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를 담은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이 기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10월에는 규제 막차를 타려는 '패닉바잉'으로 거래량이 폭발했으나, 12월 들어서는 거래가 자취를 감춘 가운데 호가만 치솟는 '신고가 미스터리'가 연출되고 있다. 부동산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승 요인을 둘러싸고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거래 현황을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의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1041건으로 전월(6796건) 대비 62.5% 급증했다.
이는 지난 6월 기록했던 연중 최고치(1만814건)를 넘어선 수치로, 10.15 대책 시행을 전후해 대출 문턱이 높아지기 전에 집을 사려는 '패닉바잉(공황 매수)' 수요가 대거 유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세부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지역별 온도 차가 뚜렷하다.
강서구와 마포구 등 비강남권 주요 지역은 역대급 거래량을 기록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강서구의 10월 거래량은 797건으로 전월(419건) 대비 90.2% 급증하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마포구 역시 673건이 거래돼 전월(333건)보다 102.1% 폭증했다.
이는 대출길이 막히기 전 매수를 서두른 '막차 수요'가 9억~15억원대 준상급지로 집중되면서 거래량이 폭발한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강남구는 철저히 소외됐다. 강남구의 10월 거래량은 260건으로, 연중 최고치였던 지난 3월(906건)과 비교하면 70% 이상 쪼그라들었다. 대출 규제로 진입 장벽이 높아지자 일반 수요층의 접근이 차단되면서 거래 절벽이 심화된 것이다.
하지만 거래가 멈춘 강남에서는 '현금 부자'들이 주도하는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데이터 플랫폼 아파트미가 집계한 '12월 18일 기준 서울시 신고가 발생 현황'에 따르면, 이날 확인된 자치구별 신고가 발생 건수는 강서구(28곳), 강남구(8곳), 동대문구(5곳), 양천구(4곳), 강동구(4곳) 순으로 집계됐다.
이날 확인된 거래들은 신고 기한(30일)을 고려할 때 대부분 규제 강화 이후인 11월 중순 이후 체결된 계약들이다.
강서구의 신고가 발생 건수가 강남구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은 규제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한 비강남권으로 매수세가 일부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12월 14일 도곡동 한신(개포) 전용 52㎡는 31억5천만원에, 개포 경남1차 전용 96㎡는 33억5천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반면 강서구에서는 마곡엠밸리 8단지(전용 84㎡, 15억원), 1단지(전용 84㎡, 14억3천만원) 등이 잇따라 신고가를 쓰며 키 맞추기 장세를 연출했다.
부동산 프롭테크 관계자는 "10.15 대책 이후 서울 전역에서 거래량이 급감하며 '거래 절벽'이 본격화됐지만, 호가는 오히려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매물이 잠긴 상황에서 강남은 현금 부자가, 강서 등은 강남 진입이 좌절된 실수요나 덜 오른 단지를 찾는 수요가 간헐적으로 신고가를 찍으며 가격을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2월 신고가 랠리를 두고 시장의 추세적 상승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간헐적으로 터지는 신고가는 시장 가격을 왜곡하는 '착시 현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최근의 신고가가 시세 하락을 막기 위한 '가격 방어용 거래' 혹은 매수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미끼 상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신고가로 거래 신고를 한 뒤 소유권 이전 등기 없이 계약을 해제하여 호가만 올려놓는 '실거래가 띄우기' 사례가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거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거래절벽' 상황에서 나온 몇 건의 신고가가 시장 전체의 시세를 대변할 수는 없다"며 "매수 대기자들이 이 호가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언제든 다시 조정될 수 있는 불안한 장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거래가 시스템에 등록된 가격만 믿고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계약 후 실제 등기까지 이뤄진 거래인지, 주변 매물 소진 속도는 어떤지 면밀히 확인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