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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건설 노동자 사망’ 1년째…진상조사‧책임자처벌은 ‘공회전’

경동건설, 故정순규씨 사망 책임회피 ‘급급’…정황 축소‧은폐시도만
정부기관, 사고원인 추정 ‘제각각’…강은미 의원 “원점 재조사 촉구”
유족 “경동건설 등 책임 떠넘기기만…법원 제대로된 판결 내려달라”

 

【 청년일보 】지난해 10월말 부산 경동건설의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고(故) 정순규 씨가 추락해 운명을 달리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해당 사건은 여전히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특히 정씨의 사망 원인이 경동건설 측의 허술한 안전관리 때문이라는 점이 지적됐으나, 경동건설은 사고 현장을 교체하는 등 정황을 축소하고, 유족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책임을 회피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정씨의 사망사고 발생 원인에 대해 경동건설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지방경찰청 등이 제각각 다르게 추정하고 있는 등 사건에 대한 의혹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유족들은 매서운 바람이 부는 한 겨울에도 관할 법원인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정씨의 사망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 “경동건설, 허술한 안전관리 알고도 개선 안해…결국 노동자 사망사고 야기”

 

이 사고는 지난해 10월30일 오후 1시경 부산 지역 내 중견건설사 경동건설이 시공하는 부산 남구 문현동 소재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당시 하청업체 JM건설의 하청노동자로 일하던 정씨가 작업 중 추락해 사망한 사고다.

 

정씨는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된 임시 가설물인 ‘비계’에 올라 옹벽에 박힌 철심 제거작업을 하던 도중 추락했다.  정씨는 사고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머리와 목을 심하게 다쳐 끝내 숨을 거뒀다. 당시 정씨는 안전모를 썼음에도 두개골 골절로 인한 산소공급 부족으로 뇌사 판정을 받았고, 이튿날 사망했다.

 

유족들은 정씨의 사망사고가 사측의 허술한 안전관리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작업 현장임에도 원청의 아파트 공사 작업장과 하청인 JM건설의 옹벽 공사 작업장의 안전보건조치가 달랐다는 것이다.

 

또한 정씨가 사고를 당한 건설현장에는 비계 안쪽의 안전난간대와 안전망 등 방호장치가 설치되지 않았고, 추락주의 타포린 미부착, 발끝막이 판 등 안전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고, 구조물의 이상 현상의 문제점과 함께 비계와 옹벽간 폭은 45cm가량 벌어진 상태로 돼 있는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고 유족측은 주장했다.

 

이와 함께 사건 발생 후 다시 현장을 방문했을 때 비계에 안전망이 설치되고, 비계의 위치가 옹벽쪽으로 옮겨졌으며, 사고당시 수직사다리가 철거된 점 등을 볼 때 경동건설이 사건현장을 조작하고, 사고를 은폐하려고 했다고 유족측은 보고 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고와 관련해 경동건설과 하청업체 안전관리자 등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관련자들은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고, 다음달 9일 형사재판 선고가 있다.

 

여기에 경동건설측이 정씨의 사망사고 원인을 정씨측으로 돌리는 악태를 벌이고 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최근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경동건설측은 재판 과정에서 부산지법에 정씨가 자필로 서명했다고 하는 ‘관리자 감독 지정서’를 제출했는데, 여기에 서명된 정씨의 필적이 위조됐다는 것이 유족측의 주장이다.
 

 

◆ 강은미 의원 “사고 원인, 기관별로 제각각”…원점 재조사 촉구

 

이 사고는 지난달 15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당시 국감에서 정씨의 사망사고에 대한 원인이 조사한 기관별로 제각각이라고 지적하며 재조사를 촉구했다.

 

강 의원은 “정씨의 사망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가 기관마다 제각각이다. 어느 누가 이 조사 결과를 신뢰하겠나”라며 “적은 비용으로 안전조치가 가능한데도 이를 지키지 않아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동건설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고인이 약 2미터 수직 사다리에서 추락해 숨진 것으로 추정한 반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3.8m에서 안전난간 밖에서 비계 바깥쪽 사다리를 이용하다 떨어졌다고 추정했다”며 “부산지방경찰청은 발판이 없는 2단 비계에서 추락 방지 안전고리 없이 철심 제거 작업을 하던 중 4.2m 아래로 추락했다고 봤다”고 지적했다.

 

또한 강 의원은 허술한 현장 조사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사고 다음 날인 11월 1일 하루 동안 현장 조사가 진행된 후 2일 비계 위치를 옹벽 쪽으로 이동하는 안전 조치가 이뤄졌다”며 "1일에 이어 3일 사고 현장을 방문한 유족이 늘어진 경찰통제선과 안전조치로 바뀐 사고 현장을 보고 기관별로 제각각인 조사 결과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강 의원은 “적은 비용으로 안전조치가 가능한데도 이를 지키지 않아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원점에서 재조사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 유족 “법원에 제대로 된 판결, 경동건설에 사과‧책임 인정해야”

 

유족측은 내달 1일 부산지법 앞에서 정씨의 사망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경동건설측의 고인에 대한 사과, 책임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유족측은 “경동건설과 부산노동청, 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경찰청 등이 재해발생원인을 모두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검찰은 부산노동청의 의견을 바탕으로 기소했다”며 “또한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현장을 훼손하는 행위가 자행됐고, 사측이 재판 과정에서 제출한 ‘관리감독자 지정서’의 사인을 조작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 과정에서 경동건설은 하청업체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하청업체는 고인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검사 구형에서 경동건설에게 공동의 책임을 물었지만 이와 같은 의혹과 불법행위들이 모두 다뤄지지 않았으니 그 책임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내려질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법원이 형사재판 1심 선고에서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릴 것을 촉구하며, 12월 1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선고일까지 1인 시위를 시작하게 됐다”며 “많은 이들이 유족들에게 ‘왜 그렇게까지 하냐? 나라면 그렇게 못한다’라고 말하지만, 유족들은 고인이 돌아가신 순간부터 삶이 얼마나 지옥같은지 느끼며 그 시간에 머물러 산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족들은 “사람들이 인정하든 안하든 한국에 많은 유족들은 우리처럼 지옥같은 삶을 살지 말라고 세상을 향해 오늘도 처절하게 싸우고 있다”며 “누구나 혹은 누군가의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족측은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제정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 법은 영국의 ‘기업살인법’을 모델로 하는 것으로,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경영 책임자와 기업을 처벌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으며, 산업재해와 관련한 최대 수위의 처벌이다.

 

 

【 청년일보=이승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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