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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하이트진로, '옥상 해결'보다 중한 '제2의 유성' 누명

 

【 청년일보 】 하이트진로의 소주·맥주를 운송하는 화물기사들의 노동조합인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이하 노조)' 움직임이 현란하다.

 

16일 오전, 하이트진로 본사에 진입, 옥상을 점거했다.

 

앞서 8일엔 고용노동부에 하이트진로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노조는 "파업 돌입 뒤 해고-교섭 해태-손해배상청구는 노조파괴 시나리오 교본과도 같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는 A 하이트진로 전무가 유성기업 사건에 연루됐다며 이를 근거로 "회사가 노조파괴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6월2일부터 두달째 파업을 이어왔다. 이천과 홍천 공장의 물류 차질은 이미 여러 번 언론에 소개됐다. 홍천 공장에서는 노조원들이 경찰과 대치하던 중 강물로 투신하기도 했고, 경찰의 진출입로 확보로 하이트진로 직원들이 물건을 나르면서 물류에 겨우 숨통이 트이기도 했다.

 

그런 뒤에 유성기업을 거론하면서 특별근로감독 진정에 나섰고, 불과 며칠 뒤엔 본사 점거에 시너 휴대 등 흉흉한 소식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이트진로 갈등의 경과에서 유성기업 사태와 공통된 문제가 무엇일까? 노조 측은 거액의 손해배상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또 A 전무의 옛 행적 자체도 문제삼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렇게 두 가지 이유를 들어 '하이트진로=제2의 유성기업'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려는 걸로 생각된다.

 

하지만 기자가 보기에는, 폭력 사태까지 있었다는 점 외엔 굳이 유성기업과의 공통점이 없다. 유성기업에서 임원 구타 사건이 벌어졌을 때에도, 하이트진로 건에서 물류를 중단한 것도 모자라 공장에서 물건을 반출하려는 이들을 막고 이를 저지하는 경찰들마저 다치게 한 상황에서 공통 키워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었다는 것에 오히려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노조 활동에 무조건 손해배상청구를 구하는 관행은 모두 옳다고 볼 순 없어도 현행 제도상 부정할 것만도 아니다. 이를 막는 건 입법 조치로 해결해야 할 과제인데,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했던 지난 5년 중에도, 여전히 원내 제1당인 지금도 선뜻 전면적으로 죄악시될 수 없는 복잡미묘한 문제다.

 

이런 터에, 거액의 손해배상은 노조 해체라는 등식을 아무 곳에서 가져다 대며 정의와 불의를 마음대로 선언하는 노조식 화법은 문제가 된다.

 

하이트진로 행보가 아무리 비판할 점이 있다 해도, '어용노조'를 돈 대 주고 코칭까지 해 줘서 만들어서 허수아비 대화 상대로 삼고자 한 유성기업의 사례와 폭력강성 대결정책 위주의 민주노총 산하 노조와 도저히 대화를 못 하겠다는 불만이 불거진 상태인 하이트진로 건을 도매금으로 비판하는 건 문제다. 그런 식의 단죄로는 해결될 일이 하나도 없다.

 

지금 노조는 언제는 정확히 부합하지도 않는 옛날 사건을 끌어다 비판을 가하면서 특별근로감독 진정을 내기도 하고, 또 불과 며칠 후인 언제는 그 새를 못 참아 본사 점거라는 극단의 대결을 또 저지르기도 한다.

 

이런 현란하고 복잡하기 그지없는 스텝 뒤엔 무엇이 남는가? 작게는 '망가진 본사 건물 옥상', 크게는 '일부 세인들의 머리에 남는 잔상', 즉 "하이트진로가 왜인지는 몰라도 유성기업처럼 나쁜 곳이라던데, 그래서 본사 점거도 됐던 게 아닐까?"라는 묘한 반감일 것이다.

 

그러므로 하이트진로의 옥상 상황보다 제2의 유성기업이라는 엄중한 비난을 너무 쉽게 허용하는 노동운동 상황 자체가 더 무겁고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본다. 

 

이번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에서 인명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안타까운 일에 마음을 졸이는 것은 인간다운 도리지만, 그런 인간적인 도리 때문에 앞의 문제점들을 몽땅 잊어버리고 옥상만 올려다 보는 것 또한 인간적인 지혜는 아닐 것이다. 

 

【 청년일보=임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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