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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단상(斷想)] 아버지의 해방일지…딜레마로 향하는 이념의 평행선

 

【 청년일보 】정지아의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국여류문학인회 회장을 역임하고, 감정이 있는 심연과 역사는 흐른다 등 작품을 남긴 한무숙 상을 수상한 정지아는 남로당의 일원이었던 아버지의 삶을 재구성해 쓴 실화소설 '빨치산의 딸'의 작가다. 

 

'빨치산의 딸'은 1990년 출간 직후 공안당국에 의해 이적표현물로 분류돼 판금조치를 당했다. 저자의 나이는 스물다섯이었다.

 

남로당 전남도당 인민위원장이었던 아버지와 남부군 정치위원이었던 어머니. 

 

이들을 부모로 둔 작가는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통해 이른바 빨치산 출신 아버지의 죽음에서부터 장례를 치르는 사흘간을 배경으로 해방 이후 우리의 과거사를 다시 들여다본다. 소설 속 시간은 3일이지만 지난 70년간의 현대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다. 

 

정 작가는 최근 광양예술창고에서 열린 '여순10·19사건 북 콘서트에 참석해 남겨진 가족들의 힘겨웠던 삶과 마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참석한 이들의 공감을 얻어냈다고 한다. 

 

아픔의 역사와 관련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40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 축사에서 "국내외 이북 도민의 교류와 이북 5도 향토문화의 계승을 뒷받침하겠다"며  "이북도민이 그리운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발언에서 대북 정책과 관련 "우리 정부는 튼튼한 국방력과 확고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에는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반드시 북핵 억지력을 확보하면서 원칙과 상식에 기반한 남북관계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 간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으며, 인도적 차원의 교류와 지원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남측 언론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북한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같은날 "윤석열 정부 내에서 다양한 핵무장론이 대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은 조선반도의 전술핵 재배치,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에 부정적인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핵위협론 속에 정부의 대응이 더욱 첨예해 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군용기 위협 비행과 탄도미사일 발사, 포 사격 등 동시다발로 감행한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해 여야는 규탄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도발에 대한 책임론, 해법 등을 두고는 입장이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사태를 키웠다고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도발 이후 현 정부의 대응 미흡을 문제 삼고 있다. 대립하는 두 가치가 상충하지만 정보의 불확실성으로 가치의 경중을 따질 수 없는 딜레마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이 논평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고 했지만, 결국 북한이 돌려준 건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7차 핵실험 의지뿐"이라고 날을 세운 것도, 민주당 임오경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3축 체계 고도화를 위한 신규 예산 편성,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한 평화적 해법 모색 등을 당부한 것도 이같은 상황에 대한 방증이다. 

 

같은 맥락에서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서 비전향장기수의 노동이 힘들고 노동과 친해지질 않는다는 말에 부르주아 근성은 머리가 하애져도 뿌리가 안뽑힌다며 무엇때문에 빨갱이는 되가지고라며 사상과 현실의 임계점에서 고민할 수 밖에 없는 고뇌를 담은 아버지의 언급은 감성으로 풀어낼 수 있지만 논리와 이성으로 풀어낼 수 없는 영원한 사상의 평행성을 언급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사상적 대립이 극명한 상황에서 조차 가족의 유대는 이념적 갈등의 골을 풀어낼 수 있었지만, 차이와 다양성이란 호혜주의 관점에 공감하더라도 같은 민족이라는 표면적 화해의 동기는 딜레마 상황에서 이념적 단절의 종착지를 향하는 평행선을 달리 수 밖에 없어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3일 SNS에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추천하며 "요산문학상 수상으로 이미 평가받고 있지만, 제 추천을 더하고 싶다"며 "32년 전 '빨치산의 딸'을 기억하며 읽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며 "해학적인 문체로 어긋난 시대와 이념에서 이해와 화해를 풀어가는 작가의 역량도 감탄스럽다"고 기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책을 추천하는 마음이 무겁다"고 부연했다. 그의 마음이 무거웠던 이유는 무엇일까.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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