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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저출산 고령화 속 새롭게 대두된 복지사각지대, ‘영케어러’

 

【 청년일보 】지난 11월 뇌졸중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를 홀로 돌보던 20대 초반의 아들 A 씨가 아버지 B 씨를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B씨가 입원 치료를 받던 도중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B씨를 병원에서 퇴원시키고 집에서 혼자 돌보게 되었다.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던 A씨는 홀로 B씨를 돌보기 어려웠다.

 

결국, 병원에서 퇴원한 후 A씨는 B씨에게 처방 약을 주지 않고 B씨를 방에 방치하여 숨지게 하였다.

 

이 사건은 사회가 ‘영 케어러(Young Carer)’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 케어러(Young Carer)’란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홀로 부양해야 하는 10대, 20대의 청소년 및 청년을 말한다.

 

영 케어러(Young Carer)의 현실

 

고작 10대, 20대밖에 되지 않은 이들은 어떠한 준비도 없이 영 케어러가 된다. 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부모 혹은 조부모가 투병으로 인해 소득 활동을 못 하게 되면서 치료비는 물론 당장 생활비도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앞서 말한 A 씨 역시 월세가 밀리고 가스와 인터넷이 끊겼으며 당장 먹을 쌀도 없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영 케어러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닥치기 쉽다. 따라서 영 케어러는 생계와 부양을 위해 어린 나이에 일하게 된다.

 

영 케어러는 경제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병간호로 인한 어려움도 겪는다. 이들은 일하는 시간 외에는 대부분 병간호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거동뿐만 아니라 식사, 배변 활동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일하는 시간을 빼기도 어려운 정도이다.

 

더군다나 병간호에 필요한 지식은 누구도 알려주지 않아 영 케어러는 병간호에 어려움을 느낀다.

 

이처럼 생계 활동, 병간호 등을 이유로 영 케어러는 학업에 집중할 수 없게 되고, 결국 학업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학업을 중단하게 되니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 빈곤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저출산 고령화 속 증가하는 영 케어러(Young Carer)

 

한편, 저출산 고령화 속에서 영 케어러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OECD 평균의 약 2배에 달하며, 고령인구비율은 2021년 12월 기준 17.1%로 고령사회에 해당한다. 

 

또한, 2020년 합계출산율은 0.837명으로 저출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모의 연령별 첫 아이 출산율을 보았을 때, 30~34세가 78.6%로 가장 많으며, 35~39세가 42.3%로 두 번째로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모의 평균 출산 연령은 2020년 33.13세로 2010년 31.26세였던 것과 비교하여 출산 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인구변화로 인해 자녀가 10대, 20대에 부모가 장년, 노년이 되어있는 경우가 점점 많아질 것이다. 고령화로 인해 부모뿐만 아니라 조부모까지 돌보아야 할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저출산으로 인해 형제자매 없이 홀로 돌봄을 감당해야 할 가능성도 높다. 즉, 저출산 고령화 속에서 홀로 가족의 돌봄을 감당해야 하는 영 케어러가 늘어날 것이다.

 

영 케어러(Young Carer)를 위한 지원정책은?

 

우리나라에는 현재 영 케어러를 위한 적절한 지원이 부족하다. 영 케어러를 위한 지원정책은 커녕 영 케어러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및 구체적인 정의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존의 복지 지원을 받고 싶어도 지원 자격을 증명하기 쉽지 않다. 영 케어러의 이야기를 담은 ‘아빠는 아빠가 됐다’의 저자인 조기현 작가도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기 위해 병명을 증명하는 것을 ‘피 말리는 과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3개월이 지난 현재, 영 케어러를 위한 지원 정책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영 케어러를 위한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으며, 서대문구에서는 조례를 제정하여 영 케어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영 케어러 지원 정책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할 점은 영 케어러를 선제 발굴하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영 케어러가 된 이들이 이들에게 필요한 복지 지원을 알아서 신청하기란 어렵다.

 

따라서 영 케어러와 가까이 있는 학교의 교사, 위클래스, 각 병원의 의료사회복지사 등에게 영 케어러를 위한 지원 정책을 알려야 한다.

 

또한, 이들에게 영 케어러를 발견 시 신고하도록 권고하여 영 케어러가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영 케어러는 청소년기, 청년기에 마땅히 누려야 할 일상을 누리지 못한다. 특히, 다른 이들이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 영 케어러는 꿈을 포기하고 부양을 위해 돈을 벌기 급급하다.

 

우리 사회는 이들을 마냥 ‘효녀, 효자’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청소년, 청년’이라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영 케어러가 평범한 청소년, 청년들처럼 꿈을 꾸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영 케어러 지원정책이 하루빨리 마련되기를 바란다.

 

 

【 청년서포터즈 5기 안태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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