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주요 유통업체 총수들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이하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주에 총집결한다.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유통업계를 이끄는 리더들이 이번 만남을 통해 혹한기를 겪고 있는 업황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유통업체 총수들은 오늘 열리는 APEC CEO 서밋 개막식에 참석한다.

 

구체적으로 이날 행사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한채양 이마트 대표 등이 참석한다. 또한,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HQ 총괄대표,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수장들도 함께할 예정이다.

 

APEC CEO 서밋에서 이들 기업은 K-브랜드의 우수성을 글로벌 시장에 알리고, 해외 시장에서의 국내 유통 업체의 선전을 위해 머리를 맞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의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이번 APEC을 계기로 의미 있는 자리가 성사됐다"며 "세계 시장에 K-유통 브랜드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업체들은 현재 '혹한기'라고 불릴 정도로 어렵고 힘든 시기를 함께 견디고 있다는 점에서 동병상련의 입장"이라며 "내수 시장을 넘어 K-컬쳐의 인기를 딛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실제 지난 28일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 주최로 개최된 'APEC 유통 퓨처테크포럼'에서는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인내하고 있는 유통업체의 '경주선언'이 공동 채택되기도 했다.

 

이날 포럼에는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등 롯데쇼핑의 주요 계열사 수장을 포함해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와 허서홍 GS리테일 대표, 박대준 쿠팡 대표 등 국내 대표 유통업체의 총수가 대거 참석했다.

 

APEC 유통 퓨처테크포럼은 APEC CEO 서밋의 공식 부대행사로 '글로벌 유통산업의 혁신과 미래'를 주제로 정부·기업·학계 등 국내외 인사 약 300명이 참석했다.

 

28일 채택된 경주선언에서는 ▲인공지능(AI) 전환 ▲친환경 ▲표준협력 등을 미래 유통업계 핵심 키워드로 선정했다.

 

구체적으로 경주선언은 유통산업 혁신이 시민 생활 향상 및 경제발전을 선도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혁신 비즈니스 모델 공유 및 네트워킹 강화 등을 통해 유통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와 함께 순환경제 구축, 탄소중립 실현 등 환경친화적 과제 실천을 통해 지속 가능한 유통산업 기반 마련과 상생의 유통 생태계 구축 등도 담겼다.

 

이날 포럼에서는 APEC 경제권에서의 유통산업과 유통업계 AI 전환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APEC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0%, 교역량의 50%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라며 "이번 포럼에서 채택된 경주선언은 APEC CEO 서밋의 비전을 구현하는 것으로 잘 실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조연설에 나선 데이비드 벨 박사는 "온라인 쇼핑이 대세임에도 소비는 여전히 공간에서 완성된다"며 "미래의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고객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능형 공간'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시대의 승자는 데이터, 개인화·맞춤화 그리고 경험에 집중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를 이해하는 데이터 감각"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통업계 총수들의 모임이 유통업계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주요 경제단체의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이번 APEC 유통 퓨처테크포럼과 CEO 서밋에서 한국 유통업체 리더들은 어려운 업계 현실을 공유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공동전선 구축에 실질적 노력을 함께할 것"이라며 "특히, 경주선언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인공지능 전환, 표준협력 등에 보다 많은 역량을 쏟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유통업계는 특히 인공지능 기술 도입 측면에서 해외 선진국 유통업체에 비해 다소 더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경주선언을 계기로 미래 유통산업의 청사진을 함께 공유한 만큼, 이러한 부족한 부분은 조만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내수시장 만으로는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국내 유통업체들은 '글로벌 진출'에 보다 많은 투자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을 것"이라며 "각국 주요 인사와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이 모이는 APEC에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부스를 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통시장에서 국내 유통업체들이 여전히 시장 선도에 앞장서고 있지만, 최근 일본이나 중국 등의 업체에 다소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 유통업계 전체의 지속 가능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번 만남을 계기로 그간 소홀했던 업계의 '공동협력'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은 이번 APEC 행사 기간 자사의 상품·서비스 홍보 및 브랜드 노출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먼저 신세계그룹은 대한상의와 오는 30일 부산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APEC CEO 서밋의 주요 행사로 K-상품 수출 네트워킹 행사를 열 예정이다.

 

또한,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외벽 초대형 전광판을 통해 행사 홍보 영상을 송출한다.

 

롯데는 APEC 행사 기간 K-브랜드를 알리는 부스를 운영하며 식품, 뷰티,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다.

 

롯데웰푸드, 롯데칠성 등 식품 계열사는 물로 면세점,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유통채널 인사들도 참석해 K-브랜드의 우수성을 알리고 해외 바이어와 파트너십도 모색한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