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서포터즈 8기 김효린 [청주대학교 간호학과 4학년]](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728/art_17521569927243_e82943.jpg)
【 청년일보 】 기후 변화가 인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더 이상 추상적인 경고에 그치지 않는다. 북극의 빙하가 녹고 사막이 확장되는 현상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점차 흔해지고 있는 질환인 '수면무호흡증(Obstructive Sleep Apnea, OSA)'은 기후 위기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되고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기도가 반복적으로 좁아지거나 일시적으로 막혀 호흡이 멈추는 증상이다. 이에 따라 숙면을 취하기 어렵고, 장기적으로는 심혈관 질환, 당뇨병, 우울증, 인지 기능 저하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비만, 음주, 흡연, 연령 등의 요인이 주로 언급돼 왔지만, 최근에는 기후 환경, 특히 야간 기온 상승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호주 플린더스 대학(Flinders University)을 포함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11만명 이상의 수면 및 기후 데이터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를 통해, 야간 기온이 높을수록 수면무호흡증 증상이 더 자주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야간 평균 기온이 섭씨 25도를 넘는 경우, 수면 중 무호흡 발생 빈도가 크게 증가하는 양상이 관찰됐다.
이는 단순히 무더위 때문에 잠들기 힘들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인체는 수면에 들기 위해 체온을 자연스럽게 낮추는 생리적 과정을 거치는데, 기온이 높은 밤에는 이 과정이 방해받아 깊은 수면에 도달하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 무호흡 증상이 더 자주,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대표적인 치료법인 지속적 기도양압(continuous positive airway pressure, CPAP) 기기의 여름철 사용률 감소도 우려를 낳고 있다. CPAP는 마스크를 얼굴에 밀착해 공기를 불어넣는 방식으로 기도가 막히는 것을 막아주는 장비인데,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불쾌감을 유발해 사용 시간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30도 이상일 경우 CPAP 일일 사용 시간이 평균 30분 이상 줄어들 수 있으며, 이는 치료 효과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개인의 수면 건강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다. 2023년 유럽을 중심으로 발표된 보건경제 분석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악화된 수면 질환은 매년 약 78만5천명의 건강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약 320억달러(한화 약 4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면 질 저하는 단지 피로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생산성과 공공 보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수면실의 온도를 18~22℃, 습도를 40~60%로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 에어컨, 제습기, 공기청정기 등을 활용해 쾌적한 수면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기본이며, CPAP 사용자들에게는 여름철에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냉각 기능 마스크나 경량형 기기의 보급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건강 위협을 '개인의 문제'로만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기후 변화는 이미 우리의 수면 건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수면무호흡증은 그 대표적 사례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단순한 코골이나 피로감으로 여기지만, 이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 공중 보건 이슈이자, 기후 변화가 불러온 새로운 도전이다.
기후 변화는 이제 잠자는 시간조차 위협하고 있다. 수면의 질은 하루의 컨디션을 넘어서, 장기적인 건강과 생존에까지 직결된다. 밤이 더워질수록 우리는 깊은 잠에 들기 어려워지고, 그 결과 몸과 마음은 점점 더 지쳐간다.
지금 우리는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을 수면 건강의 관점에서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있다. 건강한 수면을 지키는 일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 청년서포터즈 8기 김효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