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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단상(斷想)] 종이 없는 국정감사...낯섦과 익숙함의 함의(含意)

 

 

【 청년일보 】지난해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 제안에 여야 초선의원 50명은 '종이 없는 국정감사'를 제안했다. 자료는 전자 파일 형태 제공을 원칙으로 하고, 인쇄 자료를 요청하거나 파일 제공이 불가능한 경우만 인쇄 자료를 제공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국회는 2004년부터 '의정자료 전자유통시스템'을 구축하고, 2005년 본회의장 개별 좌석에 단말기를 설치해 '종이없는 본회의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국정감사'의 시작이다. 

 

하지만 상임위원회를 비롯한 의원실 등은 정부 각 부처를 비롯한 피감기관에 종이 인쇄물 자료 제공을 요청하고 있다. 막대한 분량의 인쇄 자료가 국정감사장에서 제공된 후 버려지는 것으로 이 기간 종이 인쇄물 비용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이 자료를 요청할 경우 올해 자료 뿐만 아니라 2~3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에 걸친 자료를 요청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4일 세종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뜬금없는 '종이보고서' 논란으로 이른바 페이퍼리스 회의에 대한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져 망사용료법 이슈로 유튜브를 통해 국정감사를 지켜보던 약 1000명이 넘는 누리꾼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야당의 어느 의원은 "아날로그 문서는 인간 친화적"이라 지칭하며 갤럭시워치를 예로 들고 휴먼 인터페이스를 지향하지 않느냐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의원들에게는 디지털을 강요하며 국정감사에 참석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들은 인쇄한 자료를 보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질타 했다. 

 

한 의원은 어느 것이 조금 더 편리하고 익숙하냐는 문제라고 항변 아닌 항변을 하기도 했다.

 

 

굳이 인류 문화의 전승 수단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종이의 의미는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다. 서가에 꽂혀있는 책만 봐도 그렇다. 전자책의 등장과 함께 사라질 것이란 예측이 무성했지만 이른바 아날로그 감성으로 남아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낯설음과 익숙함이란 관점에서 본다면 이같은 국정감사장의 해프닝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일 듯도 하다.  

 

후한서의 채륜전 내용을 기반으로 중국 제지술의 기원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던 채륜이 실상 종이의 사용을 확산시킨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로 인해 종이가 서양까지 전파되었다는 점인 것과 같이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종이를 외친 사실보다는 종이에 기록된 내용이 얼마나 잘 해석되어 국감이 추구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A. 바스베인스의 '종이의 역사'에서와 같이 종이 자체 보다 종이에 기록된 내용과 이를 둘러싼 관계자들의 다양한 행태 속에서 이뤄져온 또 다른 역사를 만드는 것은 낯설음을 회피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익숙해지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방향으로 나갔던 이들의 몫으로 남는다.   

 

국회가 입법 기능과 함께 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의 기능을 수행하는 국정감사에서 벌어진 지금의 낯설음도 종이와 같이 수 년이 지나면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는 익숙함으로 바뀌지 않을까.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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