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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환자 고통이 눈에 밟혔다”…전재용 교수, 조영제 투여 ‘주사→패치’ 전환점 마련

“대용량 약물 주입 가능”…전재용 교수팀,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 개발
“효율 늘리고 환자 불편감·생산비용 줄였다”…기존 마이크로니들 한계점 ‘극복’

 

【 청년일보 】 일반적으로 필요한 약물을 주입하기 위해 주사기를 이용한 방법이 흔히 사용되고 있지만, 만성질환 환자나 반복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환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약물이나 조영제 등을 통증 없이 전달할 수 있는 마이크로니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전재용 교수·의공학연구소 천화영 박사·서울과학기술대학교 윤현식 교수 공동 연구팀이 주사 없이 대용량 약물을 빠르게 전달하는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SFMNP)를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한 패치는 소동물 모델 부착 시 10분 내 림프절까지 조영제가 도달함은 물론 기존 주사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약물을 성공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의 패치로, 기능성·나노소재 분야의 세계적 국제 학술지 ‘응용기능소재’에 게재됐으며, 커버 논문(Back Cover Article) 및 유럽화학학술연합회(Chemistry Europe)의 핫토픽(Hot Topic)으로도 선정될 정도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청년일보는 이처럼 의학계가 주목할 정도로 놀라운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개발하게 된 배경이 무엇이고, 기존 마이크로니들 패치 대비 어떤 차이점 등이 있으며,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 등은 없었는지 등 대해 전재용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봤다.

 

◆ 마이크로니들 패치 개발, 환자의 고통·두려움에서 ‘시작’…“불편함 최소화 고민의 결과물”

 

전재용 교수가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개발하게 된 배경에는 림프부종 진단을 위한 검사 과정에서 환자들의 고통과 불편감 호소가 있었다.

 

림프부종 진단방법으로는 ▲팔·다리의 둘레 측정 ▲림프관 조영술(Lymphoscintigraphy) ▲초음파 검사 ▲광전자공학 사지 부피 측정 등이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ICG(인도시아닌 그린) 조영술’을 통한 검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ICG 조영술은 림프관의 위치와 기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진단법으로, 림프 흐름의 이상 부위와 역류·막힘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 진단과 치료 계획에 중요한 근거가 된다.

 

ICG 조영술 진단 방식은 발가락 또는 손가락 사이에 조영제(방사선 동위원소)를 주입한 후 림프액 흐름을 촬영하는 림프관 조영술처럼 인체에 무해한 형광 염료(ICG)를 주입한 후 특수 카메라로 림프관의 흐름을 관찰하게 된다.

 

문제는 형광 염료를 환자에게 주입하려면 환자에게 피하 주사 방식으로 형광 염료를 투여해야 한다는 것에 있었다.

 

바늘이 피부를 닿는 순간까지 보임에 따라 생기는 ‘시각적 공포’ 또는 보이지 않아 생기는 두려움을 비롯해 ▲피부에 닿은 순간 이후부터 느껴지는 ‘감각’ ▲일부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혈관통 등등으로 인해 검사를 진행할 때마다 환자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매번 발생했다.

 

그러한 환자들의 모습이 늘 밟혀왔던 전 교수는 환자들의 불편함을 줄이면서도 효율적인 검사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이러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약물 전달 시스템으로 이어졌으며, 마이크로니들 패치 개발이라는 결과물을 탄생시키게 됐다.

 

전재용 교수는 “진단·치료를 위한 과정이지만, 바늘로 피부를 뚫는 거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환자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에 어떻게 하면 환자들의 고통 등을 덜어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고민은 약물 전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고, 한 번 기존의 약물 전달 시스템보다 효율적이고 불편감은 줄인 약물 전달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게 됐으며, 각고의 노력 끝에 마이크로니들 패치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 주목…“효율 높이고 환자 불편감·생산비용 줄였다”

 

전재용 교수는 마이크로니들 패치 개발 시 일반적인 마이크로니들 패치가 아닌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에 주목했다.

