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서포터즈 8기 김효린 [청주대학교 간호학과 4학년]](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519/art_17467746165901_b5da78.jpg)
【 청년일보 】 2021년 1월 1일부로 대한민국 형법상 낙태죄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효력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임신 중지에 대한 형사 처벌은 중단되었으나, 2025년 현재까지 낙태 관련 후속 입법이 지연되고 있어, 법적 기준이 부재한 상태이다. 여성들은 여전히 불확실한 법적 환경 속에서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법적 공백 속에서 ‘화학적 낙태’로 불리는 약물적 임신 중지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화학적 낙태는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과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이라는 약물을 함께 복용하여 초기 임신을 종결하는 방식이다. 이 약물들은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식품의약국(FDA) 등 주요 보건기구에 의해 일정 조건 하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임신 중지 수단으로 승인되어 있으며, 여러 국가에서 의료적 관리하에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임신 10주 이내에 사용되며, 복용 후 자궁 수축, 출혈, 통증 등의 생리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한국에서는 2023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복합제인 ‘미프지미소(Mifgyn)’의 수입 및 판매를 조건부로 허가하였다. 이에 따라 일부 지정된 산부인과 의료기관에서는 의사의 감독하에 해당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의료 현장에서는 처방 기준, 교육, 가이드라인 부족 등의 문제로 실제 접근성이 낮은 상황이다. 그 결과 일부 여성은 인터넷이나 해외 구매대행 등 비공식 경로를 통해 약물을 구입하고, 의료적 감독 없이 복용하는 위험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국제적인 연구에 따르면, 의료인의 감독 하에 약물을 복용할 경우 대부분 경미한 출혈이나 복통 외에 심각한 합병증 발생률은 1% 미만에 불과하다. 하지만 비의료 환경에서는 감염, 과다 출혈, 자궁 내 조직 잔류, 불완전 유산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응급 처치가 필요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는 여성 건강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간호사로서 이 문제를 바라볼 때, 단순히 낙태 찬반의 이념적 논쟁을 넘어 여성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학적 낙태가 제도권 내에서 안정적으로 도입된다면, 간호사는 환자의 사전 교육, 약물 복용 후의 증상 관찰, 감염 예방, 정서적 지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간호사는 환자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신뢰를 형성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며 이상 증상에 즉각 대응하는 실질적 전문가로서 기능해야 한다.
또한, 현재의 법적·제도적 불확실성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할 뿐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법적 책임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의료진이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하게 되는 상황은, 결과적으로 여성들이 더욱 위험한 선택을 하게 만들며, 사회 전체의 보건 체계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약물 임신중지에 대한 명확한 법적·의료적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하고,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교육과 공공 캠페인 등을 통해 여성들의 선택권을 보호해야 한다.
화학적 낙태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나 이념적 논의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생물학적, 윤리적, 법적,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료적 안전의 문제이다. 우리는 이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환자의 건강과 존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안전하고 윤리적인 의료 환경 조성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는 의료가 인간의 삶과 존엄을 지키는 일임을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 청년서포터즈 8기 김효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