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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태(舊態)와의 절연···노사문화 새바람을 기대한다

 

【청년일보】 노동조합(이하 노조)의 사전적 의미는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및 기타 근로자의 경제·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는 조직단체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삼권을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1, 2조도 이를 명시하고 있다. 

 

다만 우리 사회에서 노조는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순수 노동단체'가 아닌 '정치 투쟁 단체' 존재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대우조선 하도급노조(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파업을 계기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가 서울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동시에 총파업에 들어가며 '정치파업'에 나선 것도 맥을 같이 한다는 지적이다. 새정부 노동개혁에 대한 대정부 투쟁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근로자의 권익 보호라는 목적에 대한 신뢰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 초래는 노조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구심으로 확산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노조원의 장기근속 문제나, 정년퇴직한 직원들 자녀에게 일자리를 물려주는 소위 '세습고용' 관행에 대한 비판은 청년층에서 부각되고 있는 '공정'과 '상식'이 실종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타협이 사라진 정치 투쟁을 위한 총파업이라는 비판의 늪에서 구태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악습과의 절연을 통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노조 본연의 기능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같은 노조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구심과 '누구를 위한 노조인가'라는 시각이 확산하는 가운데 노동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MZ세대 어벤져스’가 21일 공식 출범한다. 

 

바로 MZ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이 주축이 된 ‘새로고침협의회’다. 말 그대로 기성 노조의 낡은 투쟁과 구태 답습을 하지 않고 더 나은 노동 문화를 조성하며 새로운 세력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성 노조처럼 정치적 색깔을 띄는 것이 아닌 조합원 권익 신장 자체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를 비롯해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LG에너지솔루션 ‘연구기술사무직노조’,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등 총 8개의 노동조합으로 구성됐으며 조합원 수는 약 5천명이다.

 

협의회 발대식에 앞서 지난 13일 송시영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 부의장(서울교통공사 올바른 노조 위원장)은 협의회 결성에 따른 MZ세대노조 관련 현안 및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기존 노조의 경우 노조 본질에 안 맞는 정치적 구호를 많이 했는데, 우리는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해서 좋은 대우를 받도록 하는 게 노조의 본질이라 생각하고 여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조합원 수가 각각 100만 명에 달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청년층 사이에서 노동계 관행과 투쟁 방식에 대한 시각이 크게 바뀌고 있음을 감안할 때 협의체의 주장은 공감대를 넓혀갈 공산이 크다. 

 

그 근거로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39세 전국 성인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조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은 "파업 빈도 및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노조의 '투쟁 방식'에 대해선 응답자의 75.2%가 '대립적'이라고 답했으며 이는 '타협적'이라는 답변의 3배가 넘는다. 

 

시대가 빠르게 변천하고 있지만 낡은 노동 관행과 제도는 선진국들에 비해 뒤쳐져있는 실정이다. 실제 세계경제포럼이 매기는 노사협력 순위에서 한국은 주요 141개국 중 130위를 기록할 정도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자칫 기업 경쟁력 악화 등을 초래하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공정과 상식, 상생을 핵심 가치로 삼은 MZ노조가 청년층의 목소리를 담은 소통 창구 역할 뿐만 아니라 수십 년간 지속돼온 대립·갈등적 노사관계를 끝내고 협력·균형적 노사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길 기대해본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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