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데스크 칼럼] 미필적 고의와 복지부동(伏地不動)...데자뷰 부르는 복지행정

 

【 청년일보 】 이른바 입증책임(立證責任)은 법적 다툼을 다루는 소송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주장하기 위해 법원을 설득할 만한 증거를 제출하는 책임을 말한다. 당연히 형사 소송에서는 검사에게, 민사 소송에서는 사건의 원고에게 책임이 주어진다. 

 

법정과 달리 국가 행정의 영역에서 입증 책임은 때로 자신의 불리함, 역경에 처한 상황을 입증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발생한다. 특히 이같은 상황은 자신이 처한 상황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힘든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에게 이른바 가난을 입증해야 하는 비참하고, 무거운 짐을 지게도 한다.  

 

최근 투병과 생활고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수원 세모녀는 2020년 2월 화성시에서 수원시로 이사할 때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긴급생계지원비나 의료비 지원 혜택,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서비스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2018년 대비 작년에 3배가 넘는 숫자의 위기 가구가 발견됐다"면서 "같은 기간 '찾아가는 복지전담팀' 인원 증가율은 19.5%에 불과하다"며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이에 위기가구 확인은 그동안 위기 정보 확대를 통해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고 본다면서 "이번에는 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고 지속해서 점검을 했는데, 위기가구 당사자가 아무데도 신고하지 않고 옮겨버린 데 있었다"고 답했다.

 

우원식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한총리의 발언에 대해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에 처한 분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시는 건 총리로서 옮지 않은 답변이다"라고 언급했다.

 

한 총리는 이같은 지적에 "앞으로 실종상태에 있는 분들도 우리가 찾아서 본인들에게 적절한 복지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다만 복지공무원이 더 부족하고 더 늘려야 된다 하는 것과는 조금 이번 사안은 직결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고 부연했다.

 

이른바 당사자의 입증책임에 있어 해야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말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무게 중심은 사안의 성격이 인력부족 한 가지 사유로만 해석하고 방안을 마련하기에는 그 성질이 다르다는 점에 있다는 해명으로 풀이된다.

 

한 마디로 공무원의 숫자만 늘린다고 만사형통식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새정부 출범 100여 일을 넘어서는 시점에 이같은 문제에 대해 전 정부의 잘못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라의 행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그동안 모든 문제의 시발점에 대해 인력부족에 의한 사각지대 발생과 그로 인한 인명 피해 발생이라는 단순도식적 인과 분석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잘못인가보다 왜 이같은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를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책임소재를 따지기 위한 지리멸렬한 공방전으로 절차 개선 등 제도 개선의 골든타임을 허비하기 보다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다수의 국민들을 위해 실질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른바 '의도하지 않은 복지부동(伏地不動)'으로 방치한다면 같은 문제가 또 반복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다시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정치논리에 따른 일자리 확충 공약을 위한 일자리 남발이 아닌 행정논리로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공급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무원 시스템 전반을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 

 

경제학자 앨버트 허쉬만이 언급한 이탈(Exit), 항의(Voice), 충성(Royalty) 개념을 행정에 접목했을 때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은 문제해결을 위한 이탈이나 항의의 방법을 통해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전달하지 못할 정도로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번 세모녀 사건도 그렇다. 

 

특히 행정이 자신의 비참함과 가난 등을 입증해야 하는 절차적 장애물들로 취약계층인 국민과 거리를 둘 때 당사자의 고통은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을 것이다. 

 

세모녀 사건과 같은 일련의 사태들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함께 대안 마련에 있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문제를 면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복지정책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관련기사




청년발언대

더보기


기자수첩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