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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중심 지속 가능 성장"···재계에 부는 女風

4대 그룹 인사 마무리···현대차 제외, LG·SK·삼성 女 사장 배출
LG, 女 CEO 2명 선임···전문성 갖춘 인재 중용으로 다양성 강화
11번가 첫 女 CEO 안정은···야후·네이버 거친 이커머스 전문가
삼성전자, 최초 女사장 이영희···’갤럭시 성공 신화’ 주역 눈길

 

【청년일보】 국내 4대 그룹의 정기 임원인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등장하며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던 이들 그룹의 여성 인사 발탁 배경을 두고 일각에선 성별보단 능력·성과를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매김하면서 인재를 차별 없이 발탁하는 성과주의 원칙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주 4대 그룹(삼성전자·SK·현대자동차·LG) 임원인사가 모두 마무리됐다. 특히 이번 인사에선 오너가 일원이 아닌 여성 전문 경영인을 처음으로 발탁하면서 이들의 입지가 더욱 넓어질 것은 물론 재계 전반에서 여성 영향력 확대의 기폭제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4대 그룹 가운데 현대자동차는 아직까지 여성 대표이사가 없다.

 

먼저 LG그룹은 지난달 24일, 4대 그룹 가운데 맨 처음으로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4대 그룹 중 가장 보수적 기업으로 평가받았던 LG가 그룹 최초로 여성 임원 2명을 계열사 CEO로 임명했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음료사업부장(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시켜 CEO로 발탁했고 광고 제작사 지투알에서도 박애리 부사장을 CEO로 선임했다.

 

1963년생인 이정애 신임 사장은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학사를 졸업한 뒤 1986년 입사해 생활용품 분야에서 마케팅 업무를 시작한 이후 2011년 1월 생활용품 사업부장, 2015년 12월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을 거쳐 2018년 12월부터 음료 사업부장으로 재직해왔다. 전체 사업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7년생인 박애리 대표는 연세대 영어영문학과(학사), 미국 인디애나대 교육학과(석사)를 졸업한 뒤 대우자동차판매를 거쳐 2005년 부장으로 LG애드에 입사했다. 이후 HS애드 광고1사업부장 겸 OTR전략담당(상무), HS애드 어카운트 서비스1사업부문장(전무) 등을 역임했으며 이번에 부사장으로 승진, CEO로 선임됐다. 지투알 측은 데이터 기반 디지털 마케팅 강화 등을 통해 지투알 변화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무엇보다 구광모 회장이 ‘실력 있는 인재’를 강조해왔던 만큼 이번 인사는 미래 준비를 위해선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SK그룹도 안정은 11번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창사 이래 첫 여성 CEO로 발탁했다. 1975년생인 안 대표는 2000년 야후코리아 입사를 시작으로 2003년부터 네이버 서비스기획 팀장, 2011년 쿠팡 PO실 실장 등을 거친 이커머스 전문가로 손꼽힌다. 11번가에는 2018년 신설법인 출범시기에 합류해 이후 서비스 총괄 기획과 운영을 맡아왔다.

 

삼성전자 역시 마찬가지로 사상 첫 전문경영인 출신 여성 사장을 배출했다. 지금까지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은 오너 일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2023년 정기 사장단 인사 발표를 통해 DX(디바이스 경험)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영희 부사장은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1964년생인 이 사장은 노스웨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광고마케팅학을 공부한 이후 부레오버넷코리아, 유니레버코리아, SC존슨코리아, 로레알코리아 등 주로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활약했다.

 

2007년 삼성전자로 거취를 옮긴 이 사장은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팀 마케팅그룹장, 전략마케팅실 마케팅팀장,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을 지내며 ‘갤럭시 신화’를 쓰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2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 사장은 10년째 자리를 지키며 삼성전자에서 가장 유력한 최초 여성 사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인사로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 사장으로 승진 후 고객 중심의 마케팅 혁신 등의 역량 발휘와 함께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역량과 성과가 있는 여성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여성 인재들에게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면서 “사장 승진 후 고객 중심의 마케팅 혁신 등의 역량 발휘와 함께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 사장으로서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기업에 여풍(女風)이 거세게 부면서 여성 전문경영인 입지가 넓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여성 CEO들의 탄생 배경을 두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다. 

 

이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국내 기업의 ESG 공시가 의무화됨에 따라 기업들이 다양성 경영 측면에서 여성 임원을 점차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기업의 유리천장이 단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데이터 연구소인 CEO스코어가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국내 500대 기업 CEO 659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 CEO는 1.7%(11명)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청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업들이 다양성 경영 측면에서 여성 임원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유리천장이 견고한 모습이다”면서 “특히 우리나라는 해외 선진국들에 비해 유리천장지수가 최하위에 속하기 때문에 여성 CEO가 증가하려면 과장, 차장, 부장 등 기업의 허리인 중간관리자 층이 두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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