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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매 열풍(下)] 지자체 만남 주선 '회의'…MZ "뜬구름 잡는 정책에 질색"

지난해 연간 합계출산율 0.72명…현실로 닥친 '국가소멸' 위기
청년층, 지자체 '중매'에 차가운 시선…"본질적 문제 해결 아니다"
'공동 육아' 인식 제고·경력 단절 해소·시설 조성 등 선결과제 제시

 

최근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절벽 위기가 대두되며 지자체에서 미혼 남녀 만남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대구·성남 등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나, 학계 및 일각에서는 이성을 만날 기회가 부족한 미혼 남녀들에게 '단비'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청년층 일부에서는 저출산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 해소가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지자체의 만남 주선 현황과 찬성, 반대에 대한 의견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인구 절벽 위기에…지자체, 미혼 남녀 만남 주선 '총력'
(中) "비혼 증가에 초유의 저출산까지"…각 지자체, '중매 어벤져스' 자처
(下) 지자체 저출산 정책 '회의'…MZ "뜬구름 잡는 정책에 질색"

 

【 청년일보 】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적 우려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관련 정책에 일부 청년층이 회의감을 드러내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내놓은 '2023년 인구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집계됐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15~49세)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분기 단위로 조사되는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내려온 것은 역대 처음이다.

 

또한 지난해 연간 합계출산율은도 0.72명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58명(2021년 기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며, 출산율 감소 폭도 7.3%로 전년의 3.7% 대비 크게 확대됐다. 특히 전국 모든 시도의 합계출산율이 1명을 하회했다.

 

◆ '사회 붕괴' 현실화되자 지자체 관련 정책 '봇물'…MZ "본질 전혀 파악 못해"

 

이처럼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사회 붕괴가 눈 앞에 닥친 현실로 다가오자, 지자체들은 청년 세대의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016년 전국 최초로 대구 달서구에서는 '결혼 장려팀'이 신설된 이후로 '고고(만나go 결혼하go)미팅' 등 만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 성남시·전남 광양식·경남 김해시 등도 유사한 정책을 펼치며, 청년층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이들 정책의 핵심에는 '이성 청년 간의 만남'이 있다. 일단 이성 간의 만남을 연결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정책 목표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저출산 정책이 청년층에게 일단 '만나고 봐라'라는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자율성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 및 Z세대)에게 외면당하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결혼 적령기에 돌입하거나, 이미 돌입해있는 MZ세대 중 이러한 지자체에 정책의 회의적인 경우도 상당하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20대(여) A씨는 "청년층의 결혼을 장려하겠다고 나오는 정책들을 보면, '지금이 조선시대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라며 "우리 세대를 '짝짓기'를 위한 생물학적 도구 그 이상, 이하로 보지 않는 이상 이러한 내용이 한 국가의 '정책'으로 전개될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

 

시민의 사적 영역인 연애와 결혼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데 의문을 제기하는 청년층의 우려도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남) B씨는 "현재 미혼이고, 연애 상대도 없는 상황이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금을 들이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MZ세대로 대표되는 청년층이 결혼과 출산을 왜 회피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있다면 당장의 만남에 급급한 지자체의 정책들은 나올 수도 없다"라고 꼬집었다. 

 

◆ "저출산 원인은 사회 구조적 문제에 있어"…청년층 "선행 문제 해결이 급선무"

 

이런 가운데 청년층이 결혼과 출산을 회피하고, 더 나아가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는 현상의 원인은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는 사회 구조적 문제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23년 8월 발표한 통계청의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를 보면, 청년 3명 중 1명(36.4%)만 결혼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는 10년 전보다 20.1%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이번 조사는 최근 10년간(2012~2022년) 결혼·출산·노동 등에 대한 청년(19~34세)의 가치관 변화를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남성의 40.9%는 결혼자금 부족을 꼽았고, 여성은 결혼자금 부족(26.4%)과 필요성을 못 느낀다(23.7%)는 응답이 높았다. 또한 출산·양육의 부담, 삶의 자유 등도 주된 이유로 거론됐다.

 

청년층과 관련 시민단체들은 경제적 문제 외에도 출산 시 여성의 경력 단절·사회적 육아 시스템의 부재 등과 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가 저출산 문제를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고민 끝에 결혼을 포기했다는 한 30대(여) 청년은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할 경우, 한 명의 인간으로서 포기해야 할 목표가 너무도 많다"라며 "현재 한국 사회에서 육아와 동시에 개인이 바라는 사회적 성취를 바라는 것은 이상(理想) 그 너머의 영역"이라고 전했다.

 

유사한 상황에 놓였던 또 다른 30대(남) 청년도 "결혼을 하고 싶은 상대를 만나 진지하게 고민을 해왔지만, 둘에게 닥칠 경제·사회적 부담으로 인해 몇 년간 숙고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결혼 시 경력 단절 문제는 물론 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재와 시스템의 결여도 저출산을 심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자체의 정책을 통해 만약 결혼까지 이어지는 데 성공해도, 출산 시 여성의 경력 단절은 여전히 필연적"이라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육아 휴직 제도가 의무화되고 있는 사례도 있지만, 여전히 국내 대다수의 기업은 면접장에서 '출산 계획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공공연히 던지는 경우가 일상인 게 한국 사회"라고 말했다.

 

이어 "육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제고하는 것도 중요한 선결과제"라면서 "개인에게는 출산을 통해 '애국'을 강요하며 막상 이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온전히 개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고 분석했다.

 

끝으로 "국가 차원에 출산에 대한 따뜻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이를 보조할 사회적 시스템과 시설을 조성해놓는 노력을 보인 이후에 출산을 장려하는 게 당연한 순서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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