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AI, 전동화, 자율화, 연결성을 융합해 작업자들을 돕는 기술로 건설현장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겠다"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26' 미디어데이에서 무대에 오른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은 "Smarter Machines for Simpler Operation(더 단순한 운영을 위한 더 똑똑한 기계)"이라는 비전을 선포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6일(현지시각) 개막한 CES 2026 웨스트홀(West Hall)은 가상 공간을 넘어 물리적 세계를 직접 제어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의 거대한 실험장으로 변모했다.
특히 대한민국 건설 관련 기업들은 미국 건설 시장의 고질적 난제인 '인력난'을 해결할 데이터 기반의 자동화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표준을 써 내려가고 있다.
◆ 두산밥캣, "조이스틱 버튼 하나로 50가지 기능 제어"...온보드 AI로 기술 장벽 파괴
두산밥캣은 이번 전시에서 '운영의 단순화'를 핵심 화두로 던졌다. 미국 투자 정보 플랫폼인 모닝스타(Morningstar) 등 현지 뉴스 언론은 "두산밥캣이 복잡한 건설 작업을 직관적으로 바꾸는 지능형 시스템을 선보이며 '복잡성과의 전쟁'을 선포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핵심 기술은 소형 건설장비 업계 최초의 '온보드(On-board) AI'인 '잡사이트 컴패니언(Jobsite Companion)'이다. 두산밥캣의 독자적인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개발된 이 기술은 네트워크 연결이 불안정한 환경에서도 실시간으로 안정적인 응답을 지원한다.
작동 방식은 직관적이다. 작업자가 조이스틱 버튼을 누르고 음성으로 명령하면, AI가 장비 설정부터 엔진 속도, 조명, 라디오 제어 등 50여 가지 기능을 즉시 수행한다. 또한 작업 내용과 현재 부착된 장비를 인식해 가장 적합한 세팅을 스스로 추천한다.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한 조엘 허니맨(Joel Honeyman) 상무는 "잡사이트 컴패니언은 신규 작업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숙련된 전문가가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단순히 스마트한 기술이 아니라, 운전석에서 전문가의 안내를 받는 듯한 스마트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31년까지 41% 은퇴"...통계로 증명된 K-기술의 필연성
미국 건설업계가 한국의 '피지컬 AI' 기술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인구 구조가 있다. 미국 국립건설교육센터(NCCER) 등 업계 연구에 따르면, 미국 건설 인력의 약 41%가 2031년까지 은퇴할 것으로 추정된다.
숙련공 공백을 메우기 위해 두산밥캣은 '서비스 AI(Service.AI)'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는 딜러와 정비사를 위한 통합 지원 플랫폼으로, 장비 모델별 수리 매뉴얼과 보증 정보, 진단 가이드, 과거 수리 사례 데이터베이스를 한곳에 모아 정비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사용자는 타이핑이나 음성 명령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즉시 찾을 수 있어, 장비가 멈추는 '다운타임(Downtime)'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안전 기술도 한층 진화했다. 고성능 레이더 기반의 '충돌 경고 및 회피 시스템'은 주변 물체의 위치와 속도, 방향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충돌 위험 시 자동으로 장비를 감속하거나 정지시킨다.
또한 운전석 유리창에 적용된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투명·차광·터치 기능을 갖춰 360도 영상과 장비 상태를 직관적으로 표시해준다.
하드웨어의 유연성도 극대화됐다. 두산밥캣이 처음 공개한 'BSUP(Bobcat Standard Unit Pack)'은 레고 블록처럼 배터리를 쌓아 용량을 늘릴 수 있는 모듈형 고속 충전 배터리팩이다. 장비의 종류나 제조사에 관계없이 범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 건설장비 전동화 생태계를 확장할 핵심 부품으로 평가받는다.
◆ HL디앤아이한라, 골프장·주거 공간 잇는 'AI 혁신'
HL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HL디앤아이한라는 이번 CES에서 로보틱스 등 주요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주목받은 '디봇픽스(DivotFiX)'는 로보틱스(Robotics) 등 2개 부문에서 혁신상을 거머쥐었다. 이 로봇은 AI 비전 기술로 골프장 페어웨이의 파손된 잔디(디봇)를 식별하고, 최적의 경로로 이동해 스스로 복구하는 자율주행 로봇이다.
야간에도 무인으로 운행돼 작업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물론, 심야 시간대 잔디 관리의 효율성까지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주거 분야에서는 대화형 월패드인 '터치에이치엘 AI하우스'가 입주민의 생활 패턴을 학습해 실내 환경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인다.
글로벌 경쟁사들 역시 '피지컬 AI'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 농기계 제왕 존디어(John Deere)는 옥수수와 잡초를 정확히 구분해 필요한 곳에만 제초제를 뿌리는 지능형 트랙터 '8R'을 선보이며 "곡물만큼 많은 데이터를 수확하겠다"고 선언했다.
캐터필러(Caterpillar)는 진흙탕과 급경사에서도 스스로 제동력을 조절하는 자율주행 광산 트럭을, 일본 구보타(Kubota)는 과수원 나무 높이에 맞춰 차체 높낮이를 조절하는 소형 트랙터를 공개하며 오지와 농경지에서의 '무인 작업 혁명'을 예고했다.
◆ 850여 기업·정부 지원단 총출동...'원팀 코리아' 세일즈
이번 CES에는 삼성, LG, SK, HD현대 등 주요 대기업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인 850여 개의 한국 기업이 참가했다. 정부 역시 산업부와 중기부가 주도하는 '통합 한국관'을 구축해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특히 건설 분야에서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수주지원단이 현장을 찾아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국내 주요 시공사들과 함께 스마트 건설 기술 도입과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한다.
건설사 참관단은 단순한 장비 관람을 넘어, '자율주행·로보틱스' 등 타 산업의 데이터를 건설 인프라에 이식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김윤덕 장관과 참관단은 이번 일정 중 구글 웨이모(Waymo) 본사와 스탠포드대 연구센터를 잇달아 방문해, 자율주행 데이터와 스마트 센싱 기술을 스마트시티 운영에 접목하는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타진할 예정이다.
실제 현장을 찾은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의 본질이 '경험 기반의 시공'에서 '데이터 기반의 공간 솔루션'으로 완전히 바뀌고 있다"면서 "장비 제조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착공부터 유지보수까지 전 과정을 데이터로 제어하는 '토털 플랫폼' 역량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CES 2026은 건설 산업의 패러다임이 '노동 집약'에서 '데이터 기술 집약'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피지컬 AI'를 앞세워 글로벌 건설 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