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인공지능(AI) 경쟁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이 AI 고급 인재 순유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상 체계 개선과 연구 환경 혁신 없이는 '인재 블랙홀'로 불리는 주요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6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월간 웹진 '소프트웨어 중심사회'에 따르면, 한국의 고급 인재 유치 매력도는 2020년대 들어서도 세계 30~40위권에 머물고 있다. 해당 지표는 특정 산업이 아닌 전반적인 고급 인력의 유치·유출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지만, AI 분야에 대입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가 발표한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한국의 2024년 AI 인재 이동 지수는 -0.36으로 집계됐다. 2023년 -0.30보다 순유출 폭이 더 확대된 수치다. 10만 명당 0.36명이 순유출됐다는 의미로, AI 인재 순유출국 지위가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AI 연구 인프라와 보상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인재를 흡수하고 있다.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 빅테크 중심의 생태계, 공격적인 연봉 체계가 맞물리며 사실상 'AI 인재 블랙홀'로 기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한국이 대학 중심의 인재 양성 정책에 주력해 왔지만, 석·박사급 고급 인재 풀 자체가 선도국 대비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해외 인재 유치 및 국내 인재의 귀환을 촉진할 제도적 장치 역시 충분치 않다는 평가다. 미국 빅테크와 글로벌 연구기관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AI 전문가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이들이 국내 산업·학계로 복귀하거나 협업할 수 있는 유연한 경로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제 협력 측면에서도 과제가 남아 있다. 한국은 글로벌 인공지능 파트너십(GPAI) 등 국제 거버넌스 논의에는 참여하고 있지만, 공동 연구 및 인재 교류의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순유입 전환에 성공한 영국과 일본을 참고 사례로 제시했다. 영국은 글로벌 재능 비자, 고학력 인재 비자(HPI), 스케일업 비자 등 다층적 제도를 통해 브렉시트 이후에도 AI 인재 순유입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역시 2019년까지 순유출국이었으나, 특별고도인재제도(J-Skip) 도입과 국제 공동연구 확대를 계기로 2020년 순유입국으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모셔오기' 정책을 넘어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석·박사급 인재에 대한 파격적 보상 체계, 자율성과 개방성을 갖춘 연구 문화, 글로벌 수준의 연구 클러스터 조성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물리적 귀환에만 의존하지 않고, 원격 협업과 글로벌 인재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해외 인재가 국내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유연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AI 인재 확보 경쟁은 이미 국가 간 '제로섬 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순유출 구조를 방치할 경우 기술 격차는 물론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전환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가 나온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