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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잠식' 기업에 3조원을 투자(?)'"...홈플러스 인수전 '혼돈'

공개입찰 마지막 날 복수 기업 인수의향서 제출…마감 당일 상황 '급반전'
AI 핀테크 기업 하렉스인포텍·부동산 임대 및 개발 업체 스노마드 '참전'
법조계 "특정 기업 공개입찰 막을 수 없어"…"실사 과정 참여 못할 수도"

 

【 청년일보 】 매물로 나온 홈플러스의 인수전이 본격화되고 있으나, 성사 가능성을 두고 적잖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소비자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마트 업종을 영위하고 있고, 청산 시 다수의 노동자가 실직 위기에 처할 수 있는 만큼 인수 기업 선정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진행된 홈플러스 공개 입찰 과정에는 업계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최소 두 곳 이상의 기업이 홈플러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홈플러스 측에 따르면, 공개입찰 인수의향서 제출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복수의 업체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번 공개입찰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접수된 인수 의향서와 자금조달, 사업계획 등을 검토한 후, 의향서를 제출한 곳들과 실사를 위한 비밀준수협약(NDA)을 체결할 예정이다.

 

인수 후보자는 오는 21일까지 실사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26일까지 최종 입찰제안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그간 홈플러스를 공개 입찰을 통해 인수하려는 기업이 등장할 가능성이 낮다는 데 입을 모아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개입찰에서, 그것도 마지막 날 복수의 기업이 홈플러스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라며 "실제 인수로 이어질지에 대한 여부와 별개로 인수 의향을 밝힌 기업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업계 전망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홈플러스 공개입찰 기간 중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은 하렉스인포텍와스노마드 등 중소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렉스인포텍은 '유비페이' 등의 페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전문 핀테크 기업이며, 스노마드는 부동산 임대 및 개발업체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기업이 실제 홈플러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이다.

 

먼저 하렉스인포텍은 약 50명의 임직원이 재직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문제는 이 업체의 재무상태와 사업 지속 가능성이다.

 

서울거래비상장의 개별 재무제표에 따르면, 하렉스인포텍의 지난 2020년, 2021년 매출은 각각 1억원과 5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77억원, 65억원에 이르렀다. 해당 기간 당기순손실 역시 각각 65억원과 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매출 3억원과 33억원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를 영업이익률로 환산하면 2020년 -6천110%, 2021년 -1천460%였고, 작년 역시 -1천30%에 육박했다.

 

자본금과 부채 상황 역시 비관적이다. 2021년 121억원의 자본에 34억원의 부채를 가지고 있던 하렉스인포텍은 작년 자본금이 10억원으로 감소했고, 29억원의 부채를 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업계는 하렉스인포텍이 미국으로부터 약 3조원가량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내용을 인수의향서에 담은 데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하렉스인포텍은 2000년 설립된 기업으로, 투자자문사를 통해 미국에서 20억달러(약 2조8천억원)를 조달해 홈플러스를 인수 및 운영한다는 계획을 인수의향서에 포함했다.

 


공개입찰에 참여한 또 다른 기업인 스노마드 역시 이와 유사한 평가를 받는다. 작년 기준 스노마드의 매출은 116억원, 자산총계는 1천597억원에 불과하다.

 

또한, 현재까지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 분야 역시, 홈플러스의 지속 가능 경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종사자는 "하렉스인포텍은 각종 페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 업체가 제공하는 유비페이라는 서비스는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차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인수가 성사된다면, 홈플러스가 구축하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망과 함께 AI 페이 기술을 적용해 시너지를 구현해 보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페이 서비스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전문 기업인 스노마드라는 업체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경우, 그야말로 '전주(錢主)'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대형마트 업종을 유지하는 데는 상당한 수준의 유통 역량과 노하우가 필요하고, 이를 지속할 수 있는 탄탄한 자본력 역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두 업체 모두 이와 같은 필수적인 역량이 결여된 상황에서 단순히 자금을 조달하는 것만으로는 정상적인 기업 경영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짚었다.

 

법조계에서는 공개입찰에서 특정 기업을 제한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기업의 규모가 작더라도 공개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부분"이라며 "다만, 이후 진행되는 실사 과정에서 다양하고 구체적인 심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부적합한 업체들은 조기에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공개입찰과 본입찰 이후 정밀하고 세부적인 실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한 대형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현재까지 공개된 홈플러스 인수 의향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홈플러스와는 화학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지, 사업적인 시너지 영역뿐만 아니라, 실제 이들 기업이 홈플러스를 지속 가능한 형태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가장 큰 의문이 든다"며 "홈플러스 인수 기업은 적어도 MBK파트너스보다는 더욱 지속 가능한 사업 비전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사업적·금전적 기반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그러나 실질적으로 하렉스인포텍과 스노마드는 상장조차 되지 않은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가능성인 매우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주요 경제단체의 기업 구조 전문가는 "실사 과정에서 인수 의향을 밝힌 기업들이 실제 투자를 유치할 역량이 있는지, 만약 있다면 그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지 확실히 심사해야 한다"며 "만약 여기서 사업 비전과 역량이 결여된 기업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경우 사태는 수습되는 것이 아닌, 더욱 겉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던 '농협 인수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현 상황에서는 공개 입찰 과정이 아닌, 본입찰 과정에서 새로운 인수 희망사가 등장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면서도 "다만, 만약 새로운 기업이 등장한다고 할지라도, 계속기업 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은 홈플러스의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단, 이들 기업이 실사 과정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공개입찰 과정에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일지라도, 모두 실사 과정을 밟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원 측과 설정한 내부 기준 등을 걸쳐 실사에 적합한 기업을 선정하고 이후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는 약 2조5천억원이며, 청산가치는 약 3조7천억원에 달한다.

 

계속기업가치는 홈플러스가 사업을 지속할 경우의 가치를 의미하며, 청산가치는 자산 처분 시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을 말한다.

 

홈플러스의 예비 실사 기간은 21일까지이며, 본입찰 마감 기간은 26일이다. 이 기간이 지난 후에도 인수할 기업이 결정되지 않을 경우, 홈플러스는 공식적으로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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