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법원이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두 달 연장하고 MBK파트너스가 긴급 운영자금(DIP) 1천억 원을 투입했지만, 시장에서는 회생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홈플러스의 청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이마트·롯데마트 등 경쟁사들이 ‘포스트 홈플러스’ 이후 시장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회생법원회생4부는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오는 5월 4일까지 연장했다. 당초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기한은 4일 종료될 예정이었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법원은 회생계획안 가결을 회생절차 개시일부터 1년 이내에 해야 하지만 사유가 있을 경우 6월 범위 안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4일 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된 이후 5차례에 걸쳐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연장한 바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연장하며 "MBK파트너스가 우선 투입할 1천억 원으로 연체 중인 직원 급여 등 시급한 채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부문 매각 진행 상황을 확인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법원의 판단에서 MBK파트너스가 지급한 1천억원의 DIP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투자(IB)업계 전문가는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는 홈플러스가 회생하지 못하고 청산으로 돌입할 경우 받게 되는 타격이 심대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MBK파트너스의 자금 운용 규모를 고려했을 때 1천억원은 그리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추가 자금을 차출하지 않았다는 것은 MBK파트너스 측에서도 홈플러스를 실제로 회생으로 이끌고 싶기 보다는 '할만큼 했다'는 여론 조성을 위한 시간 끌기의 목적이 더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회생 기간 내 3천억원의 DIP와 기업형 슈퍼마켓(이하 SSM) 사업인 '익스프레스'를 매각함으로써 추가 자금을 확보하고 비효율 점포를 폐점하는 등 구조 조정을 단행해 인수합병(M&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홈플러스는 3천억원의 DIP를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과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각각 1천원씩 확보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나머지 1천억원은 앞서 MBK파트너스가 지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가 DIP 확보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실제 금융업계에서는 이들 업체가 홈플러스의 상환 여력이 결여된 상황에서 DIP를 제공할 실효적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홈플러스의 브랜드 가치와 향후 시장 가능성을 종합했을 때 홈플러스가 예상하고 있는 DIP를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DIP를 확보한다고 할지라도, 현재 직원의 급여도 적시에 지급하지 못하는 업체가 3천억원 이상의 빚에 대한 상환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홈플러스가 향후 운용 자금 확보를 위해 제시한 익스프레스 매각 계획 역시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홈플러스는 익스프레스를 약 3천억원에 매각해 추가 DIP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 SSM 업계 관계자는 "익스프레스가 매물로 나와있지만, 기존 경쟁사들과 상권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고 노조 문제 등 매각 이전에 선행 해결해야 할 위험 요인도 많아 홈플러스 측에서 이러한 리스크를 해결하고 매각을 진행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인수 업체 측에서 현재 익스프레스에 상존한 다양한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격적 측면에서도 홈플러스가 여전히 가치가 대비 높은 단가를 책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업계 내에서는 가격 문제보다는 인수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알짜 점포 분리 매각'에 대한 회의적인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종사자는 "업계 일각에서는 고효율 매장을 우선 매각하는 방안이 그나마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와 같은 매장을 분리할 경우 익스프레스 브랜드 전체의 가치는 하락한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본다"라며 "만약 알짜 매장만 분리해서 판매할 경우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익스프레스 전체 매장에 대한 판매가 어려워져 선택지로 고려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또한 홈플러스는 오는 2031년까지 41개 점포를 폐점하고, 대규모 적자 점포를 정리함으로써 경영 정상화를 위한 토대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미 폐점됐거나 영업을 중단한 점포는 서울 가양점, 경기 시흥점 및 일산점, 인천 게산점 등이 있다.
다만, 오는 비효율 점포에 대한 폐점을 통한 구조조정을 약속한 홈플러스의 계획이 실현되더라도, 이후 브랜드 경쟁력이 되려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고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매입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바로 점포 수 그 자체"라며 "폐점을 통해 매장을 줄일 경우 임대료 등 고정비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향후 상품 매입 등 업체 운영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 업체와의 최저가 경쟁을 통해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여력이 대형마트의 핵심 경쟁력인데, 폐점 계획 이후의 홈플러스는 현재 업계 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사의 브랜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전망했다.
실제 홈플러스의 상품 매입 역량 저하는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물가안정 프로젝트' 등 홈플러스의 주요 할인 프로모션에서는 취급 품목이 대폭 감소하고 있다.
특히 상품 매입 능력이 점차 저하됨에 따라 제조업체 브랜드(NB)가 급격히 감소하고 이를 자체 브랜드(PB)로 대체하려는 경향이 도드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회생계획의 다양한 결함을 고려했을 때 홈플러스의 회생이 아닌 청산에 더 높은 비중을 두면서, 경쟁 업체들이 '포스트 홈플러스' 이후의 시장 변화에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홈플러스가 확보한 두달여의 시간동안 극적인 회생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제는 현실적으로 청산의 가능성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홈플러스 이후의 시장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홈플러스가 청산된 이후라고 할지라도 기존 경쟁사가 점포를 매입하는 등 공격적인 사후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는 예상되지 않는다"며 "일부 핵심 상권의 소수 점포에 대한 인수를 진행할 수 있겠지만, 홈플러스가 보유한 해당 상권의 점포들은 이미 유동화 된 점포의 비중이 높아 매입하려는 업체 입장에서도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또한, 경쟁사 역시 사양산업화 되는 대형마트 산업을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상황에서 매출이 낮은 지방 점포를 매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매장을 인수할 경우 단지 그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신규 고용, 인테리어 비용 등 더 많은 비용이 지출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홈플러스가 청산된다고 할지라도 그 잔여 수요는 대형마트에 그대로 잔류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등 여타 판매 채널로 이동할 개연성이 훨씬 더 높다"며 "과거와 달리 유통 시장의 트렌드 자체가 상당히 변화했기 때문에 홈플러스에 대한 수요가 오프라인 채널로 분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전했다.
홈플러스가 청산 되더라도 오프라인 수요가 잔존해 경쟁 업체들이 일정한 반사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종우 남서울대학교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마트 이용 고객층은 주로 4050세대 이상으로 홈플러스 청산 이후에도 어전히 대형마트를 방문할 확률이 높다"라며 "다만, 전반적인 유통 트렌드가 온라인 시장으로 이동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2030세대 소비자의 경우 온라인으로 상당 부분 흡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또한, 실제 청산이 이뤄지면 일부 수도권 주요 매장 정도만 인수 대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며 "경쟁사의 경우에도 비수도권 매장은 적자 점포가 이미 상당하기 때문에 홈플러스의 매장을 추가 인수할 개연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
최철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유통 업체가 크게 성장하는 추세에서 대형마트의 확장성이 상당히 제한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로 인해 대형마트가 급증하지도 않겠지만, 마찬가지로 급감하지도 않는 '현상 유지'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온라인 유통 업체의 성숙도가 상당해졌지만, 여전히 온라인에서 상품의 품질을 가늠하기에는 어려운 신선 식품과 같은 상품군이 있다"며 "또한, 직접 매장을 방문해 다양한 상품을 한번에 구매하는 소비 패턴에 익숙한 소비자들도 상당하기 때문에, 홈플러스 사태 이후 경쟁사들이 이들 수요를 기반으로 반사 이익을 볼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