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건설업계가 전례 없는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2025년, DL이앤씨는 외형 성장이라는 욕심을 버리고 철저한 '실속 챙기기'를 택했다. 매출 감소를 감수하면서도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와 원가 관리에 집중하며 뚜렷한 실적 개선을 예고하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L이앤씨의 2025년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매출액은 5조7천66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8천796억원) 대비 2.9% 감소했다. 그러나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은 3천239억원으로 전년 동기(1천768억원) 대비 무려 83.2%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2천709억원)을 불과 3분기 만에 넘어선 성과다. 3분기(7~9월) 당 분기 영업이익 또한 1천168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40.1% 성장하며 '돈 버는 건설사'로서의 저력을 확실히 입증했다.
이 같은 실적 반등의 일등 공신은 '주택 원가율 개선'이다. DL이앤씨의 주택부문 원가율은 지난해 3분기 92.3%에서 올해 3분기 82.6%로 10%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고전하던 주택 사업이 올해 들어 정상 궤도에 안착하면서 전사 이익 개선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사업 부문별 성적표는 뚜렷하게 엇갈렸다. 실적 반등의 선봉장은 단연 주택 사업이었다. 주택 부문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 2천305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영업이익(3천239억원)의 70% 이상을 책임졌다. 원가율 안정화에 힘입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며 확실한 '캐시카우'로 복귀했다는 평가다.
플랜트 부문 역시 '알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매출 규모는 주택보다 작지만, 누적 영업이익 1천699억원을 달성하며 높은 이익 기여도를 증명했다. 대형 화공 플랜트 현장의 공정이 본격화되면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원이 된 셈이다.
반면 토목 사업은 아쉬움을 남겼다. 국내외 일부 현장의 원가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3분기 누적 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다만 회사 측은 일회성 비용 반영이 마무리된 만큼 향후 점진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DL이앤씨가 올 한 해 보여준 또 다른 강점은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 건전성'이다. 일부에서는 운전자본 부담으로 인한 영업활동 현금흐름 둔화를 우려하기도 했으나, 회사는 막대한 '현금 실탄'을 앞세워 이를 불식시켰다.
3분기 말 기준 DL이앤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보유액은 2조357억원에 달한다. 차입금을 모두 갚고도 남는 순현금만 9천339억원을 확보하고 있다. 부채비율(98.4%)과 차입금 의존도(10.9%) 역시 업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고금리와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재무 방파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또한 압도적인 유동성을 바탕으로 일시적인 현금흐름 변동성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확실한 '재무 안전판'을 확보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이 같은 탄탄한 재무 체력을 바탕으로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을 위해 미국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X-Energy)'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엑스에너지는 물이 아닌 고온의 헬륨 가스를 냉각재로 사용하는 4세대 SMR 기술을 보유한 선두 주자다.
DL이앤씨는 이를 통해 SMR 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뿐만 아니라 운영 및 유지보수 사업까지 진출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DL이앤씨가 올해 바닥을 확실히 다진 만큼,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실적 성장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DL이앤씨의 4분기 영업이익이 717억원을 기록하며 컨센서스(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026년부터는 주택 부문의 외형 회복이 실적 개선을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주택 부문 원가율은 84.0%로 추정하며, 준공 정산과 같은 이벤트를 감안하면 추가 하락(수익성 개선) 여지도 있다"며 "2024년부터 회복된 주택 착공 실적이 2026년부터 매출로 본격 반영되면서, 주택 부문 실적이 플랜트 부문의 변동성을 만회하고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에서도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와 철저한 원가 관리를 통해 전년 대비 대폭 개선된 실적을 달성했다"며 "SMR, CCUS 등 신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