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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불편의 최소화에서 평등의 최대화로"...장애인 이동권과 평등권 확대

 

【 청년일보 】어느덧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참사 21주기가 지났지만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여전히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법은 장애인의 접근권과 이동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현재 서울 지하철역 275곳 중 21곳은 엘리베이터가 아예 없지만 설치 중이다. 그나마 일부 구간에 설치된 시설도 장애인이 혼자서는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저상버스 도입률은 2020년 말 기준 전국 27.8%, 서울 57.8%로 나타났다. 

 

장애인의 접근권과 이동권을 구분한다면 접근권이 이동권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접근권은 의사 표현과 정보 이용에 필요한 통신, 수화 통역, 자막, 점자 및 음성도서 등 모든 서비스를 받을 권리인 정보 접근권, 사회적 편의시설을 포함한 공공시설로부터 편의를 제공받을 권리인 대상물접근권, 그리고 버스, 지하철, 택시 등 각종 교통수단의 이용 권리인 이동권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동권의 개념은 199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도입돼 모든 시설이나 정보에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해나가는 운동이 전개되어왔다. 그리고 이러한 운동은 1997년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 제정으로 자리잡게 됐다. 

 

이미 미국에서는 1959년 당시 케네디 대통령이 건축장벽(Architectural barriers)을 언급하며 장애인 이동은 교육․의료․복지․직업 등의 사회생활을 자유롭게 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임을 강조한 바 있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장애인의 사회통합과 정상화(normalization) 개념과 관련 '이동'은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이동권 관련 정책은 크게 대중교통체계내 통합적 정책과 특별운송체계에 의한 이원적 정책으로 추진됐다. 

 

대중교통체계내 통합적 정책은 대중교통체계안에서 장애인 이동 및 교통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하는 것이고, 특별운송체계에 의한 이원적 정책은 장애인 이동 및 교통문제를 특별한 차량과 인력을 투입한 특별운송서비스를 중심으로 이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중교통체계내 통합적 정책 추진과정에서 이어진 사고들과 함께 정책 추진 방향에서 평등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1984년 맹인심부름센터 개관을 시작으로 1990년대 장애인승용차지원, 철도, 지하철 요금감면책 등과 1997년부터 고정․정기노선형의 장애인․노약자를 위한 셔틀버스운행을 지원해오는 등 국가 차원의 노력이 있었지만 정책이 장애인들만의 문제로 인식되고 복지정책을 통한 시혜 관점에서 진행돼 왔다는 점이다.  

 

1999년 6월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리프트 고장으로 인한 뇌성마비장애인 이모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장애인들의 사고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1년 1월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용 수직형 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추락사고로 인해 박소엽씨는 사망하고 고재영씨는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이도역에서 장애인휠체어리프트 추락참사를 계기로 일부 진보적 장애인단체들은 2001년 4월 19일 ‘장애인이동권연대’를 발족했다. 백만인서명운동, 천막농성, 지하철선로점거농성, 장애인버스타기운동 등을 진행하며 최근 오이도역 리프트 참사 21주기를 맞이하게 됐다.

 

최근의 장애인 단체들의 주장은 여기서 한 걸음 더 앞서 있다. 사회체계의 변화와 대중 교통 수단의 활성화와 함께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된 진보된 권익으로서의 평등성 문제와 중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1981년 1월 13일 유엔이 채택한 '세계장애인의 해 행동계획'은 장애인이 사회생활 및 사회개발에 있어서 완전참여와 평등을 전제로 삼아야한다. 평등이란 사회 내 다른 시민들과 동등한 생활조건 및 사회경제개발로 결과된 생활조건의 개선에 있어서 균등한 분배를 의미한다. 이러한 개념은 발전의 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국가에서 시급히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1993년 6월 25일 세계인권대회에서 채택된 '비엔나선언 및 행동계획'의 제3부에서는 모든 인권과 기본적 자유는 보편적임을 따로 규정을 두지 않더라도 장애인들을 포함하는 것임을 재확인한 바 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은 제3조에서 “장애인 등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함으로써 이동권이 보편적인 기본권이라는 것을 명시하기도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제14조에서는 시장 또는 군수가 지방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을 수립할 때 저상버스 도입계획을 반영하고, 이에 따라 저상버스를 도입하도록 의무조항을 두고 있고, 더 나아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의 범위 내에서 버스 운송사업자에게 재정지원을 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심상정, 장혜영, 천준호 의원 등이 공동 주최한 '버스를 타자' 장애인이동권 사진전이 열렸다. 사진 한장 한장 속에는 인간의 존엄과 관련된 기본적인 요구임에도 버스를 점거하거나 광화문 시위 현장에서 평등을 외친 장애인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장애인 이동권은 더이상 국가의 시혜 차원의 정책이 아니다. 장애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 수립과 집행을 위해 장애인에 대한 불편의 최소화에서 정상화(normalization)를 위한 평등의 확대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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