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 용의 해'인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 현상에 따른 내수 침체, 수출 둔화 등 '더블 악재'를 보냈는데 올해 역시 대내외 변수로 경영환경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선 올해도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짙어질 것이란 우려 속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삼성전자의 경영전략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부진을 피하지 못했지만 다시 한 번 힘찬 도약을 통해 초일류기업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청년일보는 삼성전자의 각 사업부별 경영전략 세 편을 제시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글로벌 불확실성 지속"...삼성전자, 젊은 피 통한 성장동력 '재정비'
(中) "신사업 발굴·AI로 사활 건다"...삼성전자 DX부문, 미래 도약 '이상무'
(下) 반도체 한파 종착역 '키포인트'...삼성전자, HBM·CXL '승부수' 띄운다
【청년일보】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IT 수요감소로 지난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디바이스 솔루션(DS)부문은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실제로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4조5천800억원 ▲2분기 영업손실 4조3천600억원 ▲3분기 영업손실 3조7천500억원을 기록해 누적 적자만 12조7천억원에 달했다.
증권가에선 지난해 4분기에도 약 7천7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2023년 한 해 동안 13조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처럼 유례없는 반도체 한파 탓에 DS부문의 지난해 '초과이익 성과급(OPI)'은 0%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업황 개선으로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석 달 연속 상승곡선을 보이며 반도체 불황의 긴 터널이 조만간 '종착역'에 다다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시장 열풍에 힘입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선점 중인 삼성전자는 올해 공급 역량을 전년 대비 2.5배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특히 수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분야의 HBM 활용도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삼성전자가 조만간 실적회복과 함께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삼성전자, 글로벌 HBM 시장 공략···생산능력 전년 대비 올해 2.5배 확대
2일 반도체업계 등에 따르면 차세대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속도를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최근 챗GPT 등 생성형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고용량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HBM이 크게 각광받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향후 시장수요가 성장할 것이란 관측과 함께 HBM이 실적반등의 '키포인트'로 급부상하며 침체된 반도체 시장을 회복시킬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급격하게 늘어나는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HBM과 같은 고성능 메모리를 채택하는 추세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해 HBM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전 세계 HBM 시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으로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0%, 삼성전자는 40%를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HBM 시장이 전년 대비 올해 2배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뒤따르면서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렌드포스는 HBM이 전체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9%에서 올해 18%까지 상승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HBM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과 함께 생산능력을 전년 대비 올해 2.5배 이상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공식화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장 내 일부 건물을 인수해 HBM 생산시설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부사장은 지난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생성형 AI 확산과 더불어 HBM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당사는 현재 HBM3E 신제품 사업을 활발히 확대하고 있다"면서 "내년 HBM 공급 역량은 업계 최고 수준 유지 차원에서 올해 대비 2.5배 이상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 위치한 SMRC에서 레드햇과 업계 최초 CXL 메모리 동작 검증에 성공한 모습 [사진=삼성전자]](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40101/art_17041019544487_04c65f.jpg)
◆ 삼성전자, 레드햇과 업계 최초 CXL 메모리 동작 검증 성공
이 밖에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인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생태계를 본격 확장해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CXL은 고성능 서버 시스템에서 중앙처리장치(CPU)와 함께 사용되는 가속기·D램·저장장치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차세대 인터페이스다.
생성형 AI와 더불어 ▲자율주행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플랫폼 등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기술로, 빠르고 효율적인 데이터 처리에 유용하다.
여기에 ▲CPU ▲GPU 등 다양한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연결하는 PCIe 기반의 통합 인터페이스 표준이며, 데이터 처리 지연과 속도 저하, 메모리 확장 제한 등 여러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해 12월 말,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글로벌 1위 기업 레드햇(Red Hat)과 CXL 메모리 동작 검증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 검증은 지난 2022년 5월 삼성전자와 레드햇 양사가 공동으로 추진한 차세대 메모리 분야 소프트웨어 기술 관련 협력의 결실이다.
이번 CXL 메모리 동작 검증에 따라 데이터센터 고객들은 별도의 소프트웨어 변경 없이 손쉽게 삼성 CXL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양사는 삼성 메모리 리서치센터(SMRC)를 통해 CXL 오픈소스와 레퍼런스 모델 개발 등 CXL 메모리 생태계 확장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삼성전자는 CXL의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고 시장우위를 선점한다는 포부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그 동안 업황 부진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지만 감산효과로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한 부분에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러한 상승세를 유지하기 위해 올해도 적절한 감산 기조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수요가 회복된다고 해서 공급을 갑자기 늘리면 감산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면서 "수요변화에 따른 생산량 조절을 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