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대전둔산점[사진=네이버지도 거리뷰 캡쳐]](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10102/art_1610701136733_60aa9c.jpg)
【 청년일보 】홈플러스 노사가 점포의 자산유동화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는 사측의 점포 매각에 대해 “대주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 차입금을 매각대금으로 채우려고 매출이 좋은 점포만을 골라서 매각하고 있다”며 소위 ‘먹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측은 점포 매각은 회사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노조가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 같은 양측의 갈등은 최근 대전 둔산점 매각을 둘러싸고 더욱 불거지고 있다. 노조가 사측을 제외하고 둔산점을 인수한 부동산업체와 직원 고용보장 협약을 하자 사측은 “실효성이 없는 협약”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는 등 양측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모습이다.
◆ 노조, 인수업체와 ‘고용 보장’ 협약…“사측이 고용 약속 안해”
17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홈플러스노조)에 따르면 홈플러스 둔산점을 인수한 부동산 디벨로퍼 미래인은 지난 12일 대전시의회에서 홈플러스노조와 둔산점 전 직원의 고용보장을 확약하는 합의서를 체결했다.
양측은 둔산점 폐점 이후 새로 짓는 주상복합에 7000㎡ 규모의 대형마트를 입점시키기로 하고, 둔산점 직영 직원 130여명 중 법정 정년에 이르지 않은 입사 희망자 전원을 최우선 고용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외주·협력업체 직원도 추가 고용이 필요할 경우 우선 채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폐점 이후 내년 3월 신축 건물의 착공 시점까지 실직자들에게는 최대 45개월간 매달 100만원의 생계비를 지급하고, 외주·협력업체 직원에게는 일시금 100만원을 지급하고, 입점주들에게는 점포당 최대 250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내달 폐업하는 홈플러스 대전 탄방점 직원도 인근 매장으로 전근 조치해 모두 고용 승계한다는 방침이다.
![사진)12일 홈플러스노조가 대전시의회에서 홈플러스 대전 둔산점 입점주, 인수주체인 미래인,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의회 의원들과 함께 고용 안정과 보상 방안에 합의하는 협약식을 했다고 밝혔다.[사진=홈플러스노조]](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10102/art_16107011918774_4f71aa.jpg)
홈플러스노조는 “MBK와 경영진이 버린 둔산점을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지켜냈다”며 “이번 합의는 앞으로 벌어질 폐점매각의 주요기준이 됐다. 고용안정과 보상 없이 폐점매각은 불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안산·둔산·탄방·대구점 매각대금을 MBK의 빚을 갚고, 이자를 상환하는 용도가 아니라 직원에게 투자하게 해야한다”며 “알짜매장을 팔아 결국 MBK의 이익만 챙기는 행위를 ‘투기자본 규제법’ 제정을 통해 막아내자”고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MBK가 사모펀드의 특성상 매각을 하고 투자금을 회수해 홈플러스에서 빠져나가야 하는데, 여러 가지 상황으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자 부동산을 팔아서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한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매출 실적이 좋은 소위 ‘알짜매장’을 주로 매각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미래인과 맺은 협약에 대해서는 “이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사측이 구체적인 고용 보장 약속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뤄진 일”이라며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도 이 같은 성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측 “노조, 고용보장 약속해도 안믿어…실효성 없는 협약 맺어”
이에 대해 홈플러스측은 “노조가 미래인과 실효성 없는 협약을 맺었다”고 비난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미래인과 노조가 맺은 협약은 ‘홈플러스 측에서 고용보장 약속 미 이행시’라는 전제 하에 맺었다”면서 “사측은 둔산점을 비롯해 자산 유동화하는 모든 점포의 직원들의 고용을 100% 보장하겠다고 수 차례 밝힌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가 이번 협약의 성과로 고용 보장을 내걸지만, 실효성이 없는 협약으로, 사측이 고용 보장을 하면 미래인은 협약을 이행할 의무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노조는 그들이 소속된 회사의 고용보장 약속은 전혀 믿지 않으면서, 회사와는 관련도 없고 인사권 또한 갖고 있지 않은 새 건물주의 고용보장 약속만을 믿는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10월 7일 대전 서구 홈플러스 둔산점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매각 저지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10102/art_16107012501438_048f04.jpg)
이 관계자에 따르면 대전에는 홈플러스 점포가 8곳 있고, 이 점포들은 인력이 부족해 충분히 둔산점 직원들을 수용할 여력이 된다. 심지어 내달 영업이 종료되는 탄방점 인원도 수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사측은 노조가 미래인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받은 1억5000만원에 대해서는 점포 매각 반대 시위를 하지 않는 조건에 뒷돈(?)을 받은 것으로, 사실상 ‘노조판 신종 알박기’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는 이번 미래인으로부터 본조 2000만원, 지역본부 1000만원, 둔산조합원에 1억2000만원씩 총 1억5000만원을 할당 지급 받았으며, 둔산점 조합원들은 각 200여만원씩 이를 나눠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위로금을 노조 조합원들끼리만 나눠 가지면서 직원 피해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사실상 노조의 잇속만 챙기는 것이라는 비판이 들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미래인과의 고용 유지 협약은 조합원 60여명이 앞장서서 8개월 동안 투쟁해서 받아낸 것”이라며 “이 같은 성과가 나오기까지 생업을 중단하고 시위에 앞장서거나 고소를 당한 조합원들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위로금 차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노조 “매각 저지 운동 지속할 것” VS 사측 “노조가 회사 및 직원들 앞길 막아”
이 같은 점포 매각을 두고 노사의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안산·대구·대전 둔산·탄방점 외에도 서울 중계점 등 사측이 팔려고 내놨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곳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점포 매각 저지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노조는 안산점 매각 결정이 난 이후 꾸준히 반대 입장을 내 왔다.
노조 관계자는 “매출이 좋은 매장이 모두 매각되고 나면 홈플러스에 남는 것은 실적이 좋지 않은 ‘빈껍데기’ 매장만 남게 되고, 브랜드 가치가 하락해 결국 회사가 공중분해 될 것”이라며 “홈플러스 전체로 보면 브랜드 가치 하락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이것은 결국 2만명 홈플러스 직원의 고용문제로 이어진다”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안산점.[사진=네이버지도 거리뷰]](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10102/art_16107015483441_c6de23.jpg)
사측은 이 같은 노조측의 점포 매각 저지 운동에 대해 탄방점을 제외하고 안산·대구·둔산점에 대한 매각 작업은 마무리된 상태이고, 현재 남은 계약기간까지 운영을 하는 것인데 노조측이 이를 믿지 않고 계속 매각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노조는 이미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안산점에 대해서 ‘안산점은 폐점이 아니라 임대 전환이며, 개발과 관련 어떠한 인허가 절차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대 시위를 벌여왔다”며 “이는 매수자를 압박해 뒷돈을 챙기려는 의도가 아니었느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의 고용안전과 복지향상을 위해 존재하는 노조가 오히려 회사와 직원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 청년일보=이승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