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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정치적 도구 혐의 벗지 못하는 징벌적 세금 '종부세'

13년 동안 묶인 과세 기준에 세율 인상은 물론 급격한 공시가격 현실화
세금 폭탄에 대한 민심, 재보궐선거로 터져···민주당은 서둘러 '태세전환'

 

【 청년일보 】 더불어민주당은 4·7 재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부동산 정책 수술에 들어갔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인하,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 조절, 대출 규제 완화가 주요 대상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흔히 '종부세'로 불리는 종합부동산세다. 부동산 세제 중에서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기 때문이다.

 

종부세는 일정 금액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10·29 부동산 대책을 통해 도입됐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재산세를 강화하려고 하자 집값 폭등의 진원지였던 강남구 등이 재산세를 깎아주는 방식으로 무력화를 시도했다. 이에 지방세인 재산세 대신 지방자치단체가 손댈 수 없게 국세인 종부세를 신설한 것이다. 

 

당초 노무현 정부는 종부세를 인별 과세했다. 그러자 배우자에 대한 증여가 늘어났다. 예컨데 인별 과세의 경우 부부가 각각 공시가격 5억원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종부세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남편이나 부인이 각각 보유한 주택은 과세 기준인 9억원 이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대별 합산을 하면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이 과세 기준 이상인 10억원이므로 종부세를 납부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결국 종부세를 세대별 합산으로 바꾸었다. 또한 과세 기준인 공시가격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은 위헌 논란을 낳았고, 결국 2008년 위헌 판결을 받아 다시 인별 과세로 돌아갔다.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의 과세 기준을 9억원으로 되돌리고, 세율 또한 0.5~1.0%로 대폭 완화했다.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트리거' 역할을 했는데, 이의 영향은 17대 대선에 출마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에까지 미쳤다. 정동영 후보는 26.1%의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48.7%와 비교하면 22.6%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이는 우리나라 대선 역사상 1위와 2위의 득표율 격차가 가장 컸던 사례로 꼽힌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종부세에 대한 반감이 집단적으로 분출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데칼코마니'다. 노무현 정부는 5년 동안 30번이 넘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규제 → 풍선효과 → 집값 폭동의 악순환만 낳았다. 규제 일변도의 대책을 내놓으면서 풍선효과만 커져 집값 폭등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임기 4년 동안 25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값은 72.8%나 올랐다. 규제 → 풍선효과 → 집값 폭동의 악순환을 통해 7억원 안팎이었던 30평 아파트 가격이 13억원으로 치솟은 것이다. 일종의 '트라우마'임에도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종부세 카드를 다시 꺼내 든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종부세 강화는 세율 인상부터 시작됐다. 최고 세율을 3.2%에서 6.0%까지 올렸다. 특히 급격한 공시가격 현실화는 세금 폭탄이란 말이 나온 단초가 됐다. 과세 기준 9억원이 13년 동안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급격하게 공시가격이 현실화되면서 종부세를 내야 하는 가구가 폭증한 것이다.

 

올해의 경우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9.1%나 오르면서 서울은 무려 40만6200가구가 종부세를 내야 한다. 이는 서울 전체 공동주택의 24.2%로 4가구 중 1가구가 종부세 과세 대상이라는 얘기다. 현재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9% 수준인데, 이를 90%까지 올리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방침이다.

 

공시가격은 종부세를 비롯해 재산세 등 60여종의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된다. 지난해 말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소득은 46% 늘었는데, 세금 지출은 118% 폭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세금 부담이 한꺼번에 늘면 한달 치 봉급을 세금으로 내게 되는 이들도 적지 않게 된다. 종부세 대상인 집 한 채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고통을 받는 은퇴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종부세와 재산세 같은 보유세는 숨만 쉬어도 나가는 세금이다. 특히 미실현 이익에 부과되는 세금이어서 부담이 늘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 들고, 이는 내수경기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투기와 무관한 실수요자들까지 징벌적 누진세를 적용한 세금을 부담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부동산 정책 수술에 나선 것은 성난 부동산 민심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25개 지역구, 그리고 부산 16개 지역구 모두에서 참패했다. '41 대 0'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재보궐선거 전인 지난해 10월만 해도 종부세 완화를 전혀 검토한 바 없고, 계획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재보궐선거 이후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당장 종부세 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적용 시점도 올해 부과일인 6월 1일 이전에 시행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강화된 종부세는 한 차례도 부과하지 못하는 등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 된다.

 

더 큰 문제는 종부세에 대한 정치적 접근이다.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이겼거나 최소한 참패하지 않았다면 그동안의 정책 기조와 정반대인 행보에 나섰을까.

 

자본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소중한 재산을 국가가 '반대급부' 없이 가져가는데, 그 것이 징벌적 성격의 세금 폭탄이라면 이를 수긍할 국민은 없다. 요즘 종부세를 둘러싼 각종 부작용과 혼선 등을 보면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세금만 유효하다'는 말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 나올 것 같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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