 

그 이유는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기존의 마이크로니들 패치와 달리 액체가 아주 좁은 틈에서 외부 압력 없이도 스스로 퍼져나가는 힘인 ‘모세관력’을 활용해 고용량의 약물이 스스로 피부 속 간질 공간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체액은 ‘혈관 → 간질 공간 → 림프관 → 림프절 → 정맥’ 순으로 흐른다. 이때 간질 공간은 림프관·림프절로 연결되는 주요 경로이며, 이 때문에 피하 주사 방식으로 조영제 등을 투여 시 고려되는 중요한 부위다.

 

생산 효율·비용 측면에서도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가 기존 마이크로니들 패치보다 매력적이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기존의 마이크로니들 패치처럼 바늘 등의 구조를 작게 만드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어 대량 생산 시 비용이 기존의 마이크로니들 패치보다 적게 들어간다는 장점이 있다.

 

이밖에도 기존 마이크로니들 기술은 약물 적재량이 적거나, 약물이 피부 표면에서 빠르게 퍼져 간질공간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경우 제조가 복잡해지거나 비용이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특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마이크로니들 패치 설계를 추진, 크기가 큰 약물 저장소부터 1mm 크기의 홀과 미세한 마이크로니들까지 크기가 다른 통로를 계층적으로 연결한 연속 구조의 마이크로니들 패치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에는 약물이나 조영제를 저장할 수 있는 크기가 큰 저장소가 포함돼 있으며, 저장소의 약물이 1mm 크기의 홀을 통해 패치로 이동하게 된다. 이후 패치 표면과 피부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 통로를 따라 모세관력 현상으로 약물이 퍼지면서 마이크로니들까지 도달하게 된다.

 

전재용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패치는 독을 밀어 넣는 압력기관이 없음에도 수 초만에 먹이의 피부 안쪽으로 독을 전달하는 독사의 이빨과 유사하게 미세한 홈(groove)을 따라 모세관력 현상에 의해 약물이 투여되는 구조의 패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구조를 통해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고 효율을 높임과 동시에 생산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면서 “기존의 마이크로니들이 갖고 있던 제한점들을 일정 부분 극복한 사례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패치 효능·효과, 임상시험 성적 ‘긍정적’…“차세대 약물전달 플랫폼 연구 추진”

 

연구팀이 개발한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임상시험 등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기계적 삽입 실험 및 체외 실험(in vitro 모델) 등 기초 수준의 실험에서 약물이 모세관력에 의해 유입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마이크로니들에 의해 생성된 약 0.2~0.3mm의 구멍을 통해 약물이 손실되지 않고 림프 모세혈관까지 성공적으로 도달했다.

 

동물 모델(in vivo 모델)에서도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부착해 림프조영술용 조영제를 주입시킨 결과, 10분 이내에 간질공간과 림프절까지 조영제가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를 확인하는 형광신호 강도가 기존 주사기와 거의 유사했으며, 2시간 이상 약물이 신체에 체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간질공간의 압력이 병적으로 증가하는 림프부종 모델에서도 성공적으로 약물이 전달된 것을 의미한다.

 

이밖에도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일회용으로 제작할 수 있어 감염 위험을 낮추고 환자의 편의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재용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패치는 조영제·항암제 등 간질·림프계 표적 약물 전달에서 기존 주사 방식 대비 우수한 효율과 환자 편의성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패치”라고 강조했다.

 

특히 “피하층으로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활용도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향후에는 림프부종이나 종양의 림프절 전이 등 질환의 진단과 치료 반응 모니터링까지 확장 가능한 차세대 약물전달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전 교수는 “이번 결과물은 임상에서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임상의학과 공학이 긴밀히 협력한 융합형 연구 사례로 생각한다”며,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업이 더욱 활성화돼 의료의 미충족 수요 해결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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