K-ICS 제도나 경영실태평가 항목에 자산·부채관리를 포함해 감독 강도를 높이는 방안도 논의됐다. 다만, 현재 듀레이션 갭이 큰 보험사의 부담을 고려해 대형 보험사에 우선 적용하거나 충분한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됐다.

금융당국은 이와 같은 ALM 규제 도입 여부 및 세부 방안도 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TF는 앞으로 할인율 조정 및 ALM 제도 외에도 ▲기본자본 규제 체계 도입 ▲계리가정(보험계약 시 수립하는 기술적 추정치) 선진화 ▲보험사 정리제도 개선 등도 순차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당국은 지급여력비율 기준(K-ICS)을 기존 150%에서 130%로 하향하는 대신, 자본의 질적 요건을 강화하는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감독 기준 신설을 예고한 바 있다.

안창국 금융산업국장은 "보험사의 건전성 관리를 엄격히 강화해 나가되 과도한 부담에 노출되지 않도록 적절한 시행 속도를 유지하고, 필요한 규제 개혁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