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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란의 변호사 이야기] ② 사바세계에서 부부 인연

 

【 청년일보 】73세 부인이 76세 남편을 상대로 이혼조정신청을 한 사건에서 남편분 복대리 변호인으로 조정에 참석하였다.

 

부인은 이혼을 원하고, 남편은 이혼을 원하지 않는 사안.

 

그런데 어쩐일인지 조정기일에 두 분은 나란히 조정실로 들어왔고 먼저 도착한 나를 마치 소송의 상대방인냥 낯선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3개월 가량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조정기일에서 이혼 신청인이었던 부인은 처음과 달리 남편과 이혼을 원치 않는다고 하였다. 대신 남편은 자신 명의 아파트 1/2지분을 부인에게 증여하는 것에 동의하였다.

 

"사바세계에서 두분이 47년간이나 함께 하셨는데 그 인연은 질겨요. 끊기가 쉽지 않아요."

 

조정위원의 말이 뇌리에 박혔다.

 

'사바세계'

 

험난한 세상에서 두 사람이 47년간 함께 살아왔다는 것 ㅡ 기쁨, 슬픔, 행복, 시련, 감동, 눈물…

그 수백가지의 모든 감정을 공유했으니까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인연인거 같다…

 

할머니는 눈이 어둡다고 했고 할아버지는 귀가 어둡다고 했다.

 

잘 듣지 못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진행 중간중간 종이에 글로 써서 조정안 내용을 크게 설명했고, 할머니를 위해 글씨를 크게 키워 조정안이 잘 보이도록 했다.

 

"두 분은 함께 할 수밖에 없어요. 할머니는 귀가 어두운 할아버지를 도와드리고 할아버지는 눈이 어두운 할머니를 도와드려야 하니까요. 오래오래 서로 잘 지내세요."

 

판사님의 말씀이 가슴에 쿵박혔다.

 

사바세계에서 부부 인연이란 어떤 것일까. 이혼조정을 하며 뜻밖에도 그 단단하고 거대한 흐름을 느꼈다.
 


글 / 김희란(법무법인 리더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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