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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멍 난 은행권 내부통제...진정성 없는 대응책

 

【 청년일보 】 "횡령 사건은 제가 백번 사과를 드려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고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한 은행장의 말이다. 이 자리에는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장이 출석해 고개를 숙였다.

 

해마다 은행권의 횡령사고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668억원의 횡령사고가 벌어진지 약 1년 만에 이 기록을 깨뜨린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당초 500억원 대로 알려진 BNK경남은행의 횡령사고에 대한 잠정 횡령액이 금감원 조사 결과 3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금융권 횡령사고 중 가장 큰 규모로, 그간 가장 큰 횡령사고로 알려진 지난해 우리은행 사고와 비교해도 4배가 넘는 수준이다.

 

올해 7월 기준 금융권 전체 횡령액 역시 지난해 1천10억원의 3배 수준인 3천2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더 큰 문제는 횡령사고가 일어나더라도 해당 금액의 회수도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횡령사고에 대한 인지시점이 늦은 탓에 횡령금 회수에 대한 조치가 늦어진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횡령사건이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이뤄졌음에도 우리은행이 인지한 시점은 2022년이었다. 회수액 역시 전체 668억원 중 많은 돈을 해외로 빼돌린 탓에 19억원에 그쳤다.

 

결국 은행권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정부나 금융당국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금융당국이 연달아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음에도 오히려 횡령사고가 더 증가했다는 점을 두고 금융당국의 책임론으로 번지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중대 금융사고 발생 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은 물론 이사회 사외이사들에게 포괄적 책임을 묻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황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중대한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금융사 임원진에게 해임·직무정지 등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신분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시·감독의무도 명문화해 사고발생 시 이사회도 일정 부분 책임을 지게 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금융당국의 대응에 대해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 역시 적지 않다.

 

개정안에 따르면 중대사고가 아니면 처벌할 수가 없고, 중대사고라 할지라도 사고대응에 대한 노력 여하에 따라 내부통제 부실의 책임자인 경영진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즉 사고방지를 위한 노력이 주관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커 자칫 꼬리 자르기나 면죄부를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외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어떨까. 해외 선진국에서는 내부통제 부실을 은행 존립을 위협할 정도의 위법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규모에 따라 높은 행정 과징금을 금융사에 부과한다. 실제로 지난 2020년 IBK기업은행 뉴욕지점은 자금 세탁 방지 프로그램 미흡 등의 이유로 8천600만달러의 제재금을 납부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강력한 내부통제 구축을 위해서는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의 적격성을 박탈하고, 금융사에 금전적 제재를 가하는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미국의 경우처럼 금융사의 내부통제 노력 여부에 따라 제재를 일정 부분 경감하는 제도 역시 뒷받침 되어야 한다. 다만 이는 전적으로 금융사의 객관적 입증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금융지주들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수익성 다변화 등을 통해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거듭나더라도 선진적인 내부통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국내 은행들의 글로벌 도약은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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