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매년 각종 모임들이 즐비 했던 연말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으나,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이후 내수 회복도 더딘 채 회식 축소 등 모임 자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좀 처럼 되살아나지 않고 있는 경기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히고 있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역할론을 기대하고 있다. 즉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적극 전개하는 한편 이들의 본질적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 마련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 및 기업 간 거래(B2C)의 최전선에 위치한 각 유통업체들은 회식 등 모임이 급증하는 연말 성수기를 맞아 소비자들을 맞이할 채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예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평년이라면 이미 100%에 육박할 정도의 12월 중하순의 예약률이 일정 수준에서 정체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패밀리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일례로 평소라면 '연말 특수'에 12월은 물론, 1월 초까지 예약이 찼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올해의 경우 100% 예약률은 고사하고, 오히려 예약을 취소하는 고객들도 다수 발생하고 있어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같은 계열 경쟁사의 또 다른 관계자도 "연말에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는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참담한 심정"이라며 "수익적 측면에서도 한 해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마지막이자 중요한 시기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게 내부적 분석"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연말 모임'을 대표하는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 프랜차이즈마저 저조한 성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골목상권을 책임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 용산구에서 한 고깃집을 운영하는 업주는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고 해도, 12월의 경우 예약이 가득 차 공급 물량을 걱정할 정도로 바쁜 시기라는 점은 가게를 운영하며 변한 적이 없었다"며 "올 한 해 생긴 다양한 손실을 만회하고 이를 매꿀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연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올해의 경우 사정이 크게 다르다"며 "단체 예약 고객 수 자체가 크게 감소한 것은 물론, 빠른 회전률을 기대할 수 있는 소규모 단위 고객들의 예약 역시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곳 중구의 한 고급 한식당 업주도 "연말의 경우 '룸' 예약의 경우 일찍이 지금 시점에서는 가득 찼어야 하는 게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의 경우 룸 예약은 고사하고, 일반 홀 예약도 평년의 절반 수준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저조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뜩이나 평소에도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여서 고민이 깊은데, 유일하게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연말마저 실망스러운 매출을 거둘 것 같아 불안감이 크다"며 "고객들이 더 이상 집 밖에서 식사를 하시지 않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전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인근에 위치한 각종 식당의 사정 역시 모두 연말 급감하고 있는 예약률로 고심하고 있는 상황은 유사했다. 이 같은 고민으로 어려움을 겪는 식당은 이른 바 '맛집'의 경우에도 동일했다.
맛집으로 인기가 높은 마포구의 한 레스토랑 업주는 "오히려 평년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연말 코스를 준비하고, 예약을 받고 있지만 가장 예약률이 높아야 할 크리스마스와 31일의 예약이 여전히 차지 않았다"며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동료 업주들도 유사한 상황으로, 이제는 경쟁이 아니라 함께 어려운 처지를 비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연말 모임 성수기'가 점차 희석되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는 소비자 물가 급증이 거론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1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4% 뛰었다. 이는 10월(2.4%)부터 두 달 연속 2% 중반대에 이르는 수치다.
특히 농수축산물 물가는 이상 기상 기후 등으로 인해 5.6% 급증했다. 곡물의 경우 잦은 비에 따른 벼 베기 지연으로 쌀 값이 18.7% 올랐고, 현미(25.8%)·찹쌀(34.2%)·보리쌀(33.1%)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수입산 농산물인 아몬드(13.6%)·키위(12%)·망고(8.8%) 등의 가격 상승세도 높았다.
각종 요리의 식재료로 활용되는 과일값 역시 급증했다. 특히 대중적 과일인 귤(26.5%), 사과(21%), 수박(16.4%), 딸기(14.5%) 등의 가격 인상률이 두드러졌다.
달걀(7.3%), 돼지고기(5.1%), 닭고기(4%) 등 주요 축산 품목도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고, 수입산 쇠고기 값도 6.8% 증가했다.
이와 같은 요인의 영향으로 대표 외식 메뉴 물가도 증가 추이에 있다. 구체적으로 자장면(6.2%)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이어 도시락(4.8%), 해장국(4%), 치킨(3.1%) 등의 순이었다.
한 식품 업계 전문가는 "각종 식재료의 가격이 상승할 경우 자연스럽게 소비자가 식당에서 구매하는 각종 외식 메뉴의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연말 모임을 외부가 아닌 집이나 별도 공간에서 즐기는 '홈 파티 문화'가 확산하는 이유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군다나 연말의 경우 각종 식당에서 '성수기 프리미엄'을 붙여 평소 대비 더 높은 가격에 예약을 받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원자재 가격 변동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입장에서도 점차 감소하는 수입을 만회해야 하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이러한 가격 구조는 쉽사리 극복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날이 갈수록 심화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골목상권의 어려움을 완화할 수 있는 정부의 적극적인 확대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외식업 단체의 한 전문가는 "정부가 나서 '지역사랑상품권'과 같은 지역 화폐 발행에 더 공격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 골목상권이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요소는 이러한 지역 화폐의 상시 할인률"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시 기준 지역사랑상품권은 사용자에게 100분의 10의 범위에서 할인 판매를 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추가충전금 지급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가맹점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도 제공할 수 있다.
그는 "지역 화폐를 사용해 식당에서 소비를 하는 고객들이 더욱 많아질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자원에서 더욱 적극적인 홍보 활동이 요구된다"며 "같은 외식 메뉴여도 더 저렴한 가격에 소비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더욱 많은 소비자들이 골목 상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지자체 등 정부가 소비자들의 외식 문화를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보조적 지원 정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타인과의 교류는 업무적 관계에서의 교류, 사적 관계에서의 교류 등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업무적 교류는 점심시간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사적인 교류는 전체적으로, 즉 양적으로 아예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점심때 외식을 할 경우 아무래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류에 대한 소비가 비교적 적을 수밖에 없어 자영업자·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종전과 같은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사적 교류에서도 홈파티 문화로 인해 자체적으로 모임을 해결하는 경우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본능적으로 외부에서 사회적 활동을 전개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고, 연말 분위기가 이를 촉진할 수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 내 유명 상권 등에 크리스마스트리 등 분위기를 한껏 띄울 수 있는 구조물 등을 설치해 소비자들의 이러한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각종 상인회 차원에서도 정부와 지자체와 협업해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집중적으로 모여있는 '먹자골목' 등 거리에 이러한 연말 분위기를 어떻게 확산할 수 있을지 고민하려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