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면세점(이하 인천공항면세점) DF1·DF2 구역 입찰전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값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면세점이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의견과 함께 환율·소비 패턴 변화로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은 지난 21일 인천공항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한편,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이에 불참했다.
앞서 인천공항면세점에서 철수한 신라·신세계면세점의 경우 각각 8천987원과 9천20원의 객당 단가로 임대료를 지불한 바 있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21일 오후 4시 30분까지 제출해야 하는 참여의향서는 제출했지만, 오후 5시까지 내야 하는 제안서 등 추가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DF1은 지난해 9월 신라면세점이 철수를 결정한 구역이며, DF2는 신세계면세점이 같은 해 10월 같은 수순을 밟았던 구역이다. 두 업체 모두 인천공항 측이 제시하는 높은 임대료에 부담을 느끼고 상당한 위약금을 부담하면서까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은 그간 면세업계가 임대료에 대한 부담을 지속적으로 호소해 왔다는 점과 이에 관해 실제 소송전까지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해 이번 입찰에서 임대료를 낮춰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임대료 체계는 공항 여객 수에 사업자가 제안한 여객당 단가를 곱해 임대료를 산정하는 ‘객당 임대료’ 방식을 유지하되, 최저 수용 여객당 단가를 지난 2022년 공개입찰 당시보다 각각 5.9%, 11.1% 낮은 DF1 5천31원, DF2 4천994원으로 각각 제시했다.
이번 입찰은 사업제안평가(60점)와 가격평가(40점)를 합산해 최종 사업자를 선정한다.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사업계획의 현실성, 보세구역 운영 역량 등 정성 평가도 포함된다.
공사가 사업권별 제안서를 검토·평가해 적격 사업자를 선정해 관세청에 통보하면, 관세청은 특허 심사를 통해 낙찰 대상 사업자를 선정한다.
입찰에 최종 참여한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은 “심사 과정이 앞으로도 많이 남은 만큼 절차에 따라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면세업계는 인천공항면세점 입찰전에서 선정될 경우 다양한 부가 효과와 함께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 현대면세점 모두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선에서 입찰가를 제시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단기적 관점에서 최근 면세 시장 축소로 큰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소비 트렌드는 언제든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성을 재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 수익성뿐만 아니라 인천공항면세점이라는 상징성과 입찰을 통한 글로벌 브랜드 협상력 강화 등 다양한 부가적 시너지를 포기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신세계, 신라면세점이 입찰할 당시보다 임대료가 많이 인하됐다는 점도 분명한 고려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인천공항면세점을 실제 운영하게 될 경우에도 단기적 관점에서 수익성을 쉽사리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우려의 원인으로 ▲여행객 소비 성향 변화 ▲면세 시장 축소 ▲환율 상승 등을 거론하고 있다.
먼저 여행객들의 소비 성향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크게 변화했다는 점에서 업계는 특정 업체가 인천공항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과거만큼의 수익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해외여행이 재개된 뒤에도 단체 관광객이 크게 축소되는 추세에 있어 공항 면세점에서 예전만큼의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전체 면세시장에서 공항 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에도 결국 입찰전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객, 특히 면세업계의 ‘큰손’인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트렌드는 크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을 찾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면세점 수익을 끌어올리는 주요 소비층이었지만, 단체 관광객의 양적 규모 자체가 크게 줄어들며 면세점을 찾는 수요 역시 감소하는 추세다.
야놀자 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인 단체여행객 비중은 지난 2019년 15.1%였지만 코로나19 이후인 2024년과 2025년에는 각각 11.7%, 8.6%로 줄어들었다. 또한 소비력이 높은 40~60대 비중도 2019년 26.0%에서 2022년 기준 21.7%로 감소했다.
반면 개별여행을 선호하는 20~30대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은 증가 추이에 있다. 2019년 기준 전체 중국인 관광객 중 2030세대 비중은 29.1%였지만, 2025년에는 31.2%로 증가했다.
비교적 젊은 세대 비율이 높은 개별 관광객은 기존 면세점이 아닌 카테고리별로 전문화된 개별 매장에서 쇼핑을 즐긴다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으로 개별 관광객 증가와 함께 급성장한 업체로는 CJ올리브영과 아성다이소 등이 꼽힌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2030세대가 주축이 되는 개별 관광객의 경우 면세점에서의 일괄적 쇼핑이 아닌 경험 중심의 쇼핑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며 “과거에는 일본, 대만 등에서 한국을 찾는 개별 관광객에게서 이 같은 특징이 발견됐지만, 최근 수년간 중국인 개별 관광객에게도 이 같은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전체 면세시장 축소도 업계의 고민을 가중하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24년 면세시장 규모는 14조2천249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4조8천586억원)과 비교하면 10조원 이상 축소됐다.
시장 축소는 주요 면세업체 실적에도 직결됐다.
2024년 기준 신라면세점은 6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신세계면세점도 359억원의 적자를 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역시 2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업계 1위 롯데면세점도 1천432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면세시장 자체가 축소하고 있어 인천공항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더라도 코로나19 이전 대비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측이 임대료 기준을 완화했지만 여전히 여객 수에 연동된 임대료 구조는 업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어떤 업체가 최종 선정될지는 미지수지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다시 인천공항면세점을 운영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환율도 또 하나의 장애물로 꼽힌다. 21일 기준 환율은 1천474원으로 1천500원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환율이 1천500원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계 글로벌 금융그룹 ING는 원·달러 환율이 1천500원선을 일시적으로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면세점 상품 판매가는 달러로 책정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상품 가격도 함께 오를 수밖에 없다. 가격이 오를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면세’로 인한 가격 메리트가 약화돼 구매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
일부 업체는 고환율을 고려한 프로모션을 병행하고 있지만, 프로모션 비용 역시 전체 실적 부담으로 전이되며 면세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 관광객이 느끼는 환율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현금성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겠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인천공항면세점 운영에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경우 사업권을 획득한 업체는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인천공항면세점의 구조적 한계가 수익성을 제약하고 있으며, 사업권 획득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면세점 트렌드가 식품 등 다양한 콘텐츠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인천공항면세점은 리뉴얼은커녕 과거의 ‘명품 진열식’ 매장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운영 사업자에게는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방한 관광객 수는 회복되고 있지만 면세점 구매 전환율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달러 강세로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며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여건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고, 최근 중국·일본 간 외교 문제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기회 요인”이라며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적극적인 마케팅이 수익성 제고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약 10여 년 전만 해도 인천공항면세점 입찰 경쟁은 매우 치열했지만 현재는 신세계, 신라면세점이 불참하면서 과거와 같은 상황은 더 이상 연출되지 않고 있다”며 “면세업체 입장에서는 공항 면세점을 포기하기 어렵지만 실제 운영 시 중장기적 리스크와 기회가 공존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확산으로 소비자들이 명품 등 주요 상품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진 점도 부담 요인”이라며 “소비자들이 구매 전 가격을 면밀히 비교하는 만큼 인천공항면세점을 운영하는 업체는 보다 기민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