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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와도 저을 노 없다"…대형마트업계, 10년 묵은 족쇄에 '쩔쩔'

쿠팡 개인정보 유출·모럴 해저드에 소비자 약 70만명 이탈…'탈팡' 현상 지속
대형마트, 쿠팡 시장 공백 대체 유력 유통 채널로 부상…기능·인프라 '완비'
소비자, 제한적 배송 서비스에도 '긍정적' 반응…"확대 시 높은 수요 전망"
유통산업발전법, 대형마트 심야 배송 제한…"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해야"

 

【 청년일보 】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소비자 이탈이 가속하는 가운데, 대형마트가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대형마트의 심야 영업을 금지하고 있는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전자상거래(이하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의 사용자 이탈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을 시작으로 노동 문제 등 각종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사례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본격적인 이탈이 시작됐다"며 "시장 판도에 유의미한 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6일 앱·결제 데이터 분석 업체인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에서 이탈한 소비자는 약 67만7천명으로 집계됐다.

 

또한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작년 11월 1천600만명을 상회하던 쿠팡의 일간활성이용자(DAU)는 지난달 말 1천400만명대까지 감소했다.

 

이와 같은 소비자들의 움직임에 대해 한 업계 종사자는 "단순히 부정적인 사건에 의해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보기에는 그 수치가 누적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라며 "'탈쿠팡'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며 네이버플러스 스토어·G마켓·11번가 등 경쟁사들의 반사이익도 가시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일 및 익일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전면으로 내세워 성장한 쿠팡의 공백을 대체하기에는 경쟁사들의 배송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물류업계 전문가는 "쿠팡이 약 10년간 구축한 독보적인 배송 시스템을 일순간에 경쟁사가 대체할 수 없다"며 "경쟁사의 경우 대부분 택배사와 계약을 통해 위탁 배송을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이 경우 당일 및 익일 배송 속도와 품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 일각에서는 대형마트가 쿠팡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유력한 유통 채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가 로켓배송을 위시로 한 쿠팡의 당일·익일 배송 시스템을 일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그 근거로 ▲대형마트의 전국적 분포도와 매장 수 ▲활성화된 콜드체인 ▲대형마트 업계의 적극적 의지와 소비자 니즈 등을 거론하고 있다.

 

먼저 쿠팡 로켓배송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인 '쿠팡풀필먼트센터'(이하 CFC)를 대체할 수 있는 매장 분포도와 수량이 거론된다.

 

대형마트는 전국적으로 주요 상권에 약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매장 취재 필요)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매장에는 신선식품을 비롯해 생필품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만나볼 수 있는 대부분의 상품이 실시간으로 판매되고 있어 쿠팡의 CFC와 유사한 '물류창고'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기업 및 소비자 간 거래(B2C) 유통 채널 역할을 수행했던 대형마트는 이미 전국적인 규모에서 주요 상권에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며 "또한 대부분의 매장이 상당한 규모의 부지 위에 세워져 있고, 재고를 위한 창고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전했다.

 

 

실제 대형마트 업계는 각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제한적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이마트는 2024년 11월부터 배달의민족에 입점하는 한편, 2025년 9월에는 SSG닷컴 '바로퀵'을 통해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바로퀵은 식품·생활용품 등 이마트 매장 상품을 점포 중심으로 반경 3km 이내에서 배달대행사의 이륜차로 도착지까지 1시간 내외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롯데마트는 '제타'(ZETTA) 앱을 활용해 3시간 내외의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에도 주문 후 1시간 내외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퀵커머스 서비스 '매직나우'를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대형마트 업계가 신선식품 유지를 위한 콜드체인을 일찍이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거론된다.

 

특히 최근 대형마트 업계가 신선식품 위주의 경쟁을 지속하며 콜드체인은 더욱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대표적으로 롯데마트는 신선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영국의 리테일 기업 오카도(Ocado)와 협력해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이 적용된 자동화 고객풀필먼트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역시 보다 세밀한 콜드체인 구축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배송을 통해 시장 저변을 확대하려는 대형마트 업계의 강력한 의지도 빠른 속도로 시장 공백을 대체할 수 있는 촉진제로 작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의 신선한 상품을 받아보려는 소비자들의 니즈도 상당한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이마트가 현재 제공하고 있는 퀵커머스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를 방증한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마트 퀵커머스 서비스 전체 이용객 수는 최근 3개월간 매달 평균 47%씩 신장했다. 월 평균 매출액 역시 지난 3개월 평균 약 44%가량 늘어나며 전체적인 이마트 매출 신장에 기여했다.

 

또한 퀵커머스 이용객 중 2030 고객의 비중이 전체 고객 절반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 역시 큰 특징이다.

 

상품 판매 측면에서는 신선, 가공식품 등 그로서리 매출 비중이 90%에 달했고 그중 소단량 상품과 델리, 냉동육, 밀키트 등 간편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롯데마트 제타는 네이버와 제휴한 작년 12월 18일부터 30일까지 약 2주간, 배송건수가 직전 2주 대비 20% 늘었다.

 

하지만 이처럼 대형마트가 쿠팡의 시장 공백을 대체할 수 있는 기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의 심야 영업을 금지하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이 이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의 영업 시간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로 제한하고 있으며, 월 2회 의무휴업을 강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의무휴업일과 영업 제한 시간대 새벽 배송을 금지하고 있어 이와 같은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와 대형마트 업계의 어려운 업황, 또한 소비자들의 편익을 위해 해당 법률을 개정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데 입을 모은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는 "약 10여 년간 전통상인과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는 법률이 시행됐지만, 실제로는 대형마트의 영업이 이뤄지지 않는 날에는 주변 상권의 매출 역시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법안의 취지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형마트는 이커머스 플랫폼보다 빠른 시간 내에 신선식품 등 소비자가 필요한 제품을 언제든지 배송해줄 수 있는 인프라와 기능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며 "영업 시간 외 배송을 금지하고 있는 법률이 과연 소비자의 이익 증진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계의 한 기업구조 전문가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인해 대형마트의 시장 규모 자체가 크게 축소된 상황에서 유독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지속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약 10년간 채워진 족쇄는 홈플러스를 포함한 대형마트의 업황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데 기여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커머스 플랫폼과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면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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