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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과잉진압 vs 합법경호"…주인공 가린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

 

【 청년일보 】 지난 14일 '2023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일어난 한 사건이 각종 SNS를 뜨겁게 달궜다. 


사건은 김건희 여사가 축사를 위해 참석한 개막식장에서 벌어졌다. 이날 대통령경호실 직원들은 축사 현장에 방문하려는 일부 작가들의 입장을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이 사건을 목격한 다수의 관람객이 사진을 촬영, SNS에 이를 게시하면서 예술인들과 문화애호가들 사이에서 항의글이 빗발쳤다. 


사건의 발단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이달 12일 '2023 서울국제도서전'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부터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문체부는 소설가 오정희, 김인숙, 편혜영, 김애란, 최은영, 천선란 등 6인을 홍보대사로 선정했다. 


이를 두고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블랙리스트이후(준) 외 다수의 문화·예술인 단체들은 "오정희 소설가는 박근혜 정부 시절 자행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의 실행자"라고 주장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서울국제도서전을 주최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는 오정희 작가가 참여하는 언론간담회를 취소하고, 도서전 마지막 날로 예정됐던 홍보대사 6인 토크쇼에서도 오 작가를 배제했다. 


하지만 이미 촬영·제작·배포가 끝난 홍보대사 등장 홍보물은 완전 폐기가 어려워 추가적인 언론 노출이나 공개 행사 사용 자제 등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도서전이 개막하는 14일 오전 10시, 일부 문화·예술인 단체들이 행사가 열리는 코엑스 동문 앞에 모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범죄 실행자 오정희 소설가의 2023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도서전의 얼굴) 위촉에 대한 문화예술계 입장'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발표에서 참여 단체들은 '2023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오정희 사태 관련 다양한 문제제기와 사회적 토론 진행'과 '문체부·출협의 공개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청했다. 


이후 이들은 김건희 여사 축사를 보기 위해 행사장 내 마련한 공간에 입장하려 했으나, 대통령경호실이 이들을 제지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작가들이 연행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문화연대를 비롯한 단체들은 지난 18일 코엑스 동문에서 '문체부·대통령실·대한출판문화원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이후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개막식에서 문화예술인들을 대상으로 발생한 과잉 경호‧폭력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당시 서울국제도서전 티켓을 자체 구매해 관람객 자격으로 행사장에 입장했고, 실무 진행자의 요청에 따라 기자회견 피켓조차 접은 채로 관람을 시작했다"면서 "대통령경호처는 입장 직후부터 문화예술인들의 관람을 아무런 근거 없이 차별적으로 감시·통제·배제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약칭 대통령경호법) 제2조 1항에 따르면 "경호란 경호 대상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신체에 가하여지는 위해(危害)를 방지하거나 제거하고, 특정 지역을 경계·순찰 및 방비하는 등의 모든 안전 활동을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발생 가능성이 있는 위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행위도 합법적 경호에 해당한다. 


이번 도서전은 '비(非)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NONHUMAN'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기존 인간중심주의가 만든 '비인간'생명·지구 등의 고통을 인지하고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불평등을 해결해 새로운 차원의 인간중심주의를 세우자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축소됐던 도서전이 엔데믹 선언 후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는 시기, 지난 정권에서 벌어졌던 문화·예술계 탄압 후폭풍이 행사의 중심이 되어야 할 '책', '작가', '독자'보다 화제가 되고 있다. 


인간을 넘어 '비인간'과의 불평등과 불합리함까지 해결하고자 사람이 모이는 시대. 새로운 차원의 인간중심주의로 가기 위해,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대립을 해결할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청년일보=오시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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